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인하 혜택서 소외된 버블세븐 "역차별" 반발

박종오 2013. 8. 3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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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전월세 대책 후폭풍
6억~9억원 1주택 취득세율 2% 유지
"구매력 있는 중산층 외면..특정 가격대만 혜택 없어"

[이데일리 양희동 박종오 기자] "파격적인 금융·세제 지원 방안을 담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이곳 집주인들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해 울상입니다. 소형 아파트도 대부분 6억원을 넘어 1%대 저리의 모기지 대출도 못받는데 취득세만 오히려 예전의 2배가 됐으니 기가 막히죠." (서울 송파구 잠실동 부동산랜드공인 관계자)

"가뜩이나 중대형 아파트를 기피하는 분위기인데 세금 감면도 받을 수 없으니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어요. 집주인이 대부분 나이 많은 은퇴자들인데 매달 만만찮은 담보대출 이자를 내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H공인 관계자)

정부가 8·28 대책을 통해 내놓은 주택 취득세 영구 감면안에 대한 서울·수도권 일대 주택시장의 반발이 거세다. 다주택자 차등 세율 폐지 등 일부 파격적인 방안을 담았지만 집값이 많이 떨어진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상당수는 세금 감면 혜택에서 소외돼서다. 이에 따라 고가 전세 세입자들을 매매로 돌리겠다던 정부가 자금력 없는 서민에게만 대출을 권장하고 정작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들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을 통해 발표한 취득세 영구 인하 방안을 놓고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중산층 수요가 많은 6억∼9억원대 주택이 취득세 인하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사진은 전체 아파트의 절반 가량이 6억~9억원대에 속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사진제공=이데일리DB)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취득세율 영구 인하 방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택 거래세 문턱을 낮춰 매매를 활성화하겠다는 본래 목적과 달리 지역에 따라서 전체 아파트의 최대 절반 가까이가 전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6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을 현재 2%에서 1%, 9억원을 넘는 주택은 현재 4%에서 3%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에게 적용했던 4%의 취득세율도 폐지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주택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취득하는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만 취득세를 부과받게 된다.

문제는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이다. 취득세율이 현행과 같은 2%로 유지돼 세금 감면 혜택을 전혀 못받게 된 것이다. 지난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 세율이 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세금 부담은 오히려 두 배가 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이 가격대의 아파트는 집값 하락 폭이 큰 버블세븐 지역에 집중 분포해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는 29만1256가구에 달한다. 서울이 20만9430가구로 가장 많고, 경기(7만4816가구)·인천(7010가구) 순이다.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의 가격대별 주택 분포 현황 (단위:%,자료:부동산114)

이 가운데 서울 송파구는 전체 아파트의 42.8%(4만3874가구)가 6억원 초과~9억원 이하다.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주택이 취득세 감면 혜택에서 소외된 것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3만8952가구와 2만4487가구로 전체 아파트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J공인 관계자는 "중산층 수요가 많은 6억∼9억원대 주택이 취득세 인하 대상에서 빠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썰렁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경기도와 인천 주요 지역 중대형 아파트 주인들도 울상이다. 대부분의 집값이 6억∼9억원대로 취득세 감면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집을 팔기가 더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6억∼9억원대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분당신도시(2만3035가구)로, 전체의 26%가 취득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경기도 용인시가 1만593가구(5.3%)로 뒤를 이었다. 분당 서현동 서울공인 김관호 대표는 "중대형은 지금도 시장에서 찬밥신세인데 취득세 혜택 대상에서도 빠져 이중고를 겪게 됐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도 받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특정 가격대의 1주택 보유자가 누리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중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하우스푸어의 퇴로를 열어주고 구매력 있는 전세 거주 중산층의 매매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취득세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지금 시장에서는 전·월세 뿐만 아니라 수면 아래 잠복한 하우스푸어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거래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취득세 감면의 기준이 되는 금액 선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9억원 이하 1%, 9억원 초과 2% 선으로 조정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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