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거품 부추길 '8.28 전월세대책'

[바심마당] 장상환·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디어오늘 장상환·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 달 정부 여당은 '8.28 전월세대책'을 발표했다.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 임대주택 확대 공급, 서민 중산층 전월세 부담 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이달 2일 국토교통부는 연말까지 주택기금 8조원을 투입해 총 12만가구의 주택구입·전세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매매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제로는 부동산 경기부양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매매활성화정책은 꺼져가는 집값 거품을 다시 부추길 것이다. 저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해주면 당연히 집값에 거품이 끼게 된다. 과거에 연리 2%, 15년 분할상환 조건의 농지구입자금을 지원하자 전라도 평야의 농지가격이 50%정도 올라버린 일이 있었다. 농지 구입자에게 가도록 한 지원이 농지 소유자에게 돌아가버리는 것이다. '보조금의 자본화' 현상이다.

농지가격이 농업수익을 넘어 높아져버리자 농지구입자금 융자를 받지 못하는 농가는 농지 구입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농민의 농지소유를 촉진하겠다고 내놓은 정책이 결과적으로 비농민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를 늘리는 역설적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실제로 8.28전월세대책 발표의 영향으로 집값을 수천만원씩 올려서 부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도 지난달 30일 77.3%에서 2일 83.6%로 올랐다. 집값이 오르면 실질적 수혜자는 주택 소유자와 임대자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집을 사도 결국 하우스푸어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리고 아파트 보다 저렴한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주택구입을 원해도 혜택을 보지 못한다. 생애 첫 내집 마련시 연 1%대 초저금리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 대상은 아파트만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월세 대책에는 무주택 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 보장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4·1부동산 대책에 포함됐던 주택바우처제도 같은 서민주거비 지원방안은 중장기 과제로 유보됐다. 월세 소득공제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높이는 등 월세부담 완화조치도 소득세 면세 대상인 비정규직 저임금 청년세대와 소득 1~2분위 저소득층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되지 못한다.

전월세 폭등으로 고통받는 다수 서민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주택임차인에게 해당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 보장 등이 필요하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집값 거품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소유자인 갑의 힘에 눌리는 임차자 을을 위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중이 43%에 달하지만 정부가 임대료 통제와 임차기간 연장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주거가 안정되어 있고, 주택에 대한 투기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저소득층에게는 최소 주거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에 주거할 수 있게 주거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주거급여도 너무 적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지원액 기준선 역할을 하는 최저생계비는 주거비 비중을 15.8%(4인 가구 기준)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생활비 중 주거비 비율은 35-45%로 큰 차이가 난다.

지난 3월 참여연대 등에서 출범시킨 민생보장위원회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50대 남성 1인가구의 경우 한달 지출비 46만원 중 25만원을 주거비로 냈고, 50대 부부가구도 한달 지출비 104만원 중 58만원의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렇게 무거운 주거비를 부담하고 나면 최소한 건강을 유지할 식비도 모자라게 된다. 민생보장위원회 조사에서 1인으로 구성된 14가구 중 9가구는 한달 식료품비가 15만원 이하였다. 기초생활수급자 이상 소득가구도 최소 주거기준 주거비 부담이 과중하면 주거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전월세 사는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는 이유는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자기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택구입을 하도록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거품 낀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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