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기 전에 먹어야 할 콩국수 5선

2013. 8. 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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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여름의 절반이 지나갔다. 이제 삼복 중 말복만 남겨두었다. 여름철 무더위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꼭 미운 손님으로만 볼 수도 없다. 더위가 없었더라면 시원한 물놀이며 여름철 제철 음식 맛의 즐거움도 몰랐을 것이다. 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살려주고 땀 흘린 몸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데 콩국수만한 음식도 드물다. 등목을 한 뒤 매미 우는 당산나무 그늘 밑 평상에서 차가운 콩국수를 먹어본 사람만이 여름의 참맛을 안다. 여름을 여름답게 만들어주는 음식 콩국수, 이제 그 맛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름만 되면 비온 뒤 버섯 피듯 콩국수 파는 집이 부쩍 는다. 재료나 조리과정이 단순한 음식이어서 콩국수 맛도 다 거기서 거기다. 그래도 이왕이면 개성과 정감이 있는 콩국수가 더 낫지 않을까?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쯤 먹어볼 만한 콩국수 5선을 소개한다.

여름철 몸에서 빠져나간 땀과 기운, 콩국물로 채워줘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콩은 최고의 식물성 단백질원이다. 콩국수의 국물인 콩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에서 즐겨 먹었다. 특히 중국인들은 아침에 요우티아오(油條)라는 중국식 과자를 콩국물에 찍어먹거나 말아 먹는다. 일종의 아침 간편식인 것이다. 콩국물 100㎖에는 4.4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고 하니 역시 단백질의 보고다.콩기름은 식물성 지방으로 콜레스테롤이 없어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동물성 기름과 다르다. 땀으로 질소가 배출되어 부족해진 단백질 공급에 최적의 음식도 콩국수다. 콩의 단백질은 원기 회복과 혈관을 튼튼하게 해줘 동맥경화나 노화 방지에 좋다. 콩 속 식이섬유는 급격한 혈당 상승을 억제해 당뇨병도 예방한다.

건강에 관심 많은 현대 여성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다이어트와 골다공증이다. 콩 속 사포닌 성분은 비만 체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어서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또한 아이소플라본(isoflavon) 성분은 골밀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즉 콩이 몸을 날씬하게 해주고 뼈를 튼튼하게 지켜준다는 얘기다. 더구나 유방암에 대한 항암작용도 한다니 콩은 여성에게 아주 긴요한 건강식재료다.

콩 속에 든 레시틴은 뇌세포 활동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원료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콩을 많이 먹으면 치매 예방과 두뇌활동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노년층이나 어린 학생들은 특히 많이 먹어둘 만하다. 메주콩이나 흰콩(백태)이라고 하는 대두는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한 식재료가 아닐 수 없다. 검은콩인 서리태는 노화방지와 탈모예방에 좋다고 한다.

콩은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식재료며 콩국수는 여름철에 반드시 먹어두어야 할 음식임에 틀림없다. 아니, 앞으로는 굳이 여름철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먹어도 좋은 음식이다. 지친 현대인의 몸이 콩의 성분들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편견만 버린다면 겨울에도 콩국수를 맛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콩가루 섞어 반죽한 얇고 납작한 봉화풍 콩국수 <봉화묵집>

젊은 날, 경북 봉화에서 농사일이 지겨워 무작정 상경한 심언근(83)·서순필(77)씨 부부. 온갖 허드렛일을 하다가 이웃들의 권유로 셋방 한쪽에서 묵밥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30여 년 전에 고향 묵밥을 재현해 시작한 것이 지금의 <봉화묵집>이다. 그러니까 이 집은 묵밥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이다. 남부 강원과 북부 경북에 걸친 소백산 자락 묵밥의 원형을 간직한 묵밥이다.

소백산 언저리에 태를 묻은 노년층을 중심으로 어려서 묵밥 맛을 본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단양, 제천, 영월, 태백, 봉화, 영주, 안동, 영양 출신 고객이 드나들면서 차츰 유명해졌다. 그런데 가족 단위의 손님 가운데 일부 구성원은 묵밥을 낯설어했다. 그런 사람은 다른 메뉴를 찾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콩국수다.

