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아마데우스의 영혼, 인구 15만 소도시를 먹여살리다

2013. 8. 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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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여름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모차르트 고향..음악에 취하고 古城에 반하고45일동안 245개 공연 관람객 28만명 '발길' 경제효과 4140억 달해

태양이 작열하던 하늘은 갑자기 소나기를 퍼부었다. 오스트리아 '음악 도시' 잘츠부르크 날씨는 작곡가 모차르트(1756~1791)처럼 변덕스럽다. 묀히스베르크산 꼭대기에 우뚝 선 호엔잘츠부르크성 위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비처럼 음악이 쏟아지는 도시이기도 하다. 1920년 모차르트의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세계 최대 음악ㆍ연극축제다. 지난달 19일 개막해 9월 1일까지 극장 14곳에서 245개 공연을 펼친다. 78개국 28만여 명(2012년 결산)이 몰려와 아름다운 선율과 고성(古城)의 풍광에 넋을 잃는다. 예술적 완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이 축제의 대부분 공연은 매진! 티켓 판매 수입만 2822만유로(약 423억원)에 달한다. 항공사, 호텔, 상점, 레스토랑 등이 누리는 특수까지 합치면 경제효과는 4140억원을 넘긴다. 모차르트의 영혼이 축제 기간에 인구 15만명의 소도시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의 생가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잘자흐 강변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온다. 게트라이데 거리에 위치한 노란색 건물로 그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악보와 편지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잘츠부르크 축제극장(Festspielhaus)이 서 있다. 건물 외관에는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독일 작곡가 바그너(1813~1883)와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1813~1901)의 초상화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이 축제의 원래 주인공 모차르트가 200번째 생일을 맞은 두 후배 작곡가에게 간판 스타 자리를 양보한 것 같았다. "바그너와 베르디 생일 축하하네. 내 고향에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하네."

생일 파티는 두 작곡가의 오페라 6편으로 성대하게 열렸다. 베르디의 '팔스타프' '나부코' '돈카를로' '잔다르크', 바그너의 '리엔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명가수)'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전 세계 관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섰다. 드레스와 턱시도,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입던 독일어권 전통의상 드린딜, 일본 기모노 등을 곱게 차려 입었다. 반팔 셔츠에 등산화를 신고 온 동양 여성도 있었다. 그처럼 축제 분위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아 10년 만에 원피스를 장만했다. 객석 절반 이상은 백발의 신사와 숙녀가 차지했다. 제대로 걷지 못해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를 타고 올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티켓 가격이 비싸고 진정한 애호가들이 왔기 때문에 '악장 간 박수'도 없었고 졸지 않았다. 최고의 공연을 펼친 예술가들에게는 발을 구르면서 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마음에 안 들면 거침없이 "우" 하며 야유를 보냈다. 그 울림이 섬뜩할 정도로 컸다.

◆ 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 '팔스타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는 세계 최고만 설 수 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페라 반주를 맡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 축제의 꽃도 오페라다. 정상급 연출자와 무대 스태프, 성악가 군단이 최상의 무대를 선사한다. 티켓값은 25유로(약 3만7000원)~400유로(약 60만원). 만약 이 무대를 통째로 국내로 옮겨온다면 값은 천정부지로 솟을 수밖에 없다.

올해 기대작은 다미아노 미키엘레토가 연출한 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 '팔스타프'다. 지난해 푸치니의 '라 보엠'을 파격적으로 풀어내 화제가 된 그는 이탈리아 출신이다. 올해는 고국 작곡가 베르디를 추모하는 공연 '팔스타프'를 선사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무대막에 베르디 생가를 찍은 영상이 흘렀고, 막이 열리면 거실에도 베르디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비극에 집중하던 베르디가 말년에 희극으로 돌아선 작품이 바로 '팔스타프'다. 동네 남녀 9명이 남의 여자를 탐하는 뚱보 기사 팔스타프를 골탕 먹이는 내용이 익살스럽게 펼쳐진다. 연출자는 무대 소품도 연기를 하게 만들었다. 팔스타프가 추파를 던진 여인 알리체의 남편 포드가 질투에 사로잡힐 때는 샹들리에 전구들이 터지고 커튼이 마구 흔들린다.

◆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올해 잘츠부르크는 바그너의 성지인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 공연작을 피해 '리엔치'와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를 골랐다. 지난 9일(현지시간) 5시간 30분 동안(쉬는 시간 1시간) 공연된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다. 독특하고 기발한 연출은 갈채를 받았으나 음악은 외면받았다.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 에파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 안나 가블러, 발터 폰 슈톨칭 역할을 맡은 테너 로베르토 사카는 관객의 비난을 받았다. 독일어권 청중은 바그너의 오페라에 대해서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독일의 정신을 담은 오페라이기 때문이다. 대단원에 "신성로마제국은 사라져도 독일 예술은 영원할 것"이라는 합창 가사에서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공연의 백미는 연출가 스테판 헤르하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였다. 극을 이끌어가는 구두 장인 한스 작센의 집 책상과 장식장을 클로즈업시킨 무대 세트에서 공연을 펼쳐나갔다. 마치 거인국에서 소인들이 공연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바그너의 음악세계는 위대하다는 것을 웅변했다. 무대 가운데에는 바그너의 두상이 놓여 있었다.

◆ 클래식 미래 키우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원래 주인공인 모차르트의 오페라 '루치오 실라' '코지 판 투테' '어린이를 위한 마술피리' '어린이를 위한 후궁으로부터의 도피'도 관객을 찾았다.

지난 8일(현지시간) 공연된 '어린이를 위한 마술피리'는 그림동화 같은 오페라였다. 무대 위에 놓인 큰 책의 책장을 넘겨 세워 배경을 만들었다. 달빛 아래 으스스한 나무들, 불, 빙하, 사막 그림이 펼쳐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됐다.

'마술피리'는 사악한 밤의 여왕 딸 파미나 공주와 타미노 왕자의 러브스토리다. 왕자는 마술피리의 힘을 빌려 공주를 구하고 사랑이 이뤄진다. 새잡이 파파게노는 그 험난한 여정을 돕는 감초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새잡이 파파게노가 주인공이 됐다. 그는 팬플루트를 불며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어린 관객들의 인내심을 고려해 원작의 공연시간은 2시간 40분이지만 1시간으로 줄였다. 걸을 수 없는 아기도 관람이 가능하고 아이들이 마음대로 객석을 들락거려도 된다.

■ 지휘자 카라얀 축제를 키우다

축제극장 옆에는 카라얀(1908~1989) 광장이 있다.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지휘자이자 20세기 클래식 음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고향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아 세계 최고의 여름 음악 축제로 키웠다. 1967년에는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까지 만들었다.

카라얀이 축제의 명성을 끌어올렸지만 설립자는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지휘자 플란츠 샬크,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무대미술가 알프레드 롤러,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 등 5명이다. 1920년 8월 22일 대성당 광장에서 호프만스탈의 '예더만(만인)'을 공연하면서 축제의 역사가 시작됐다. 1938년 히틀러가 잘츠부르크를 함락한 후에는 나치 선전장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침체기에 빠졌던 축제를 살린 사람이 바로 카라얀이다. 1948년부터 축제 무대에 서다가 1956년 예술감독에 올라 축제의 위용을 빛냈다. 소금 무역으로 발전한 잘츠부르크가 '음악의 도시'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도 도시의 명성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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