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셋값' 중대형 아파트에게는 '남의 일'

양희동 2013. 7.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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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여름방학 학군 수요가 많지 않냐고요? 거의 없어요. 전세 물건이 아무리 귀해도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서울 강남구 개포동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개포동 개포자이 아파트 전용 134㎡형은 올해 초 6억7000만원 선에서 전세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전세 보증금이 6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6개월 새 전셋값이 2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이 아파트 전용 154㎡형과 168㎡형도 전셋값이 지난 1월에 비해 2000만~5000만원 내렸다. 전세 품귀 현상에 여름 학군 수요까지 겹쳐 전셋값이 일주일 새 2000만원씩 뛰고 있는 인근 개포동 대청·대치2단지들과는 딴판이다. 대청(전용 59~85㎡)·대치2단지(전용 46~69㎡)는 중소형 아파트로만 이뤄졌다.

극심한 전세난 속에서도 강남권과 경기 고양·김포·용인시 등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중대형 전세 아파트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 22일 기준으로 48주 연속 오르면서 '미친 전셋값'이란 표현까지 나왔지만, 이들 지역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세난 속에서도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전경. < 사진 제공:SH공사 >

◇아파트 전셋값 '중대형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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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전세 거래된 중대형(전용 85㎡ 초과)는 170건으로 전체전세 거래량(1501건)의 11.3%에 불과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강남3구 전체 아파트 31만524가구(부동산114 통계) 중 중대형 비중이 35.1%(11만513가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중대형 아파트 전세를 찾는 수요가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 부진은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65㎡형 전셋값은 11억5000만원 선으로 일주일 새 2000만~3000만원 내렸다. 지난 1월에 비해서는 많게는 2억원이나 빠졌다. 인근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198㎡형도 지난 3월 15억원 선에서 전세 계약됐으나 지금은 14억5000만원 선이면 쉽게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요즘 중소형 아파트는 자고나면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물건이 나오기가 무섭게 소화되지만 대형의 경우 수요가 너무 없어 언제든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 전세는 수요·거래량·가격이 모두 떨어지는 '3저 현상'이 뚜렷하다"며 "전세는 실거주가 목적이기 때문에 관리비 부담이 큰 중대형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3구의 중대형 아파트 비중과 전세 거래에서 중대형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자료:부동산114·서울부동산정보광장(단위:%)

◇"작은 집이 더 비싸네"…뒤집힌 아파트 전셋값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에 들어선 일산자이 아파트. 이 단지 전용 108㎡형 전셋값은 2억5000만원 선이지만 이 보다 큰 전용 130㎡형은 8000만~1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소형 전셋값이 중대형보다 더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식사동 S공인 관계자는 "전세 수요자들이 관리비가 싼 중소형만 찾는 게 가격 역전의 가장 큰 이유"라며 "대형일수록 집값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포 풍무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역시 전용 94㎡형 전셋값은 1억4000만원 선이지만, 128㎡형은 1억3000만원 선으로 1000만원 정도 더 싸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극심한 전세난 속에서 고양·김포·파주·용인 등 수도권 일부 지역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빚어지고 있다"며 "4·1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시행으로 중대형이 대부분인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전세로 풀리면 전셋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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