이 집 콩국수도 묵밥처럼 고향 봉화에서 먹던 재료와 맛 그대로라고 한다. 대두를 물에 불렸다가 삶은 뒤 갈아서 국물을 만드는 건 다른 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면발이 특이하다. 얼핏 칼국수 면발 같은데 투박하지 않다. 마치 파스타의 한 종류인 페투치니(Fettuccine)처럼 폭이 넓고 두께가 얇은 면이다. 주인장 내외가 봉화에서 홍두깨로 얇게 밀고 칼로 썰어 만들어 먹었던 콩국수 면발 스타일이라고 한다. 면발이 얇으면서 넓으니 콩국물이 쉽게 면발에 스며든다. 면발을 씹으면 국물을 잔뜩 머금은 국수가 젖은 명주실 같은 감촉으로 입 안에서 부서진다.

주인 내외가 직접 만드는 이 면은 반죽할 때 밀가루에 날 콩가루를 넣는다. 경북 지역 국수의 특징이다. 콩가루를 넣어 만든 고소한 면발을 콩으로 만든 고소한 국물에 말아먹는 것이다. 콩국수(7000원)는 단품 메뉴다. 곱빼기나 별도의 사리 추가는 없고, 양이 많은 사람은 주문할 때 미리 부탁하면 양을 넉넉히 준다.

고명으로는 곱게 빻은 참깨 가루와 오이채가 올라간다. 한여름인데도 찬으로 나온 동치미 맛이 괜찮다. 배추 겉잎으로 둘러싸 얌전한 차림새의 김치는 보기에도 좋지만 김치 맛도 만든이의 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참깨 가루 때문에 마시면 국물이 다소 꺼끌꺼끌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부드럽다.

심 옹 부부와 아들 내외가 함께 식당을 운영한다. 이 집은 2층짜리 살림집의 1층을 식당 공간으로 활용한다. 팔순의 심 옹이 구슬땀을 흘리며 반죽을 얇게 펴서 국수기계에 밀어 넣는다. 비록 홍두깨는 아니지만 직접 반죽해서 다듬어 기계로 뽑아내는 공력만으로도 예사 국수와는 위상이 다르다.

콩국수는 7월과 8월, 두 달만 판다. 비 오는 날은 콩국수를 만들지 않는다. 새벽에 콩국물을 만들어두기 때문에 손님이 많으면 조기에 소진될 수 있다. 그날 날씨에 따라 만드는 양이 달라지므로 미리 연락해보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1, 3주 월요일은 쉰다.

연탄불에 정성껏 삶아 세월의 맛 느껴지는 콩국수 <강산옥>

서울 청계천의 <강산옥>도 어느덧 노포의 반열에 들어간다. 지금의 주인장 임기영(79) 할머니는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갔다. 전후에도 피난지 부산에서 눌러 살았다. 어느 날 부산 시내에서 멋진 제복 차림의 공군 헌병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설렘과 우여곡절 끝에 임 할머니는 그와 혼인해서 서울 시댁으로 올라왔다. 그때 서울에서는 이미 시어머니가 콩비지 장사를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콩비지 장사는 새댁인 임 할머니 몫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자리에서 시어머니가 만들었던 그 방식대로 콩비지를 만들어서 판다.

지금은 임 할머니의 차녀, 이태림 씨가 식당 운영을 도맡았다. 말하자면 3대째 이어온 셈이다. 이 집 콩국수(7000원)는 바로 이씨의 작품이다. 10여 년 전 여름에 어느 손님이 콩국수 좀 먹고 싶다고 간청한 것이 계기가 되어 태어났다.이씨는 친정어머니를 닮아 본래 입맛이 예민하고 요리 감각도 있었다. 한다하는 콩국수 집을 다니며 참고하여 자신만의 콩국수 레시피를 개발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걸쭉한 스타일의 콩국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집은 특이하게도 수십 년째 연탄불을 조리의 열원으로 사용한다. 4구의 연탄이 강력한 화력을 내뿜는다. 그야말로 추억의 조리방식으로 만든 콩국수다. 물에 불린 대두를 연탄불에서 세 시간 정도 삶아 익혀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면은 따로 자가제면 하지 않지만 콩국수에 적당한 소면이다. 검정 깨와 함께 간 콩국물이 고소하다. 고명으로 얇고 길게 썬 오이채를 얹었다. 이 집 고객은 대부분 몇 십 년 단골이다. 다른 집 콩국수는 먹지 못하겠다고 할 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이다. 반찬은 김치 한 가지다. 하지만 좋은 배추를 골라 임 할머니와 이씨가 직접 담근 것이어서 손맛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양이 부족하면 1000원에 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

콩을 많이 먹으면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인장인 임씨 할머니는 콩비지 장사를 하면서 평생 콩을 섭취했다. 올해 79세인 그녀의 피부를 직접 보면 이 말이 헛말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이 집은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 콩국수도 대개 오후 1시 30분경에 소진된다. 콩국수를 맛보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콩국수는 6월부터 8월까지만 판다.

