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아이드걸스, 힘 빼고 다시 한번 고

강수진 기자 2013. 8. 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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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제아, 가인, 미료, 나르샤)는 2006년에 데뷔했다. 그때만 해도 리듬앤드블루스나 솔을 주로 부르는 보컬 그룹이었다. 팀 이름 자체가 남성 보컬 그룹의 대명사였던 '브라운아이즈'에서 파생했다. 이렇게 주목받는 걸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멤버들도 미처 알지 못했다고 했다.

"데뷔 무렵 우리는 얼굴 없는 가수(음원위주로 활동하는 가수를 일컫는 말)였다니까요. 호호."(제아·32)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속사 내가네트워크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올해로 팀을 결성한지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데뷔는 2006년 3월에 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행보는 가요계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보컬 그룹이었던 이들은 수개월 뒤 래퍼 조PD와 발표했던 '홀드 더 라인'이란 곡을 계기로 빠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호응은 생각보다 컸다.

2009년 3집 수록곡 '아브라카다브라'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보컬그룹인 이들은 인기 걸그룹으로 탈바꿈했다. 노래실력에다 춤 솜씨까지 갖췄다는 것이 가요팬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이들이 췄던 안무 '시건방춤'은 특유의 중독성이 있었다. 이 즈음 사람들은 '브라운아이드걸스'를 '브아걸'로 줄여 부르기 시작했다. 유명해진 그룹이나, 드라마, 영화 등은 보통 약어로 호칭된다.

지난 4월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선배 가수 싸이가 '젠틀맨'에 사용할 안무로 자신들의 '시건방춤'을 재활용하면서 해외에서도 유명해졌다. 멤버 제아는 "해외를 가면 확실히 달라진 반응을 느낄 수 있다"면서 "우리의 춤과 노래 '아브라카다브라'를 더욱 열광적으로 좋아해준다"고 말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가인(27)은 "(외국 사람들이) 이름을 정확히 떠올리지는 못해 '싸이걸'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는 "'젠틀맨' 뮤직비디오 출연은 재미있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부연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지난달 말 발표된 <블랙박스>는 이들의 정규 다섯번째 앨범이다. 타이틀곡은 '킬 빌'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제목과 같다. 나르샤(32)는 "일종의 오마주"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너무 강렬한 것만 했던 게 아닌가 싶어 좀 편안하고 다소 코믹하게 다가려고 이번 콘셉트 같은 노래를 들고 컴백했다"고 말했다.

2009년 '아브라카다브라'의 흥행 이후 매 앨범을 제작할 때마다 적잖은 부담감이 밀려든다. 멤버들은 이럴 때일 수록 힘을 빼는 것이 현명한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신작 뮤직비디오는 영화 <킬 빌> 속 장면들을 영상으로 재현한다. 멤버들이 주요 배역을 연기했다. 사이 사이 멤버들은 안무가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춘다. 미료(32)의 랩이 흥겨움을 더한다.

제아는 "영화 <킬 빌>의 패러디로 유쾌하게 봐주었으면 하는데, 영화를 잘 모르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고 심지어 뮤직비디오를 너무 진지하게 봐서 걱정"이라며 웃었다.

새로운 안무는 '시건방춤'을 제작했던 안무팀 야마앤칙스가 다시 맡았다. 나르샤(32)는 "모르긴 해도 이제 우리와 한 몸이 되어버린 안무팀 역시 고민과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새 노래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파워풀 한 것보다는 따라하기 쉽고, 코믹한 느낌의 춤이 나왔다"고 말했다.

'시건방춤'과 마찬가지로 안무 이름은 대중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돈세는 춤', '쎄쎄쎄 춤' 등의 표현이 인터넷에서 많이 보인다고 한다. 안무에는 돈을 세는 듯한 율동과 발을 마름모꼴로 옮기는 '다이아몬드 스텝'이 등장한다.

노래는 일렉트로닉 댄스의 범주를 벗어났다. 레트로(복고풍) 사운드에 현대적 셔플 리듬을 가미한 팝 장르다. 멤버 제아가 작곡가 이규현과 함께 만든 작곡팀 '캔디 사운드'가 '킬 빌'의 작곡·작사 등의 작업을 책임졌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앨범 수록곡 상당수를 자작곡으로 채워온 팀이다. 앨범 수록곡 9개 중 8개가 빠른 속도의 노래다. '날아갈래'는 흑인 힙합풍, '미스터리 슈퍼바이저'는 섹시한 팝댄스를 지향한다. '레시피'에는 인기 힙합 프로듀서인 프라이머리와, 힙합 그룹 다이나믹듀오의 멤버 최자가 힘을 보탰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꾸준히 변신해왔다. 보컬그룹에서 걸그룹이 됐고, 지난해 연말엔 여성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성인들만 출입할 수 있는 이른바 '19금' 콘서트를 열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멤버 가인과 나르샤는 영화와 드라마도 곧잘 찍고 있다.

제아는 "동료들이 노래 외에 춤, 연기, 예능 등도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얼굴 없는 가수로 멈추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끼가 아까웠겠나"라고 되물었다. 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많다. 나르샤는 "힙합의 피가 끓고 있다"면서 꼭 한번 강렬한 힙합 걸그룹이 되고 싶다고 했고, 제아는 "브라질 음악과 가요를 섞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차더라도 오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 또한 가득하다. 제아는 데뷔 15년차를 맞는 남성그룹 신화를 거론하며 "여성그룹으로서 신화가 써내려갈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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