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례길, 4대종교가 '홀로 또 함께'
[한겨레] 28일부터 세계순례대회 열려
전주에서 김제까지 9코스 240㎞
청소년 850명, 종단 멘토와 함께
* 4대종교 : 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600리 아름다운 순례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불교·원불교·천주교·개신교 등 4개 종단 관계자가 참여하는 세계순례대회가 28일부터 10월5일까지 전북 전주·익산·김제·완주 일대에서 열린다.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를 주제로 8일 동안 열리는 이번 행사엔 4대 종단 지도자와 신도 등 1만여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9개 구간 240㎞를 걷는다. 세계순례대회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순례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과 안위를 위한 걷기가 아니다"라며 "가족 간 만남을 통해 미처 몰랐던 속내를 알아가고, 이웃과 만남을 통해 함께 산다는 것을 익혀가며,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아직 몰랐던 우주의 신비를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일인 28일 오전 9시 전주시 풍남문에서 '상생의 종' 타종식과 함께 대회를 시작한다. 순례 구간은 종교별 성지를 점으로 찍어 선으로 연결한다. 순례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각 지역의 역사·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1845년 한국인 첫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가 머문 나바위 성지(익산시 망성면), 1866년 병인박해 때 희생된 10여명의 순교자가 묻힌 천호성지(완주군 비봉면), 불교문화의 정수인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 익산시 금마면), 호남 최초로 1893년 설립한 서문교회(전주시 다가동), 신라 때 세워진 송광사(완주군 소양면) 등이 있다.
이 순례길은 2009년 전주~완주~익산~김제 4개 시·군을 잇는 240㎞를 연결되면서 '아름다운 순례길'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 세계순례대회로 규모를 키워 행사를 열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곳을 '2010년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 길'로 지정했다. 또 전체 9개 구간 중에서 매달 한 구간씩(14~28㎞) 나누어 순례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청소년 순례를 마련해 청소년들이 멘토와 함께 걷도록 준비했다. 입시 경쟁에 내몰려 황폐해진 청소년들이 멘토와 함께 스스로의 삶을 성찰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 박진구 안디옥교회 목사, 도광 천태종 승암사 스님, 김성효 원불교 전북교구장, 이해인 수녀 등이 멘토로 나선다. 850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한다.
폐막일인 10월5일에는 참가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종교화합 한마당이 열린다. 120명이 참가하는 종교연합합창과 순례길 완주자에게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도 이어진다. 발씻는 의식은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낮은 사람을 섬긴다'는 상징적인 뜻을 지닌다. 5일 오후 2시30분 전북도청에서 '순례로 하나되는 세상'을 내용으로 포럼이 열린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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