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육감은 혁신학교 공격대신 교육혁신을 논의하라

2013. 8. 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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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원의 교육창고] 혁신학교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은 우익정치진영논리

[미디어오늘 권재원 풍성중 교사·교육학 박사]취임 이후 지난8개월 동안 문용린 교육감이 언론에 가장 노출된 이슈는 혁신학교와 관련된 이슈였다.혁신학교에 대한 정책평가,감사,그리고 혁신과 무관한 엉뚱한 평가지표 개발 등이 그것이다.혁신학교 탄압이라는 반발에 대해서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학교당 연간1억 이상의 추가 예산을 사용한 혁신학교가 평가를 기피하는 것은 부도덕하다며 맞삿대질을 했다.

혁신학교가 학교당 연간1억 이상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는4년단위 사업인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이 정도 큰 규모의 사업 계획에는 이미 사업에 대한 평가 절차와 방법이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 정상이다.서울형 혁신학교의 경우는 자체평가에서부터 외부평가에 이르는 다양한 연차별 평가방안이 이미 계획되어 있으며,해당 평가가 시행되고 있다.그런데 여기에 또 다시 추가적인 감사와 평가를 하겠다고 나서니 탄압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게다가 문용린 교육감의 혁신학교에 대한 이런 엄격한 잣대는 입시부정을 비롯한 각종 비리의 백화점으로 밝혀진 국제중학교와 비교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공평하다.박근혜 대통령의 뜻까지 거스르면서 영훈 국제중을 방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혹시 문교육감이 영훈재단에 뭔가 약점 잡힌거라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관련기사: http://www.y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46).

그런데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이념이 문용린 교육감이 학자시절에 주장했고,책을 내어 돈을 벌기까지 했던 행복교육,행복한 학교의 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실제로 그는 교육감 선거에 나서기 전까지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론을 적절히 융합한 행복교육을 설파했다.(관련기사 http://maummonthly.com/magazine/contentsPrint.php?idx=314)

물론 몰입과 창의성에서 영역과 분야 등 사회적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한 칙센트미하이의 사상을 개인적 노력만으로 몰입과 행복에 도달할수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는 문제는 있지만,문용린 교육감의 행복교육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존의 학교 체제는 결코 학생을 행복하게 만들수 없음이 자명하다.그리고 그나마 혁신학교는 행복을 향해 한 발 더 나간 학교라는 것도 명백하다.그런데 그는 이런 자신의 주장을 깡그리 무시했다.심지어 혁신학교를 평가하겠다며 들이 댄 지표에는 그가 그토록 강조한 학교 구성원의 행복과 만족은 거의 반영되어 있지도 않았다.

이렇게 학자가 자기 주장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는 딱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정치논리이거나 경제논리다.환경 대재앙임이 명백해진4대강 사업을 과학의 이름으로 찬양했던 학자들의 비뚤어진 모습을 통해 우리는 정치논리가 학자의 소신과 양심을 얼마나 더럽히는지 이미 확인한 바 있다.고대 선비들은"어찌하여 이익을 말하느냐,오직 인의가 있을 뿐이다."라고 일갈했지만, 2013년 대한민국의 선비들은"어찌하여 인의를 말하느냐,오직 이익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의 혁신학교 공격도 마찬가지다.그는 교육감 선거에 나선2012년12월까지,심지어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에도 한동안 혁신학교에 대한 어떤 공식적이고 논리적인 비판을 가한 바가 없다.오히려 그 동안 혁신학교를 비판했던 쪽은 한국 교총,뉴라이트 교육연합 등 우익 교육단체들이었다.이들의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은'혁신학교는 진보좌파의 정치적 거점'이라는 이명희 뉴라이트 교수의 말 속에 압축되어 있다(관련 기사 http://eduweek.ejungang.com/news/view.asp?idx=3280&msection=1&ssection=1).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혁신학교가 어떤 교육학 이론에 기반하고 있는지,어떤 교수-학습 방법을 지향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이들은 오직 혁신학교의 구성원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이들의 주장을 아무리 많이 모아 보아도 전교조 교사의 비율이 다른 내용이 없다. '교총도 협약학교란 이름의 혁신학교 대항마를 세워야 한다.'라는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은 이들이 혁신학교를 우리나라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의 하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싸워 이겨야 할 좌파들의 학교로 보는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있음을 잘 보여준다.그리고 문용린 교육감은 이들 보수단체들의 삼고초려와 추대에 의해 보수단일후보로 출마했다.그러니 문용린 교육감이 수구 우익의 진영논리에서 자유롭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물론 자기 진영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오직 학문과 진리의 기준에 따라서만 말하고 행동하는 그런 학자들도 있다.특히 사람들은 진보진영 보다는 보수진영에 그런 학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실제 그런 학자들을 흔히'참 보수'라고 부르기도 한다.지난2012년 교육감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이수호 후보 대신 문용린 후보를 선택한 이유 중 상당수도 여기에 있다.

유권자들은 당시 문후보에서 보수 단일후보를 본 것이 아니라 명망높은 교육학자를 보았다.민주노동당 대표까지 지낸 상대후보에 비해 정치적인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논리에 따라서 의사결정 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던 것이다.요컨대 유권자들은 진영교육감 대신 교육전문가를 선택한 것이지,좌파 교육감 대신 우파 교육감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이는 곽노현 교육감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부정부패 교육감 대신 강직한 교육감을 선택한 것이지,우파 교육감 대신 좌파 교육감을 선택한 것이 아님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익 교육단체들의 혁신학교에 대한 비방은 진영논리로 보더라도 사리에 맞지 않다.일부 보수언론의 주장대로 몇몇 혁신학교에 전교조 교사들이 집중적으로 전보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그것은 결과론일 뿐이다.전교조이건 교총이건 누구라도 학교가 혁신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하는 교원들이 모여서 혁신학교 준비모임을 구성하면 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할수 있었으며,이런 준비모임이 잘 갖춰진 학교라면 대개 혁신학교로 지정 받았다.실제로 전교조와 무관하게 교장을 중심으로 동아리가 구성되어 혁신학교 지정을 받은 학교도 상당수 있었다.

물론 학교 혁신을 연구하는 혁신학교 예비 동아리에 전교조 성향 교사들이 더 적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이것은 혁신학교의 좌편향 증거가 아니라 한국교총의 혁신에 대한 무관심과 나태함의 증거일 뿐이다.이군현 의원이 바른말을 했다.혁신학교를 무작정 공격할 것이 아니라 교총도 열심히 모여서 공부하고 혁신학교를 만드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리고 문용린 교육감도 혁신학교를 공격하지 말고,교총을 자극하여 교육혁신에 앞장서게 만드는 것이 진영에 훨씬 도움이 된다.그리하여 전교조와 교총을 모두 아우르는 서울교육혁신의 장도에 나서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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