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질까 매입 꺼리고 전세 수급 미스매칭 심해
"전세대란이 발생한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임대차 시장으로 옮겨갔는데 정부의 전세지원책이 불을 붙인 셈이 됐습니다. 원인을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전세대란 탈출은 어렵습니다."(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20일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세대란의 발생원인부터 명확히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마련된 전월세 대책은 '대증요법'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전세수요가 급증한 데는 주택매매를 꺼리는 심리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집값이 떨어질까 두려워 소유가 아닌 임차에 머무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는 것은 값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거래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이상 전세 집중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요자들이 임차 시장에 몰리면서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전국의 전월세 거래량과 전셋값은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0만7,87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3% 늘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7만2,000건 거래돼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했고 지방은 3만6,000건으로 같은 기간 7.1% 늘었다.
전세는 물건의 씨가 말라버린 반면 월셋집은 남아도는 임대주택 시장의 극심한 불균형도 전세난의 한 원인이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은 수익률이 높은 월세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원금손실 위험이 없는 전세만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잠실동 P공인의 한 관계자는 "임대 매물이 없는 게 아니라 '전세' 매물이 없는 것"이라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반면 세입자들은 매달 월세를 내는 것보다 전세대출의 이자가 더 저렴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전세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전세대책은 불붙은 전세수요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 이율이 3.3%로 워낙 낮고 시중은행 이율도 주택담보대출 이율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시중은행이 담당하던 전세대출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전세수요를 늘리고 값을 끌어올리는 역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리를 더 낮춘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까지 곧 출시될 예정이어서 전셋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뉴타운 출구전략 및 재건축ㆍ재개발 부진에 따른 주택공급 축소 등도 최근 전세난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까지 30만가구 안팎에 달했던 연간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1년 21만8,180가구로 하락했다. 이후 지난해 17만7,780가구, 올해 19만6,106가구로 급감해 임대주택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입주 2~4년 차의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과거처럼 주택수급 불일치가 전세난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최근 수년 동안의 공급부족이 최근의 전셋집 품귀현상을 가중시킨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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