서리태로 만든 참살이형 보양 콩국수 <다미원>

요즘 사람들에게 건강만큼 초미의 관심사도 없다. 높고 낮은 산, 가깝고 먼 산으로 건강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등산로 입구에 산채비빔밥 등 건강식 위주의 메뉴로 차린 식당들이 즐비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충남 계룡산의 지산인 흑룡산 자락 아래 위치한 <다미원>도 그런 유형의 식당이다. 주인장 이경우 씨 부부가 오래 전부터 등산객과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직접 콩을 갈아 손두부를 만들어 팔아온 손두부 전문점이다. 직접 만든 고소한 손두부가 하산길 등산객의 허기진 배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었을 지는 불문가지다.

이 집 콩국수는 긴 세월 콩을 다룬 솜씨로 콩국수를 만들었다. 메뉴는 서리태콩국수(7000원) 딱 한 가지. 10여 년 전 어느 등산객의 요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원기를 북돋워주는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계룡산 일대에서 재배한 국내산 서리태를 따듯한 물에 불려 껍질을 깐 뒤 하루 정도 보관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갈아서 국수를 말아 내간다. 미리 국물을 만들어두지 않고 즉석에서 갈아내기 때문에 고소한 콩의 풍미와 신선함이 살아있다.

흰콩인 대두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오래 전부터 써왔던 재료인데다 단골들 입맛에도 각인된 터라 바꾸지 않는다. 서래태는 검은 껍질 속에 속살은 푸른빛이 돈다. 그래서 바로 간 콩국물 색에 푸른색이 감돈다. 요즘 탈모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점차 늘어난다. 서리태는 탈모와 노화를 예방해준다고 한다.

이 집은 생면으로 국수를 삶는다. 면발의 탄력이 좋고 잘 불지 않으면서 씹으면 쫀득한 느낌이 난다. 국물과 면도 서로 겉돌지 않는다. 고명은 다소 굵게 썬 오이채와 통깨를 뿌렸다. 믹서기를 통과한 콩 입자가 그리 고운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 꺼끌꺼끌한 느낌이 오히려 토속적인 맛을 풍긴다. 스테인리스 그릇이 커 양이 푸짐하다. 그래도 모자라면 사리 추가(3000원)가 가능하다.

겉절이 김치와 깍두기, 무절임이 찬으로 함께 나온다. 콩국수 반찬으로서는 가짓수가 많은 편이다. 그중 겉절이 김치 맛은 어느 밥집보다 좋다. 배추의 고소한 맛이 살짝 매콤한 맛과 함께 아삭 씹힌다. 콩국수는 6월부터 9월까지 취급한다.

연인의 혀끝처럼 한없이 부드러운 국물과 면발 <소호정> 강남점

서울 강남 한복판에도 콩국수는 있다. 여름이면 콩국수 생각이 나는 건 대한민국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콩국수나 두부 등 콩 음식 전문점을 오래 운영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콩은 북부지방으로 올라갈수록 품질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콩 요리를 잘 하는 집은 대개 연천이나 파주산 콩을 쓰는 경향이 있다. 콩은 원산지가 만주다. 아마 원산지에 가까울수록 콩의 생장 환경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닌가싶다.

본래 안동칼국시로 유명한 <소호정> 강남점도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면 콩국수(9000원)를 내놓는다. 이 집 콩국수는 전량 파주에서 구매한 콩을 쓴다. 주인장이 원료 콩의 선별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너무 굵지도 너무 잘지도 않은 대두를 선택한다. 삶기 전에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변형된 콩은 골라낸다.

고성능 분쇄기로 콩을 갈아 국물 입자가 매우 미세하다. 콩을 갈 때 물을 많이 넣지 않아 걸쭉하지만 고운 입자의 국물은 목넘김이 부드럽다. 양질의 고급 밀가루를 반죽해 최적의 조건으로 숙성시킨 뒤 뽑아낸 콩국수용 면이 씹을수록 제 맛을 내준다. 칼국수 제면 노하우가 콩국수 면발에 반영된 것이다.

