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틸다 스윈튼, '설국열차' 가면 벗으니 더 빛나는 이 배우

신소원 기자 2013. 8. 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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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배역 혹은 작품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얼굴이 망가지거나 혹은 젠더 밴더(Gender bender,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할 수 없는 캐릭터) 역할까지도 감내했다. '나니아 연대기'에서 요정이었던 그는 이번 캐릭터에서 철저히 자신을 버리는 역할로 국내 관객들을 '팬'으로 만들어버렸다.

틸다 스윈튼이 '설국열차'에서 맡은 역할인 메이슨은 본래 남성 캐릭터였다. CW-7이라는 열차의 수장인 윌포드의 심복이 다소 우스꽝스러운 여성 캐릭터로 바뀌기까지,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을 프랑스 칸느에서 만나, 먼저 감독에게 "내가 당신의 팬이다.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며 역제안을 했을 정도라 하니, 봉준호 감독에 대한 신뢰는 작품 전부터 견고했다.

내한 당시 만난 틸다 스윈튼은 인터뷰 방을 옮겨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그는 본지 기자가 있는 마지막 방에 들어오더니 "마지막 칸이다. 꼬리칸인가?"라며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돋웠고, 심지어 "UN 총회의 최종 회의다. 이번에 여기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라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심도있는 표정으로 인터뷰 질문을 맞이했다.

"이상하리만큼 한국이 편안했다"고 밝힌 틸다 스윈튼의 '설국열차'에 대한 생각은 무엇일까.

◇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예술+정치+엔터 고루 갖춘 영화"

자신이 먼저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로 작품과 봉준호 감독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과의 '설국열차' 작업에 대한 생각을 묻자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더욱 빛내며 대답했다.

틸다 스윈튼은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어요. 이거 '걸작이야!'라고 말이죠. 아니면 '대작이야!', '완벽해'라는 말로도 형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정말 앞뒤가 기똥차게 들어맞잖아요. 달인이 만든 영화인데 어찌 안 그러겠어요?"라며 되물었다.

이어 틸다는 '설국열차'가 하나하나 손 지장을 찍으며 손 때 묻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장면 하나하나에 봉준호 감독의 손 지장이 찍혀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대작이 아닐 수 있겠어요.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인데, 그와 같이 비교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앞뒤 똑같은 내용이나 영화가 갖고 있는 고리타분한 모습, 금기시되는 모습들을 다 배제한 영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예술적이고 정치적이면서도 엔터테이너적인 모습을 다 갖추고 있죠.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그에게 이번 캐릭터에서 메이슨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정도로 새로운 캐릭터를 보였다고 말하자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우리 내면에 모두 여자, 남자가 다 살아있어요. 당신도 말이죠. 양면을 다 가지고 있고 그걸 전 형상화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라며 젠더 벤더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최근 한국에 '~사단'이라는 말이 있다고 말하자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면 그 사단에 저를 꼭 끼어 넣어주길 바랍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얘기가 나오면 전화주세요"라며 유쾌하게 봉준호 감독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 "엽기적 캐릭터, 유치원에서 놀 듯 재미있게 만들었죠"

앞서 봉준호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틸다가 너무 유쾌하게 작업해서 할리우드 배우 같지 않았다"며 그의 밝은 성격을 전했다. 그렇다면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에 어떤 특별함을 느껴서 그토록 신나게 작업을 한 것일까.

틸다 스윈튼은 "우선 영화의 완벽한 구조가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밝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역할이든 메이슨만큼 집어넣어요. 그런데 명백히 밝히자면 이번 메이슨이라는 역할의 가면이 눈에 확 띄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겠네요"라며 너무나 드러나는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인 풋'(In put)이 눈에 띄는데, 엽기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는 봉준호 감독과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놀이하듯이 만들어냈어요"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출연작인 '아이 엠 러브'(I am Love)나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등을 열거하며 "그런 작품에서도 똑같이 캐릭터에 가면을 씌우는데 그 때는 진실된 역할을 했다면, '설국열차' 메이슨은 너무나도 가면이고 또 워낙 외모가 그러니까 드러나는 것뿐이에요"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그는 자신이 연기한 메이슨이 '지도자'인 것에 대해 "지도자를 만드는 데 있어서 요즘 영화들의 최신 경향이, 어떤 지도자를 만들어 놓고 '인간적이야'라는 것 끄집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요. 지도자가 왜 우리와 비슷하고, 왜 우리와 동등한지에 대해 느끼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저는 그런 것엔 관심 없거든요"라고 밝혔다. 결국 틸다가 '설국열차' 메이슨 역할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최고 권위자인 윌포드와 꼬리칸 사람들 사이에서 철저히 망가지고 희화화되는 새로운 캐릭터였다. 그는 메이슨 캐릭터에 대해 관객들에게 인간적인 의미를 구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더 괴물을 만들어낼까, 독재자와 같이 가식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성향을 드러내는 정치적인 인물로 그려내고 싶었죠"라며 "잘 표현이 됐던가요?"라고 어린 아이 같은 표정으로 되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 틸다 스윈튼의 인생을 바꾼 故 '데릭 저먼' 감독

