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단언컨대 진짜 반전은 '뒤틀린 역사꼬집기'였다

신소원 기자 2013. 7. 3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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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보의 진실은 곧 우리 역사의 숨겨진 진실이었다.

지난 30일 최종회를 맞이한 KBS 2TV '상어'(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차영훈)는 김지우 작가와 박찬홍 PD의 '마왕', '부활'에 이은 복수 시리즈 3탄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초반 느슨한 전개와 다소 판타지적인 화면 구성은 많은 시청자들을 포용하지 못 한 한계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상어'를 끝까지 본 시청자라면 확실히 김지우 작가와 박찬홍 PD의 내공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복수와 멜로극을 결합시킨 것에서 더욱 나아가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친일파 문제까지 끌어들여 사회적인 이슈를 드라마에 자연스레 녹아내리게 했다.

멜로극의 경우, 2030 시청자들이 주로 시청하는 것에 비해 높은 연령층은 그 시간에 뉴스 등 시사물을 접한다. 하지만 '상어'는 실제 있었던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접목시켰고 특히 당시 사건과 관련있는 실존 인물인 박영보의 이름을 차용해 천영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상어'가 단순히 멜로극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상어' 20회에서 해우(손예진 분)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조상국 회장이 천영보라는 것과 천영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면서도 "내가 이렇게 한다고 세상이 달라질까"라며 행동 직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 모습은 거창 양민학살사건, 제주 4.3사건 등 아직도 해결되지 못 한 우리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반영한 대사였으며 잘 못 된 것인 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현 사회를 향한 일갈이었다.

또한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되면서도 조상국은 "나는 조국을 위해서 살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직 그것뿐이다"라며 잡혀가는 순간까지도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뻔뻔하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조상국의 모습은 어딘가에 실존하고 있는 친일파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다. 조상국이 천영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졌고, 뉴스에서는 "조상국 회장에 대한 관련 문서가 모두 공개됐다. 우리역사바로잡기 연구회에서는 조상국 회장의 친일문제에 대해 천만 서명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각 학계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어'는 친일파들은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지만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 상황을 비판했다. 천영보는 조상국이라는 가면을 쓰면서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었고 구속된 와중에도 자신의 심복을 통해 한이수에게 총을 겨누는 치밀함을 보여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상어'는 아직 우리에게 바로잡지 못 한 역사적인 진실이 도처에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상어'는 복수멜로극을 표방했지만 근현대사를 적절히 가미해 공포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역사의 진실에 대해 귀를 닫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방송 말미에 나온 조상국의 서재에는 무수히 많은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지만 그가 무엇을, 누구를 위한 지식인이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아이러니하면서도 중요한 장치로 작용했다.

결국 새드엔딩으로 귀결된 '상어'에서 더욱 슬픈 진실은 역사적인 사실이 우리 사회에서 잊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어'는 단언컨대 장르의 폭을 확장한 드라마이며, 젊은 시청자부터 나이가 많은 시청자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새로운 의미의 역사극으로 기억될 것이다.

신소원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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