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 고수 "로맨스 없어서 더 끌렸다" (인터뷰)

박귀임 2013. 9. 16. 07: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리포트=박귀임 기자] 사람은 변하고 또 변한다.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더욱 심할 터. 로맨티스트였던 배우 고수도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 11일 SBS 대기획 '황금의 제국'(박경수 극본, 조남국 연출) 종영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고수를 만났다. 그와 마주앉아 보니 냉철한 장태주는 보이지 않았다. 호탕한 웃음은 매력적이었고 자상한 매너는 인상 깊었다. 특히 고수는 생각이 깊은 남자였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정성껏 답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태주로 4개월 동안 살아온 고수에게 제일 먼저 종영소감을 물었다. 그는 "재밌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드라마는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좋았다. 유명한 작가 감독 스태프들과 함께 제가 이런 드라마를 언제 또 해 보겠느냐. 편하고 좋은 사람들과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 "변화하는 장태주 연기 재밌었다"

'황금의 제국'은 고수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후 4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다. 게다가 '추적자 더 체이서'(이하 추적자) 팀이 의기투합한 차기작의 주인공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장태주로 변신한 고수는 순수남과 야망가를 오가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전작과는 사뭇 달랐다. 로맨티스트였던 그가 180도 변신해 시청자들과 만난 것. 그럼에도 맞춤복을 입은 듯 장태주를 표현, 극찬을 얻었다.

"장태주는 20년 세월의 변화가 있다. 처음에는 대학생을 졸업한 장태주로 시작했다. 이후에 황금의 제국을 차지하려는 야망이 생기기 때문에 그 베이스도 생각하면서 연기하려 했다. 그래서 어린 장태주는 더 경직된 인물로 표현했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더욱 여유롭고 노련하게 보이려고 어느 정도 계산했다. 현대에 와서는 두뇌 싸움 위주니까 그런 과정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줬던 것 같다."

세월의 흐름만큼 고수는 헤어스타일 의상 등에도 변화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고수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었다. 그는 "장태주를 연기함에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요즘에 보면 과거 회상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왜 그렇게 촌스러운지 모르겠더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미묘한 변화를 계속 줬는데 그런 것들도 재미있었다"고 알렸다.

◈ "손현주 형, 뭘 하지 않아도 기분 좋았다"

고수는 손현주 이요원 김미숙 장신영 류승수 등과 호흡을 맞췄다. 선배 연기자들과의 연기는 고수에게 있어 다시없을 시간이었다. 그만큼 느낀 점도 많았다.

"박근형 선배님은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연기 호흡을 맞추지는 못해 아쉬웠다. 김미숙 선배님은 정말 현장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 줬다. 농담도 먼저 해주시고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정말 놀랐지만 편안하게 해주셔서 좋았다. 류승수 형은 영화 '고지전'도 함께 했었고 연기하는데 정말 좋았다. 이요원과 장신영도 워낙 잘하는 배우들이라 호흡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손현주와의 카리스마 대결은 그 어느 캐릭터보다도 치열했다. 숨 막히고 강렬한 두 사람의 연기는 단연 화제였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숨어있었다.

"선배님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몰입이 안 돼서 힘들었다. (손현주)형과 대립각 세우는 연기를 해야 했으나 인상을 쓰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형만 보면 기분이 좋아 미소가 지어졌다. 저는 웃으면 주름이 생기기 때문에 날카로워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웃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게 가장 큰 숙제였다. 또 형이 촬영 앞뒤로 장난도 많이 쳤다. 사실 형이 뭘 하지 않아도 기분 좋았다. 오래 만나온 느낌이었다. 저만 그렇게 느꼈나?(웃음)"

◈ "장태주 사랑할 여유 없는 인물"

'황금의 제국'에는 그 흔한 로맨스가 없었다. 물론 장태주와 윤설희(장신영)의 러브라인이 그려지기는 했으나 그것이 중심이 되지는 않았다. 장태주와 최서윤(이요원)도 결혼을 '거래'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일까. 일부 시청자들은 로맨스를 기대하는 의견도 내놨다.

"저도 '최서윤이 장태주를 사랑한다' '장태주는 윤설희와 죽고 못산다' 등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장태주는 워낙 야망을 쫓아 가다보니까 일반적인 사랑이라는 단어는 머릿 속에 없을 것 같다. 윤설희도 동료의 정이자 돌아갈 수 있는 집 같은 편안한 어떤 존재이지 사랑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장태주는 사랑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인물이다. 최서윤과도 거래라고 누누이 이야기 했다. 최서윤이 장태주에게 반할 수는 있지만 장태주는 전혀 아닐 거다."

로맨스 부재에 대해 고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황금의 제국'은 로맨스가 없어서 끌렸던 것 같다. 그동안 저는 로맨스 장르를 많이 해봤다. 그래서 '황금의 제국'이 더 신선했고 새로운 작품을 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다. 멜로는 다음 작품에서 보여드릴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황금의 제국' 시청률은 기대와 달리 저조했다. 8.5%로 출발한 '황금의 제국'은 한동안 한 자릿수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막바지에 치달을수록 11%대를 유지하며 월화극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모양새. 이에 대해 고수는 "시청률이 작품의 기준이 되면 안 되는 것 같다. 작품으로서 봐야 한다. 많은 분들이 좋은 작품으로 평가해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뿌듯하고 힘이 난다"고 밝혔다.

고수는 장태주를 통해 로맨티스트는 물론 야망가까지, 그 어떤 캐릭터도 가능한 배우임을 입증했다. 변신의 귀재 고수가 또 어떤 캐릭터로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박귀임 기자 luckyim@tvreport.co.kr

Copyright © TV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