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조기집행 한데다 법인세 4조 급감 겹쳐
올해 상반기 나라 살림(관리재정수지)이 46조2000억원이나 적자를 내면서 수입 내 지출인 균형재정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정부는 상반기 46조2000억원 적자를 냈지만, 연간으로는 23조4000억원 적자 규모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약 22조8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하반기에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만일 이만큼 적자를 줄이는 데 실패한다면 정부는 고스란히 부채를 더 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가 올해에만 최대 38%까지 늘어나면서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내년이면 GDP 대비 부채가 국제적 위험 수준인 40%에 육박할 수도 있는 셈이다.
30일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가 46조2000억원 적자지만 연간 재정적자 규모는 23조4000억원 수준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과 새해 예산안 편성 방향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매일경제신문이 박 대통령이 보고받은 수치를 토대로 올해 재정수지를 중간 점검한 결과 올해 우리나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1.76%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명목성장률(실질성장률 2.7%, 소비자물가 상승률 1.7%)을 전제로 한 시뮬레이션이다.
통상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가 ±0.3~0.5% 범위에 있을 때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에선 균형재정으로 간주한다. 나라 살림살이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란 중앙정부가 1년간 거둬들이는 모든 수입과 지불하는 모든 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다. 즉 관리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국채를 조달해 구멍 난 재정을 메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해 이명박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가 -0.3%로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러면서 2013년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2014년 재정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은 빗나가며 균형재정 달성 시기도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인은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세입 감소,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지출 증가 등이다.
특히 경기 악화에 따른 세수 감소는 심각했다. 작년 국세 수입은 당초 전망인 205조8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적게 들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6월까지 실적이 9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07조3000억원보다 10조1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나 법인세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세수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수 감소는 법인세(4조2000억원 감소)와 부가가치세(2조3000억원 감소)에 집중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법인세 부진은 일반 기업 실적 악화 외에도 금리 인하에 따른 은행권 수익 하락, 부동산 주식시장 침체 등 전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동반 침체되면서 총국세에서 차지하는 자산 관련 세수 비중이 2007년 15.1%에서 2012년 10.2%로 하락한 점과 잇단 FTA 체결로 관세 실효세율이 1980년대 7~8%에서 2012년 1.7%로 떨어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세수 부족 사태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2014년 세입 확충 방안에 대해 지하경제 양성화(5조5000억원) 등으로 세맥(稅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 역시 공약 집행을 위해 쓸 돈이라 세수 부족 사태를 막기에는 당분간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 공약 이행을 위한 지출 계획에만 15조3000억원이나 책정돼 있다.
경기 변동성을 고려한 재정준칙(균형재정 지침)을 도입하고, 향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사회보험제도 등을 사전에 손질하며, 궁극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안뿐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신현규 기자 / 이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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