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가계부채 1000조 시대, 또 빚내라고?

권태훈 기자 2013. 8. 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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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전월세 대책은 한마디로 '저리로 돈을 대줄테니 전세살 돈으로 집을 사라'다. 매매 활성화로 전세값을 잡겠다는 취지다. 주택구입비의 절반정도를 1%대 초저금리에 2억원까지 지원하는 모기지방식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면 급등하는 전세값을 잡기위해 정부가 가히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계부채다. 우리 국민들의 가계부채는 2분기 들어 17조원 가까이 늘어 사상 최대치인 980조원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연말에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줄어드는 듯 하던 가계부채가 2분기들어 다시 급증한 것은 다름 아닌 취득세를 일시 감면해준 4.1부동산 대책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자칫 경기부진과 맞물릴 경우 국가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대출중심의 이번 전월세 대책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전월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가계부채 문제를 포기한 것이라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이번 대책은 과거와 같은 단순한 대출일변도 정책이 아니고, 오히려 가계부채까지 고려해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손익공유형 모기지' 등 빚이 아닌 투자개념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빚'이냐, '투자'냐를 따지기 전에 돈을 빌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투자가 될 수 있겠지만, 갚을 수 없는 사람한테는 빚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 전세값을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서민들의 대출한도를 늘리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서민들은 은행에서 과거보다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전세금에 대한 은행들의 질권설정이 늘자, 집주인들이 이를 꺼리는 것이다. 임차인이 아닌 은행과 상대해야 하는 것이 불편한 데다 등기에 무언가 표시가 들어가는 게 싫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질권설정을 하겠다는 세입자와는 거래를 않겠다거나 그럴 경우 전세금을 더 올려받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번뿐 만이 아니다. 몇년전 대학생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우수학생들에게 전세금을 저리에 빌려주는 제도를 도입하자, 대학가 주변 전세가격이 2배 이상 급등했다. 이유는 동일하다. 학생이 아닌 정부와 상대해야 하는 불편함에다 어차피 풀기로 한 정부돈이니 더 높게 받더라도 상관할 사람이 없다는 심리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나마 이런 혜택도 못받는 학생들의 하숙비며 자취비까지 덩달아 올라버렸다.

정부의 이번대책은 '좋은 집'이 아닌 소박하지만 '내집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효과는 거기까지고 부동산시장의 매매활성화를 기대하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매매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집을 몇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은행금리가 신통치 않으면 전세를 월세로 바꾼다. 그리고 세입자가 없더라도 좀더 기다렸다 올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집이 필요한 서민들은 전월세값이 뛰면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누군가 돈을 빌려주는 것도 좋지만 자신들의 소득으로 전월세를 감당할 수 있기를 더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월세 대책에는 집주인들에 대한 유인책이 빠져있다. 집 가진 사람들을 움직이고 매매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하는 것이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권태훈 기자 rhors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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