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부동산 정책 결정, '바보들'의 잔치

2013. 9. 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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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혜택 확대, 기업형 임대주택도 고려하라

정부의 혁신적 정책이 포함된 8.28 전월세시장 안정화 대책이 나오면서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치솟는 전세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턱없이 부족한 대책뿐이다. 반면 전세난은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데 반해 정부 정책은 이를 잠재울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서는 "정부에 바보들만 앉아 있는 것 같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이들은 "현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결과가 아닌데, 그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따라서 현 부동산 침체와 더불어 전세난의 장기화 대책은 더 이상 민간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 개입을 통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세계>는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이 말하는 전세난의 원인과 대안을 알아봤다.

정부 정책 쏟아지는데, 내실 없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8.28 전월세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특히 총 19개 과제 중 어떤 항목이 국회통과를 할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우선 주택의 신규매수 수요 촉진 대책 중 수익 공유형 모기지 도입은 혁신적인 대책이란 평가다. 이 제도는 향후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내 놓은 취득세 인하, 장기주택 모기지 공급 확대 등을 통한 매매수요 전환 촉진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시장에서 주택가격 추이를 보면 바닥권에 근접해 있다"며 "국민들이 집을 사는 것보다 전세를 유지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전세난 해소는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고 교수는 "주택매매가 부진한 이유는 주택을 매입하면서 각종 세금과 보유세 등 부담이 계속된다"며 "정부정책이 주택 매입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누가 집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 같은 지적은 현 부동산 정책이 주택매입이 전세보다 유리하다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최승섭 팀장은 "정부가 택지를 공급해 짓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지금보다 더 공급가액을 낮춰야 한다"며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우 여전히 집값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만큼 공공분양 주택가격을 낮추고 집값 하락에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늘리고, 다주택자 혜택 줘야

그러면 정부는 무엇을 우선해서 고민해야 할까. 세종대 변창흠 교수는 "집값이 오른다고 전세난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월세의 경우 충분한 물량이 있는 만큼 이를 정부가 일정부분 이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내 놓은 각종 부동산정책이 있음에도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부정책기조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시 역시 리모델링 지원형 장기 안심주택 등의 좋은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고성수 교수는 "이제 주택시장의 트렌드가 전세시장에서 월세로 서서히 전환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 임대주택의 비율이 5%에도 못 미치고 있는 반면 선진국의 경우 20%에 가까운 비율을 보이고 있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비율을 높이는 정책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경우 오늘 계획하고 내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라며, 세수 부족으로 무조건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SH공사나 LH공사 등 공공기관의 부채를 줄이는 노력과 이들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매매 활성화 정책과 쉽게 매매 할 방안 마련

전세난이 이사철을 넘어 연중 지속되면서 각종 정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성수 교수는 "이제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 차익을 얻는 시대는 지났다"며 "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을 다주택 소유자들인 민간에서 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현재의 투기적, 징벌적 제한을 풀어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외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기보다 민간기업들에게 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세재와 지원을 다각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세수 부족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공급 활성화 정책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혼자 해결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교수도 "현재 전세계약기간을 더 늘리고, 그 대신 집주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라며 "지금의 2년 계약기간을 연장할 때도 엄청난 저항이 있었지만 이후 안정화 된 만큼 당장 반발은 심하겠지만, 전세계약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서 주택 소유자에 대한 혜택은 필수다.

현재의 전세난은 집을 사야할 사람들이 주택을 매입하지 않는데 있다. 최승섭 팀장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5%미만인 상황에서 정부가 인위적인 조절과 호소로는 현 전세대란을 해결할 수 없다"며 "집값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이자를 낮출테니 주택을 매입하라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침체로 인해 공공과 민간 모두 공급이 줄고, 집값하락에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시장을 활성화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전세나 월세보다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단순히 건설산업 뿐 아니라 산업 전체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기반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보다 섬세한 정책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미시적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인 부동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정우 기자 jws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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