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일본 중앙알프스 등반하던 한국인 4명 사망

↑ [월간산]일본 중앙알프스 능선 코스 전경. 산세가 가파르고 큰 바위가 널려 있다. 한국인 등반객 4명이 조난당해 사망한 장소 근처다. / 사진= 호도트레킹 우제붕 부장 제공

한국인 등산객 5명이 지난 7월 29일 일본 혼슈지역 중앙알프스 산행에서 조난되어,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등산객은 부산의 한 여행사를 통해 원정길에 오른 20명 가운데 일부로, 나가노현 고마가네시의 이케야마에서 등반을 시작해 호켄다케로 향하던 중 조난 사고를 당했다.

등반팀 일행 20명은 28일 중앙알프스의 우쓰기다케(空木岳·2,864m)를 거쳐 중간의 '기소도노(木曾殿)산장'에서 1박 후, 29일 아침 6시께 호켄다케(寶劍岳·2931m)의 '호켄산장'을 향해 출발했다. 이들이 산행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비가 오긴 했지만 심하지 않았고 안개가 낀 상태였다.

이들은 같은 산장에 있던 70〜80명 중 다른 팀들이 모두 출발한터라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산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지 산장 관계자는 "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늘 아침부터 비와 바람이 강했고 날씨가 나빴다"고 전했다. 그러나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지나자 기상이 더욱 악화됐다.

그날 현장에 있었던 이모씨는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등산용 스틱이 있어야 간신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비바람이 갑자기 불어 닥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행들은 날씨 변화에 대비해 나름대로 옷을 여유 있게 준비했지만, 옷이 대부분 비에 젖어 충분한 보온 효과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안개 때문에 시야도 10m 정도에 불과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거나 하산길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이씨는 증언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다음날인 30일 오전 4시부터 실종자 수색에 나선 나가노현 고마가네(駒ヶ根) 경찰서는 오전 5시경 호켄(寶劍) 산 남쪽에서 박문수(78)씨의 시신을, 1시간 뒤 히노키오(檜尾) 산과 호켄 산 사이에서 이근수(72)씨의 시신을 찾았다. 오전 8시20분경 박인신(70)씨의 시신도 히노키오다케 산 남쪽에서 발견했다. 이종식(63)씨는 오후 4시12분경 호켄 산 정상 인근 낭떠러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함께 조난됐던 박혜재(63)씨는 30일 오전 혼자 힘으로 출발했던 기소도소 산장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중앙알프스 등반에 나선 이들은 48〜78세 남성 14명과 여성 6명으로 구성됐다. 고령자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국내산은 물론 히말라야 트레킹과 일본산에 경험이 적지 않은 베테랑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구간은 등산로가 험한 데다 표지판 등이 부실해 길을 잃기 쉬운 곳이었다. 때문에 이전에도 조난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던 코스다.

사고자들은 이런 지형적 조건 속에 악천후를 예상하지 못하고 등반을 강행하다 조난을 당한 것이다. 결국 코스에 대한 상세 정보가 부족했고, 현지인 가이드도 없었던 점이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됐던 셈이다. 조난됐다 생환한 1명을 포함한 등반객 16명은 7월 31일 항공편으로 귀국했다.

일본 중앙알프스는 나가노 현에 자리 잡은 기소산맥의 산들을 일컫는다. 해발 2,000〜3,000m 높이의 산이 즐비한 중앙알프스에는 다양한 고산식물이 자라 여름 내내 관광객이 몰린다. 이들 단체 등산객이 찾은 호켄다케는 해발 2,931m로 중앙알프스를 대표하는 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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