1986년 '카라밧지오'로 데뷔 이후 틸다 스윈튼은 약 30여 년 간을 배우로서 살아왔다. 그의 본래 꿈은 전혀 배우가 아니었지만, 데릭 저먼 감독을 만나고 그의 인생을 180도 달라졌다. 이에 틸다 스윈튼은 데릭 저먼 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릴 만큼 그와 꾸준히 작품을 함께 했고, 틸다는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마저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994년, 데릭 저먼 감독은 '글리터버그'를 유작으로 남기고 사망했다. 데릭 저먼 감독은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틸다는 "그가 제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연기를 하고 있지 않았을 겁니다"라며 "그는 제 인생에 기적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원래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고, 원래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학생일 때 반신반의로 데릭에게 끌려서 연기에 입문을 하게 됐고, 9년 동안 7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서로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로 지냈어요. 저는 그에 의해 맞춰진 연기자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그가 결국 영화제작자로서 저를 연기자로 만든 거죠"라며 각별했던 그와의 사연을 전했다.

이어 그는 "데릭이 하늘나라로 갔을 때는 정말 길을 잃었고 절친을 잃었고 제 연기에 대한 방향까지도 잃어버렸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데릭과 일을 했던 사람들을 데릭이 죽고 난 다음에 영화 촬영장에서 다시 만나면 데릭이 했던 방식대로 움직인 다는 거예요. 그가 없어도 그가 했던 방식대로 하는 걸 보면, 데릭이 우리를 자신의 기술로 조련했다고 볼 수 있죠. 정말 프로페셔널한 감독이에요"라며 그에게 존경을 표했다.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 그는 반 이상을 데릭 저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각별했던 사이와 함께, 그가 이뤄냈던 업적을 전하며 "현재 영국에서 독립영화임에도 국가에서 지원을 하고 상영을 할 수 있는 것은 데릭의 영향력이 컸다"며 그가 영국 영화산업에 남기고 간 것들을 언급했다. ◇ '틸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나는 행복한 사람"그는 1960년 생으로 50세의 나이를 훌쩍 넘고 두 아이의 어머니이지만 데뷔 때와 거의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외모를 갖추고 있다. 그에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에 출연했기 때문에 점점 더 젊어지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재미있네요"라며 "저는 무척 게으른 사람이에요. 매번 촬영하는 영화를 마지막 영화로 생각할 정도죠. 젊어지는 비결은, 좋은 음식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고 행복하자는 주의인데 그걸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에 드는 곳에 살고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이 정말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전 방부제는 먹지 않아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기억하세요. 인생은 항상 조금씩 나아집니다"라고 전했다.

그에게 '설국열차'가 본인의 인생에서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지 묻자 "데릭과 같아요"라며 "봉준호 감독과의 우정, 전우 의식이 '설국열차'를 통해 첫 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봉준호 감독과 아쉽게도 두 번 다시 영화를 찍을 수 없다고 해도, 놀이 친구로라도 남을 거예요. 그는 정말 유쾌한 놀이 친구거든요"

틸다 스윈튼은 유쾌한 인터뷰를 마치고, 국내에서 여러 방송에 출연해 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후 그는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아들 딸과 6개월 만에 재회 후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출국했다. '설국열차'만으로도 아쉬웠던 틸다 스윈튼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었던 유쾌한 시간에서 더욱 빛났던 것은 그의 외모와 더불어 '설국열차'에 대한 애정과 배우로서의 진지한 자세였다.

신소원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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