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출시 첫날 은행 가보니..
"결국 전셋값만 올릴 것" 신청자 없어 창구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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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이 23일 출시되자 각 은행에 금융소비자의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전세대란을 해결하기는커녕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주 후 본격 접수할 듯"
이날 은행 지점을 찾아 상품에 대해 문의하거나 신청을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다만 각 은행 콜센터에는 상품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졌다. 고객들이 신청에 앞서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세계획을 세우고 실제 계약을 한 후 대출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1~2주 후에야 이번 대출접수 실적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대출 실행은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출시한 날부터 실제 접수가 생기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전화문의는 계속 오는데 실제 지점을 방문해 대출 상담을 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전셋값은 지난 2009년 2월부터 현재까지 54개월 연속 올랐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전세 공급 축소 탓으로,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올해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오면 전용면적 85㎡ 기준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전셋값 급등 해결을 위한 뾰족한 수가 없는 하반기에도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미친 전세' 때문에 온나라가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세대출 권장 정책인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은 애초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 P공인 관계자는 "전셋집이 없어 난리인 시장에서 정부는 오히려 수요를 더 늘리는 정책을 내놓았다"며 "결국 전셋값만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몇몇 집주인으로부터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Ⅰ·Ⅱ'가 모두 출시되는 9월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지, 지금 가격을 올려 세입자를 구하는 게 나을지 등을 물어보는 문의전화도 몇 통 받았다"고 전했다.
■"매매시장부터 살펴야"
전문가들도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전세 수요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마뜩잖다는 반응이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하반기에는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 예정인데 가을 이사철과 겹쳐 전셋값 폭등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팍팍한 서민을 지원하는 저리 정책도 필요하지만 현재 급선무는 매매와 임대시장의 수요를 분산시켜 집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을 매매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산적한 과제부터 해결해 매매시장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써브 조은상 팀장은 "전세가 약세인 시장에서 이 조치가 나왔다면 효과가 있겠지만 초강세인 현재 시장에서는 약발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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