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혁명의 외딴 섬, 한국] (1) 美제조업체 GE, 佛중장비社(슈나이더)도 "살길은 SW혁명뿐"

샌프란시스코 2013. 8. 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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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조업체들 SW로 승부

파리 근교 뤼에유말메종(Rueil-Malmaison)에 있는 세계 최대 에너지 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본사 전시실. 세계지도가 그려진 대형 모니터에 이비스 호텔 30여 지점이 있는 지역이 표시돼 있었다. 1000㎞도 더 떨어진 스페인 마드리드 지점을 클릭하자 호텔 실내 온도와 전기 사용량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붉은색 그래프로 표시된 온수 사용량은 전날보다 3% 늘었다는 걸 한눈에 보여줬다. 또 다른 메뉴를 클릭하니 호텔의 층별·시간대별 에너지 사용량이 그래프로 표시됐다. IT비즈니스 담당인 마이크 휴즈 부사장은 "우리 회사가 자체 생산한 에너지 제어 장비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대표 제조기업들의 SW기업化 선언

183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원래 철강·기계·전기설비 등 중장비를 만들던 회사였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 정부에 군수품을 납품했다. 하지만 설립 166주년 되던 2002년 중장비 제조를 포기하고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으로 치면 현대중공업이 IT서비스 회사로 변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휴즈 부사장은 "기존 중공업 사업은 정체하거나 축소되는 성장의 벽에 부딪혀 있었다"며 "질적 도약과 생존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했다.

슈나이더가 '에너지 관리(energy management)'라는 신시장 개척의 무기로 삼은 것은 소프트웨어였다. 스웨덴의 TAC, 미국의 안도버 콘트롤 등 소프트웨어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SW 역량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기 설비에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았다. 강고했던 '성장의 벽'은 그제야 무너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239억유로로 2003년보다 2.7배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15%까지 치솟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산 라몬시(市) 카미노 라몬 거리에 자리 잡은 GE(제너럴 일렉트릭)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연구소. GE가 4년간 10억달러(1조1500억원)를 투자하겠다며 지난해 6월 2만㎡(약 6300여평) 규모로 문을 연 연구소다. 센터 건물 5층에서 만난 빌 루(Ruh) 센터장(부사장)은 "우리는 더 이상 제조업체가 아니다. 거대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엔진·철도 차량·발전소 터빈·의료기기 제조로 세계시장을 지배한 '세계 1위 제조업체'의 혁명적인 변신 선언이다.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인 시대

글로벌 대표 제조기업들이 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할까. 최신의 항공기·선박·자동차 등 제조업 제품은 겉보기엔 기계적 강철 덩어리이지만 알고 보면 복잡한 소프트웨어의 집합체이다. 항공기의 핵심 경쟁력은 더 적은 연료로,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날씨를 감지해서 연료 분사량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전엔 강철심을 놓고 비행기 날개를 조절했지만 이젠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기신호로 한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전 과정에서 각종 외부 영향, 속도, 추력 등을 계산해 연료 소모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시스템도 갖춘다. 이 모든 기능이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GE의 폴 라저 개발 총책임자는 "연료 분사 시점과 분량을 최적화해 연료 사용량을 1% 줄일 수 있는 SW를 만든다면 항공산업은 15년간 300억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도 그냥 부력(浮力)을 갖춘 '쇳덩어리'가 아니다. 최근엔 육상에서도 항해 중인 선박의 엔진과 제어기, 각종 기관의 운항 정보를 위성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상 징후가 나오면 원격 진단과 제어도 한다. 여기서 나온 정보를 갖고 효율적인 운항 관리는 물론 선박 내 각종 기자재의 재고관리까지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제조업은 기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할 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 곳곳에서 이미 SW 혁명이 한창이다. 시장조사기관인 VDC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시스템 개발 비용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신기기에서는 64.3%, 전투기 51.4%(F22는 80%) 의료기기 40.9%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GE 폴 라저 개발 총책임자는 "SW 혁명은 제조업 기반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제조업이 강한 한국은 SW 역량만 잘 갖춘다면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빌 루 GE 소프트웨어센터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만나 좀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들 것이다"며 "여기서 차별화되는 가치가 나오고, 일자리가 나오고, 성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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