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집 값 때문에 잠 못 드는 대한민국..

2013. 8. 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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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집 값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밤 잠을 못 자고 있다. 집값이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24일 주택공급 조절을 골자로 한 정부의 '4·1부동산대책' 후속조치가 발표됐지만 부동산 시장은 아직 냉랭하다. 매매가는 계속 미끌어지고 있고, 전셋값은 오름세다.

집주인들은 전세 세입자들에게 월세로 전환하자는 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지만, 가장 편안해야 할 집 때문에 가장 불편하고, 그 집에서 밤 잠을 못들고 있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연일 추락하는 집값= 찔끔 올랐던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6월 말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와 함께 7월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쳤기 때문이었다. 집 값 하락으로 대출을 끼고, 주택을 매입했던 집주인들이 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제 집 값이 원금까지 오르는 것은 포기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오히려 몇년전에 샀을 때 가격만큼만 올라가 준다면 고마울 뿐이라고 한다.

당초 아파트 매입단가에서 30% 가량 현 시세가 떨어졌다는 직장인 A(44) 씨는 "매달 월급으로 은행 이자를 갚고 나면 허무하다"며 "앞으로 정부가 정책을 잘 써 집값이 안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 전셋값은 상승= 집값 하락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집을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줄어들었고, 집을 사봤자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을 살 여유가 있었도 전셋집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셋값은 연일 상승세다. 여유가 있으면 전셋집에 사는 이들이야 상관 없겠지만, 전셋값도 겨우 은행 대출로 메우고 있는 이들이 문제다. 전세 재계약 때만 되면 10~20%씩 전셋값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 등쌀에 밤 잠을 설쳐야 한다. 보통 2년 전세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세계약을 1년으로 하는 게 유행처럼 돼 버렸다.

서울 강남 투룸에 전세를 사는 직장인 B(31ㆍ여) 씨는 "작년 9월 전세 계약을 했고 다음달 다시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전세금을 2000만원 올려 달라고 해서 고민"이라며 "은행에서 더 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서울 외곽 지역으로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63% 올랐다. 서울은 3.65%, 수도권은 3.91%, 지방이 2.74% 상승한 바 있다.

▶전셋값 상승…월세 상승으로 이어져= 전셋값 상승은 이미 월세 상승으로 전염됐다. 4000만원하는 전셋집을 월세로 돌릴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 식이다. 월 10%라는 고금리를 적용하는 셈이다.

은행이자가 하락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세로 목돈을 받은 뒤 돈을 굴릴 때가 마땅치 않은 집주인들이 아예 월세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월세로 돌리자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은 C(28) 씨는 "월세로 전환할 경우 은행 대출을 통해 전세로 살면서 이자를 낼 때보다 거의 곱절 이상은 더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한숨쉬엇다.

그나마 전셋집의 월세 전환 증가와 함께 싱글족들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공급 증가로 인해 월세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월세는 전국적으로 0.2% 하락했고, 서울은 0.4% 하락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월세 거주하는 이들이 체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깡통전세'의 급증=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떼이는 '깡통 전세'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대한민국 서민들이 밤 잠을 설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직장 초년 생인 D(31) 씨는 작년 말 취업이 되면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인근에 작은 원룸형 빌라를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 5000만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D 씨가 전세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자신을 엄마같이 생각하라는 집주인이 원룸형 빌라를 담보로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이자를 내지 못했던 것. 결국 새마을금고는 이 원룸형 빌라를 경매에 붙였고, 집주인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D 씨가 살던 집에 세 살던 10여 가구 전셋집 세입자들은 모두 같은 신세였다.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고, 집주인을 상대로 가압류 등을 신청해 보려고도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D 씨는 "집주인은 어찌됐건 상당한 재산도 있는 사람인데 나 같이 전재산이 은행 대출금 5000만원인 사람은 어디서 하소연을 해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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