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보증심사 강화로 공급과잉 잡는다? 중소기업만..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기자][[기획-주택공급 미스터리] < 2 > 정부, 집져라 땅팔더니 분양 못하게 왜 막나?]
#주택사업 시행사 '천해일'은 지난 6월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A19블록 토지매매 계약을 해지당했다. 올 초 동탄2신도시 3차 동시분양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대한주택보증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을 받지 못하면서 예정된 기일내 분양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최헌정 |
당초 LH로부터 경쟁입찰을 통해 비싼 값에 토지를 매입한 까닭에 분양가를 낮출 경우 손실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주택보증의 분양성 평가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이 와중에 시공사였던 동보주택건설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정부가 '4·1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내놓은 민간부문 주택공급물량 조절방침이 중견·중소 건설기업들의 숨통을 조인다는 지적이다.
대형건설기업에 비해 자금력과 신용도가 낮은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정부의 분양보증심사 강화 방침에 따라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하면 사실상 분양을 포기해야 함은 물론 최악의 경우 도산 위험에까지 노출될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4·1대책'의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민간부문 공급조절을 위해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심사시 '분양성 평가' 비중을 기존 30%에서 50%로 강화하고 보증료율 차등폭도 확대키로 했다.
과거 주택공급 부족기에는 선 분양을 통한 원활한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엄격한 심사없이 분양보증서를 발급했지만 앞으론 분양성에 기초해 보증료율 차등폭을 확대함으로써 미분양 위험이 큰 경우 사업 추진 자체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민간건설업체가 미분양 리스크 속에서도 금융비용 등을 이유로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하는 탓에 시장이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는 진단에 따른 조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같은 미분양문제가 비단 민간건설업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국토부가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조절방안에 따르면 수도권 공공택지 중 LH가 공급한 사업지에서 올해 분양 예정인 주택수는 8만가구로, 2011~2012년 물량(6만~7만가구)을 상회한다. 여기에 LH가 전체 공공사업의 8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도권 공공택지내 주택공급은 연간 10만가구 내외로 추정된다.
그래픽=강기영 |
반면 민간기업이 수도권에서 공공택지를 제외하고 자체적으로 공급한 주택물량은 올들어 지난 5월까지 11만7883건(인·허가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의 공급물량도 2012년까지 급증한 후 올들어선 전년 동기 대비 32.6%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한 중견건설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주택공급 과잉의 원인이 민간이 아닌 공공부문에 있다는 점을 국토부 스스로도 알고 있는 셈"이라며 "그럼에도 정부가 분양보증심사 강화를 통해 민간부분 공급물량을 줄이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한 행위"라고 토로했다.
당장 LH나 서울시 산하 SH공사 등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해 사업을 준비해온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원식 대한주택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토지매입비용과 사업준비비용, 금융비용 등을 부담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정부 방침에 따라 분양보증심사가 강화돼 보증서 발급이 안될 경우 사실상 사업 포기를 강요받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토지매매계약이 해지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A19블록의 사례를 보면 바로 옆에 위치한 A20블록은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용지였지만 LH가 85㎡ 이하 주택용지로 변경했다.
A18블록도 LH가 땅값을 5년간 무이자로 낼 수 있도록 조건을 바꿔줘 200억원가량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그만큼 분양성이 좋아졌고 사업지역 리스크가 해소된 것이다.
반면 A19블록은 LH의 토지공급 초기물량에 해당돼 상대적으로 나쁜 조건으로 계약이 유지됐다. 그러다보니 주변 단지는 분양가를 낮춰 보증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반면 A19블록은 분양가를 낮출 여력도 없는데다, 낮추더라도 수익성을 맞출 수 없어 보증심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던 것이다.
해당 토지를 분양받은 천해일 관계자는 "LH 입장에서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으로 집행했겠지만 해당 기업은 50억원 넘게 손해를 보고 사업권도 빼앗기게 됐다"며 "사업과정에 들어간 각종 금융비용 등을 LH나 정부가 보전해줄 것도 아니면서 사실상 분양을 막아 도산 위기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정부의 조치로 인해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전국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택지에서 사업을 진행할 경우 토지 사용 시기까지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면 모든 피해를 해당 기업이 져야 한다"며 "분양보증 심사 강화는 공급조절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란 점에서 중소·중견기업들을 배려할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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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기자 mdh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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