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서울서 밀려난 '전세 난민' 늘었다
싼 전셋집 찾아 南으로 西로 이동 중
수도권 전세난에 일부 충남까지 떠밀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강남역 직장인 최홍기(35·가명)씨는 지난 6월말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경기도 수원시 조원동으로 이사했다. 최씨는 2년전 신대방동의 전용 59㎡형 아파트를 전세 1억6000만원에 계약했지만, 집주인이 전세금을 5000만원 올려달라고 해 다른 집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가진 돈으론 서울은 물론 직장과 비교적 가까운 안양과 성남·용인 등에서도 마땅한 전셋집을 구할수 없었다. 최씨는 "강남행 직행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결국 수원까지 내려갈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셋값이 지난달 29일 기준 49주 연속 상승(한국감정원 자료)하는 등 전세난이 극심해지면서, 서울에서 밀려나 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향하는 '전세 난민'이 크게 늘고 있다.
1일 통계청 인구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서 인천·경기지역으로 전출간 인구는 8782명으로 지난해 같은달 8326명에 비해 5.4%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무려 5만3985명이 서울을 떠나 경기·인천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 5만950명보다 6%(3035명) 증가한 수치다.
직업과 가족, 주택, 교육, 기타 등으로 구분되는 인구 이동 사유 중 주택으로 인한 이동은 전체의 40%로 절반에 가까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세 난민'의 증가가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향하는 인구 이동량 변화의 중요한 원인이란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지역별 주택 전월세 거래량 자료 등을 살펴볼 때 전세난이 인구 이동의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은 6월 순이동율(전입과 전출의 차)도 '-0.09%'를 나타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 유출이 많았다. 또 2011년 6월 이후 순이동율은 2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같은기간 경기·인천은 전입이 전출보다 많은 '플러스' 순이동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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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난민이 늘고 있는 이유는 서울과 경기·인천간의 전셋값 격차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강남 접근성이 좋은 분당선 '신갈역' 인근 경기도 용인시 신갈동 전용 84㎡형 아파트 전셋값은 2억원 안팎이다. 그러나 지하철 40분 거리인 '수서역'인근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의 같은면적 아파트 전세는 4억원대로 신갈동의 두 배가 넘는다. 강북도 별 차이가 없다. 분당선의 출발역인 '왕십리역'인근 성동구 행당동의 동일면적 전셋집 시세 역시 3억~4억원으로 곱절에 가깝다.
신갈동 S부동산 대표는 "강남과 잠실 등에 살던 신혼부부 등 30대 젊은층이 전셋집을 구하러 많이 내려온다"며 "대부분 2억원 안팎의 전세 아파트를 원하지만 워낙 물건이 귀해, 수원이나 화성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과 가까운 서울 서부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의 서쪽 끝인 강서구 내발산동의 전용 84㎡형 아파트 전셋값은 3억원 안팎이지만, 자동차로 20분 거리(12㎞)인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의 같은면적 전세는 1억3000만원 정도로 반값이 채 안 된다.
작전동 부동산랜드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주로 여의도나 목동쪽 직장인들이 전세를 구하러 온다"며 "가격은 서울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여기도 물건이 없이 전셋집을 얻으려면 대기가 필수"라고 말했다.
수도권 전셋집이 씨가 말라 아예 천안·아산 등 충남(세종시 제외)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충남으로 떠난 인구는 전출이 전입을 넘어선 지난 3월 이후 넉달간 800명에 달했다. 또 경기·인천지역에서 충남으로 옮겨간 경우는 올 상반기에만 3315명에 이르렀다.
올 하반기에도 서울을 떠나는 전세 난민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4·1대책 후속조치를 통해 75%이상이 경기권에 몰려있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을 전세 시장에 풀면 서울을 떠나는 전세 난민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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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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