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웬수..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2013. 8. 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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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반등 기미 안보여 밤잠 설치는 하우스푸어..전셋값 인상 · 월세 전환 등쌀에 밤새 뒤척이는 세입자들

집값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 밤잠을 못 자고 있다. 집값이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7월 24일 주택공급 조절을 골자로 한 정부의 '4·1부동산대책' 후속조치가 발표됐지만 부동산시장은 아직 냉랭하다. 매매가는 계속 미끄러지고 있고, 전셋값은 오름세다.집주인은 전세 세입자에게 월세로 전환하자는 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다.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지만 가장 편안해야 할 집 때문에 가장 불편하고, 그 집에서 밤잠 못 들고 있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연일 추락하는 집값=찔끔 올랐던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6월 말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와 함께 7월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쳤기 때문이었다. 집값 하락으로 대출을 끼고 주택을 매입했던 집주인이 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제 집값이 대출이자 등을 고려한 투자 원금을 되찾는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건 포기했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당초 아파트 매입단가에서 30%가량 현 시세가 떨어졌다는 직장인 A(44) 씨는 "매달 월급으로 은행 이자를 갚고 나면 허무하다"며 "앞으로 정부가 정책을 잘 써 집값이 안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 전셋값은 상승=집값 하락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집을 사봤자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니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집을 살 여유가 있어도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니 그냥 기존 전셋집에 머물거나 새로운 전세만 찾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셋값은 연일 상승세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겨우 은행 대출로 메우고 있는 '렌트푸어'도 늘어난다. 전세 재계약 때만 되면 10~20%씩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집주인 등쌀에 밤잠을 설쳐야 한다. 보통 2년 전세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 때문에 집주인이 전세계약을 1년으로 하는 게 유행처럼 돼버렸다.

서울 강남 투룸에 전세를 사는 직장인 B(31ㆍ여) 씨는 "작년 9월 전세계약을 했고 다음달 다시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전세금을 2000만원 올려 달라고 해서 고민"이라며 "은행에서 더 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서울 외곽 지역으로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63% 올랐다. 서울은 3.65%, 수도권은 3.91%, 지방이 2.74% 상승한 바 있다.

집값 하락, 전셋값 상승…. 대한민국 국민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지만, 집값만 보면 가장 편하지 못하다. 언제쯤 두 다리 펴고 편히 잠을 잘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DB]

▶전셋값은 뛰고… '월세' 가자니 비용 부담 크고=전셋값이 뛰는 이유는 수요는 늘어나는데 전세 물량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자는 집값 하락 전망으로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데, 임대를 놓는 집주인은 저금리 기조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난다. 최근 전세 물량은 품귀현상을 빚는 반면, 월세 물량은 넘쳐나는 지역이 많아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L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기존 전세도 월세나 반전세(기존 전세보증금에서 전세 상승폭만큼만 월세 전환금으로 내는 방식)로 돌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전세는 물건이 나오면 무조건 거래되지만 월세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남아돈다"고 말했다.

월세 물량이 늘어나면서 월세는 내려가는 추세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전셋값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연간 이자율인 월세 전환율은 6.68%로 2002년 이후(2002년 12월 기준 10.04%)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전세보증금이 1억원이면 2002년엔 연간 1040만원을 월세로 나눠내야 했다면 지금은 668만원만 내면 된다. 그럼에도 세입자 입장에서는 아직 전세에 사는 게 월세보다는 훨씬 유리하다. 4%대로 이용할 수 있는 전월세 대출상품도 최근 많아지는 등 여전히 은행 이자가 많이 싸기 때문이다.

그러니 갑자기 전세를 월세로 돌리자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는 세입자의 한숨은 더 커진다.

지난주 월세로 돌리자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은 C(28) 씨는 "월세로 전환할 경우 은행 대출을 통해 전세로 살면서 이자를 낼 때보다 거의 곱절 이상은 더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깡통 전세'의 급증=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떼이는 '깡통 전세'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대한민국 서민이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직장 초년생인 D(31) 씨는 작년 말 취업이 되면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인근에 작은 원룸형 빌라를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 5000만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D 씨가 전세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자신을 엄마같이 생각하라는 집주인이 원룸형 빌라를 담보로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이자를 내지 못했던 것. 결국 새마을금고는 이 원룸형 빌라를 경매에 부쳤고, 집주인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D 씨가 살던 집에 세를 살던 10여가구 전셋집 세입자는 모두 같은 신세였다.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고, 집주인을 상대로 가압류 등을 신청해 보려고도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D 씨는 "집주인은 어찌됐든 상당한 재산도 있는 사람인데 나같이 전재산이 은행 대출금 5000만원인 사람은 어디서 하소연을 해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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