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집값 떠받치기 대책, 그러나 효과는 없다
[선대인 칼럼]
[미디어오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정부가 어제 8.28 전월세대책을 내놓았다. 전월세대책이라는 포장을 둘렀으나, 역시나 또 한 번의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었다. 정부가 어제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크게 네 가지 대응방안을 내놓았는데, 첫 번째가 '주택시장 정상화 - >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였다. 아예 대놓고 집 사게 하겠다는 대책을 전월세대책의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등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신축 운영,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4.1대책 후속조치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취득세율을 주택 시가 구간별로 1~3% 수준으로 현행보다 영구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기 주택모기지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국민주택기금에서 근로자/서민의 구입자금 지원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나왔던 대책들을 재확인하거나 지원 규모 등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정부는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손익공유형 모기지'라는 기상천외한 방안도 내놓았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대의 낮은 금리로 20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모기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사서 나중에 평가차익이나 매각차익이 발생할 경우 주택 매입자와 수익을 공유하거나 손실과 이익을 함께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즉,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해 향후 차익이 발생하면 자신이 가져가는 몫이 줄거나 또는 정부와 손실과 이익을 공동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 집값 차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고 손실 가능성이 큰 시대에 정부가 든든히 받쳐줄 테니 안심(?)하고 집을 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무주택자가 물가상승률이나 시중금리보다 매우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얼핏 보면 많은 무주택자가 혹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정부를 믿고 마음 놓고 집을 사도 될까. 우선, 해당 자격이 되고 어차피 조만간 집을 살 계획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최대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 시중의 어떤 주택자금 대출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살 계획이 없었던 사람이 무리하게 이 모기지대출과 다른 대출까지 얻어 집을 사려고 한다면 좀더 신중하기를 바란다. 필자가 누누이 주장하듯이 향후 집값 하락 리스크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하더라도 빚은 빚이기에 일정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 집값이 한 번 하락하게 되면 단순히 이자 부담 조금 적어진다고 해서 만회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실질 가치(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가치)로 향후 5년간에 걸쳐서 30% 떨어지게 되면 매년 시중의 다른 주택자금 대출 금리보다 매년 2~3% 이상 이득을 본다고 해서 30%의 집값 하락을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25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왕십리뉴타운 1구역 텐즈힐 분양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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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가계 차원을 넘어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상당수 신문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주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넌센스에 가깝다. 4.1부동산 대책 직후에도 그렇게 주장했지만, 두 달도 채 약발이 가지 않았던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980조원의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 자산가치로 6500조원이 넘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턱도 없다. 정부가 신종 모기지대출에 투입하겠다는 자금 규모가 겨우 3천억원으로 호당 1억원씩 약 3천 호 정도의 주택 매입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규모는 부동산시장이라는 물이 가득찬 욕탕에 물 한 숟가락 더 넣는 정도밖에 안 된다.
왜 그럴까. 지난 4.1부동산종합대책으로 2분기 동안에만 약 16.9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났지만, 주택 시장은 '두 달 천하'에 그치고 말았다. 그런데 겨우 3천억원 정도 자금 투입으로는 집값 떠받치기에 거의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또 그 같은 모기지 자금 지원으로 발생할 3천호의 주택 거래량은 2011년과 2012년의 연간 주택 거래량 평균 60.4만 가구의 0.005%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그 주택 거래량은 상당 부분은 그 같은 주택 자금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정부의 각종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따져봐도 추가로 1조~2조원 정도 더 느는 금액인데, 이 정도로는 부동산시장을 움직이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는 추이를 봐가며 내년에는 그 같은 대출액을 더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임대주택건설 지원 등 국민주택기금의 용도가 많은 부분 정해져 있고, 주택 가격 하락세가 가속화될 경우 기금의 부실화 우려 때문에 무작정 확대되기도 어렵다.
기껏해야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받아 주로 상대적 저소득층인 대상 가구들이 매입하게 될 2억, 3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의 하락세를 조금 막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의 효과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지난 번에 필자가 쓴 글에서 밝혔듯이 아무런 거래 진작 효과가 없다. 5억원 하는 아파트에서 1% 할인해준다고 집을 사려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처럼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한 이번 대책 역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는 데는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집값을 떠받치면서 전월세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도 넌센스에 가깝다. 미친 집값을 바로잡거나 미친 전세값을 해소할 생각은 없이 어떻게 하면 미친 집값을 떠받쳐줄까 궁리하면서 나온 것이지만, 이번 대책도 아무런 실효 없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이 '전월세대책'이라고 포장하기 위해 구색용으로 내놓은 주거바우처나 저소득층 저가 임대 보증금 우선변제권 확대도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 정말 정부가 진정으로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관심이 있다면 주거 바우처 제도를 내년 10월에나 도입하고, 예산 규모도 밝히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상천외환 정부 보증 모기지제도까지 도입하는 그 꼼꼼함(?)에 비춰보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게 정부의 속내라는 것이다.
결론을 내자. 이번 대책은 지금까지 정부가 계속 그래왔듯이 기본적으로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의 관점에서 정책을 내놓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전월세대책이라면서 제대로 된 전월세대책은 없이 매매 유도 대책만을 내놓는 등 논리적으로 최소한의 일관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의 민원을 대변한다는 '이해의 일관성'만 시종일관 관철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쌓여 있는 막대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대책은 결국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폭탄을 키울 뿐 집값 하락을 막지도 못하고 전월세 세입자들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지금처럼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하는 정책은문제만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집값이 일정한 수준까지 하락하도록 하는 것이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완화하고 인구감소 및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주택정책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 www.sdino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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