부드러운 콩국물과 매끄러운 면발이 만나다보니 콩국수가 한없이 부드럽다. 마치 잘 길들인 순한 초식동물 같다. 국수를 입에 넣으면 첫맛이 연인의 혀끝처럼 부드럽다. 고명으로 올라가는 잣과 흑임자(검정깨)가 콩국물의 고소한 맛을 더 도드라지게 해준다. 기본 간을 해서 내오기 때문에 소금을 넣지 않아도 웬만하면 먹는다.

기본 찬으로 겉절이와 열무김치가 나온다. 원하는 손님에겐 국시용 반찬인 깻잎과 부추김치도 제공한다. 슴슴하면서 살짝 새콤한 열무김치도 콩국수와 잘 어울린다. 다른 메뉴를 먹고 나서 주문하는 후식용 콩국수(5000원)도 있다.

이 집은 국내 최대 재벌 기업 본사와 인접해 있다. 주 고객인 이 회사 임직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킨 콩국수다. 고객들이 오랫동안 국내 콩국수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온 콩국수 집과 비교하곤 한다는데, 일부 고객은 오히려 더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고. 콩국수 판매 기간은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다.

요란스런 세상에 조용히 피어난 박꽃 같은 콩국수 <대왕칼국수>

<대왕칼국수>는 본래 칼국수 전문점이다. 권경자(73) 할머니가 젊은 시절, 홍성에서 청양으로 시집을 갔는데 얼마 뒤 부군이 식솔을 거느리고 서울로 올라갔다. 분식집을 운영하던 숙부 밑에서 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그러다가 43년 전에 수원으로 내려와 칼국수 장사를 시작했다.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여름철 손님들의 성화에 못 이겨 콩국수를 시작했다. 이 집 콩국수는 아주 단순하다. 그래서 명쾌하다. 고명도 없이 대두를 갈아 만든 콩국물과 권 할머니가 만든 손국수가 내용물의 전부다. 다만 살짝 얼음 몇 조각이 떠있을 뿐…

면발은 칼국수 면을 쓴다. 밀가루에 굵은 소금을 넣고 반죽한다. 어느 정도 숙성된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 반대기를 만든다. 이걸 큼지막한 칼로 뚜꺽뚜꺽 썬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콩국물에 이 칼국수 면발을 삶아 투하해서 내온 것이 이 집 콩국수다. 젓가락으로 국수를 들어 올리면 투박해 뵈는 칼국수 면발, 칼이 지나간 자리가 고스란히 보인다.

처음 먹는 사람은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고소함이 덜하다고 불평할지 모른다. 그러나 몇 번 먹다보면 싱거움 속에 진정한 콩국물 맛이 감지된다. 마치 콩국수의 평양냉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단맛을 원하는 손님을 위해 소금 외에 설탕도 비치해두었다. 반찬은 깍두기와 김치다. 콩국수는 5월부터 9월까지 판다.

손맛이 그립거든 이 집 콩국수를 강권한다. 밭에서 막 들어온 어머니가 내 새끼 배고플까봐 부랴부랴 만들어주셨던 바로 그 콩국수 맛이다. 이 집 콩국수 앞에서 국물이 어떠네, 면발이 어떠네 하는 것은 다 부질없다.

모두가 꾸미고 치장하는 세상,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눈과 혀를 자극하는 요란스런 음식이 대접받는 세태에 이렇게 순박한 음식이 있다는 걸 보면 숨통이 트인다. 화장발 조명발이 난무하는 세상 바깥에서 홀로 조용히 피어난 흰 박꽃 같은 콩국수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는 것, 소비자의 영원한 소망이다. 이 집 콩국수는 4000원이다. 6000원짜리 곱빼기도 있지만 '보통'이 다른 집 곱빼기보다 더 많다. 권 할머니는 노인이나 어린 학생에게는 그나마 은근슬쩍 1000원씩 빼주기도 한다.

"난 하루에 2만원만 벌면 1주일은 먹고 살아요. 주변에선 다들 국수 값을 1000원씩 올리라고 하지. 근데 난 촌 사람이라서 뭐든 쌀금하고 비교하는데, 4000원이면 쌀이 두 되야. 쌀 두 되 금이면 그게 어디 싼 건가요?"

-<봉화묵집> 서울시 성북구 정릉2동 488-1 (02)918-1668-<강산옥> 서울시 중구 주교동 56-3 (02)2273-1591-<다미원> 대전시 유성구 덕명동 181-1 (042)822-3966-<소호정> 강남점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27-1 2층 (02)583-6063-<대왕칼국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311-14 (031)252-2820

기고= 글 이정훈, 사진 변귀섭, 이정훈(※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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