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분양 물량 전세 전환..시장의 소리를 들어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정부는 지난 23일 4·1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를 통해 분양 예정이거나 미분양 상태인 수도권 주택 물량을 '준공후 분양'(후분양)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특히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업체가 전셋집 등 임대용으로 활용하면 분양가의 10%안팎을 추가 대출 보증해주기로 했다. 이는 골치 아픈 미분양을 해소하고 극심한 수도권 전세난도 해결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수도권 전세난이 중소형 주택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져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실수요층까지 전세로 눌러앉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전셋집은 임차 수요가 몰리는 서울·수도권 도심의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로 중대형은 해당되지 않는다.
반면 정부가 전세난 대책으로 내놓은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중대형 아파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수도권 준공후 미분양은 1만5821가구로, 이 중 77%가 고양·김포·용인·파주 등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또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 물량 역시 75%가 경기도에 몰려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준공후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풀면 실제 수요와는 맞지 않는 경기도 외곽의 중대형 아파트만 잔뜩 쏟아져 전세시장만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정부안대로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중심인 공공분양 물량을 앞으로 4년간 총 9만 가구나 줄이면 수도권 전세난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올해 초 서울시가 몇년이나 골머리를 앓던 은평뉴타운 중대형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어낸 사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서울시는 미분양 해결을 위해 박원순 시장까지 나서 최대 2억원 이상의 파격 할인을 내걸었다. 그러나 수요자의 마음을 움직인 건 전체 계약의 95%를 차지한 '분양조건부 전세'였다. 전세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분양 전환하지 않아도 위약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불과 7주만에 610여 가구가 완판됐다. 결국 서울시가 미분양 해결책이라고 여겼던 '2억원 할인'보다 시장의 요구인 '분양 조건부 전세'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전세난을 해결할 가장 확실한 처방은 수요에 맞지 않는 중대형 전세 물량 공급이 아니라,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통한 매매시장 활성화라는 사실을 정부는 깨닫기 바란다.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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