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프리즈너스', 지나치게 단서 많은 스릴러

노자운 기자 2013. 9. 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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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프리즈너스 ㅣ 드니 빌뇌브

스릴러 영화의 묘미는 관객 스스로 단서들을 모아 퍼즐처럼 맞춰나가는 데 있다. 관객은 영화를 관람하며 사소한 단서 하나하나에 집중해 '반전(反轉)' 결말을 추리해나간다. 스릴러물이 흥행에 성공하느냐 여부도 이 같은 퍼즐 조각을 영화 전반에 얼마나 적절하게 배치했는지, 이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결론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긴장감 넘치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반전 영화의 수작으로 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1995)'는 이 같은 스릴러 흥행 요건을 잘 갖춘 영화로 평가된다. 영화 전반에 깔린 숨은 단서들을 토대로 결말을 추리하는 일이 결코 쉽지도, 또 지나치게 어렵지도 않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속도도 적당하다. 영화가 지루할 때쯤이 되면 중요한 단서를 제시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이러한 요건을 바탕으로 평가할 때, 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할이 호흡을 맞춘 스릴러 '프리즈너스'는 그리 잘 만들어진 수작은 아니다. 퍼즐 조각이 지나치게 많아 산만하고, 이를 맞춰나가는 과정도 긴장감이 떨어진다. 마치 조각을 있는대로 흐트러놓은 뒤 뒷수습은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등장 인물의 캐릭터가 밋밋하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본능에 따라 범인을 쫓는 유괴 아동의 아버지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사하는 이성적인 형사는 국내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의 두 주인공 송강호·김상경과 많이 닮아있지만, 살인의 추억의 두 형사가 미묘하게 변하는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한 반면, 프리즈너스의 두 주연 캐릭터는 심경 변화와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기보다는 외부의 적과 싸우는 데만 치중한 듯하다.

휴 잭맨의 연기 변신도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소리치고 상대방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그를 보면 여전히 그의 대표작 '엑스맨' 시리즈의 늑대 인간 '울버린'이 떠오른다. 그래서였을까? 잭맨은 최근 "울버린에 나를 가두지 않겠다"며 해당 시리즈에 더 이상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딸을 찾기 위해 용의자를 직접 고문하는 잭맨의 얼굴과 울버린의 얼굴이 묘하게 겹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프리즈너스는 영화 전반에 걸쳐 너무나도 많은 단서를 던져준다. 이 중에는 결말을 추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서도 있으나, 불필요한 것들도 많다. 이 때문에 추리하는 즐거움이 다소 떨어진다.

몇몇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은 '굳이 넣었어야 할까?' 싶을 정도로 무의미해보인다. 주먹으로 흠씬 두들겨맞고 만신창이가 된 얼굴, 피가 흥건한 옷가지, 뱀이 나온다 해서 영화가 더 무섭고 스릴 넘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소년의 소름끼치는 대사 한마디로 긴장감을 끌어올린 '식스센스(1999)'의 전례가 있지 않은가. 10월 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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