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중(中)자, '명중하다'는 뜻도 있다고?

2013. 8. 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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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바른말 옳은글] < 79 > -뇌졸중? 뇌졸증?

[미디어오늘 강상헌 언론인 ·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기자나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뇌졸증'이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고 본다. 건강 의학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도 10명 중 3~4명은 뇌졸증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TV방송 자막이나 배경에는 '뇌졸중'이라고 적어두고 진행자나 의사 등 출연진은 뇌졸증이라고 말하기도(읽기도) 한다. 자막도 뇌졸증인 경우 많다. 일반인들의 경우도 한가지다.

'무슨 소리여?'하는 이도 있겠다. 또는, 병의 증상 얘기이니 의당 '뇌졸증' 아니겠냐고도 반문한다. 설명 듣고 나서 "아 그렇군요! 뇌졸중." 하고는 또 '뇌졸증'이라 하기도 한다.

답부터 얘기하자. '뇌(腦)의 혈액순환장애에 의하여 일어나는 급격한[졸(卒)] 의식장애와 운동마비를 수반하는 증후군(症候群)'을 이르는 명칭이 뇌졸중(腦卒中)이다. 졸중은 졸중풍(卒中風)의 줄임말이다. '뇌졸증'은 오답.

요즘 의대생이나 젊은 의사들은 이 명칭보다는 스트로크(stroke)나 CVA(cerebrovascular accident), 또는 cerebrovascular stroke라는 용어에 더 익숙하다고 고참 의대 교수에게서 들었다. [세리브로배스큘러]라는, 발음도 어려운 이 말은 '뇌혈관'이란 뜻의 영어다. 스트로크나 액시던트는 발작(發作)이나 장애(障碍)의 뜻.

한국 전통의학의 용어 중풍(中風)을 서양의학에서도 활용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동의보감은 '대표적 풍증(風證)으로, 갑자기 넘어지거나 벙어리가 되기도 하며, 입과 눈이 비뚤어지고 손발이 마비되고, 인사불성이 되기도 하며, 말을 더듬기도 하고…'라고 새겼다. 동서양 구분이나 비교 필요 없이 중풍은 무섭다. 급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우선 담배 끊자.

가운데 중(中)자의 갑골문 이미지. 군대 한 가운데 서 있는 깃발을 형상화한 그림 글자로 시간이 흐르며 깃발이 생략돼 오늘의 모양이 된 것으로 파악한다.

'맞다' '맞히다'는 뜻의 중(中)이다. '백발백중(百發百中)' 백발 쏘아 백발 맞히는 명궁수(名弓手) 타이틀의 '중'이 그것이다. 십중팔구(十中八九)처럼, 맨날 '가운데 중'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뇌졸중풍'의 준말로 나타낸 뇌졸중이란 단어가 뜻으로 마음에 오지 않은 것이다. 뇌가 갑자기 바람을 '맞는[中]' 것이란 뜻을 새기면 이런 실수는 줄어들 것이다.

한자어 장단음 논의가 요즘 잦다. '맞히다'는 中은 옛 음운학의 사성(四聲) 중 거성(去聲)인 단어다. 따라서 중풍은 [중:풍]으로 읽는다. 평상거입(平上去入) 사성 중 상성과 거성은 길게 읽어 변별(辨別)하는 것이 우리말 전통이다. 대조적으로, 같은 글자인데도 '가운데' 뜻 중앙(中央)의 中은 평성이다. [중앙]으로 읽는다. 그런데 이를 달리 표시한 사전도 있다.

中자는 갑골문에서도 보이는 유서(由緖) 깊은 글자다. 글자 만든 지 최소한 3천년 이상이 됐다는 얘기다. 옛 글자는 군대(軍隊)의 한 가운데에 세운 기(旗)의 모양으로 파악된다. 시대 흐르며 그 기의 깃발이 글자에서 탈락했다. 나중 모양(현대 글자체)으로 볼 때 어떤 물건의 한 가운데를 뚫은(맞힌) 것으로 해석할 이유도 생겼을 것이다. 한자는 그림이다.

동의보감 해설에서 보듯, 그 시절 병의 증상은 '풍증(風證)'처럼 증거 證자였다. 증상(症狀)의 症은 證의 새 속자(俗字)로 오로지 병의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어문연구가 최한룡 선생의 저서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우리 한자사전인 전운옥편에는 아예 症자가 없다. 시대에 따라, 필요에 따라 언어(문자)가 변하는 모습의 본보기 중 하나다.

강상헌 언론인 ·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글자 일부인 녁(疒)자는 침대를 그린 것으로 '병들어 눕다'는 뜻, 여기에 소리요소를 겸한 정(正)자 들어간 症에 다른 글자 이어 수많은 병의 이름을 짓는다. 자주 보이는 글자, 하지만 좋아할 글자는 아니다. 증상(症狀) 통증(痛症) 염증(炎症) 현기증(眩氣症) 야뇨증(夜尿症) 빈혈증(貧血症) 골다공증(骨多孔症) 축농증(蓄膿症) 변비증(便秘症) 후유증(後遺症)…. 그래서 병 이름 중풍을 이르는 뇌졸중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병증이란 뜻에 치중해 생각한 나머지 '뇌졸증'이라 착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글로 봐도 '증'으로 오인하기 쉽다. 뇌졸증이라고 해도 여러 사람들이 대충 알아듣기는 하겠지만, 옳게 쓰고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언론인이나 의료 부문 '전문가'라면, 다른 이들의 앞에 서는 직책은 더 그렇겠다.

< 토/막/새/김 >

전통의학에서, 인간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의 작용 또는 환경의 변화를 육기(六氣)라고 한다. 바람 풍(風), 추울 한(寒), 더울 서(暑), 습기 습(濕), 건조할 조(燥), 불 화(火) 등이 그것. 이 여섯 요소가 자연스러움을 지나 인간 생리의 적응 범위를 넘으면 신체의 조화가 깨진다. 이를 육음(六淫)이라 한다. 淫은 어지럽힌다는 뜻. 이 중 으뜸 요소로 風을 꼽는다. 육기와 육음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氣의 주고받음과 갈마듦 즉 교호(交互)를 이르는 개념이다. 문자(文字) 보듬으면 세상이 더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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