집없는 사람들만 불쌍한 나라
[이태경의 돌직구] 박근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민생을 챙겨라
[미디어오늘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언제나 그렇듯 최근에도 부동산이 문제다. 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7개월 동안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8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신도시의 상승률이 4.47%로 단연 돋보였다. 또한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121만원으로 조사됐는데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2억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서울 강북 같은 경우는 아파트 외 단독ㆍ연립주택까지 포함한 주택 전세 평균가격이 2억68만원으로 처음 2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고 집값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하락한 것도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8.28대책 이후 집값은 미미한 하락을 멈추고 반등하고 있다.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최악의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중인데, 박근혜 정부의 8.28대책이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붓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박근혜가 알지나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최악-하긴 최악 아닌 부문을 찾기가 어렵다-이라 할 전임 정부의 유산을 상속해 어려운 조건 속에서 출발한 것은 분명하다. 주택시장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의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경제 관련 각종 거시지표들 중 부동산 가격 상승에 우호적인 지표는 금리 정도다. 쉽게 말해 박근혜 정부가 처한 주택시장 상황은 '매매가격 하락 - 전월세가격 상승'이라는 말이다.
'매매가격 하락-전월세가격 상승'이라는 주택시장의 객관적인 조건은 정부가 지향할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근본적으로 규정한다. 정부가 주택시장의 객관적 조건에 반하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려 해도 허사라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는 시장의 흐름에 맞설 생각을 하지 말고 흐름을 타는 정책조합을 설계하고 집행해야 했다. 놀랍게도 박근혜 정부는 시장의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전월세 대책을 내놓는다면서 매매대책을 전월세 대책으로 둔답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매매가격 반등-전월세 가격 상승 지속'현상이다. 집이 없는 중산층과 서민들은 주택을 구매할 수도 없고 치솟는 전월세가격을 감당하기도 지난한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박근혜처럼 민생을 전가의 보도처럼 혹은 특허를 낸 것처럼 사용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박근혜가 민생의 핵심이 부동산 그 중에서도 주택문제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기실 중산층과 서민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주거 문제처럼 크고 절실하며 피부에 와닿는 주제도 없다. 진정 시민들의 민생에 관심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주거 문제를 포함한 부동산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옳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박근혜가 말하는 민생의 대상에 집 없는 중산층과 서민이 포함돼 있는지 의문이다. 혹 박근혜는 집 있는 사람들의 민생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집이 없다는 것이 설움이 되지 않는 나라가 좋은 나라다. 가까운 장래에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가 될 것 같지 않아 근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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