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인생2막..재취업이 답이다] (2) 실버층 채용박람회 가보니..

2013. 7.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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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손에 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얘들 학비라도…"

지난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한국마사회 의정부지점에서 '2013 의정부시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CJ푸드빌, 이마트 등 25개 업체가 참여했고 400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중년 구직자가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 "아파트 경비원 말고 전직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을 구하려고 왔다. 중장년을 채용하는 자리가 많이 늘어 기대하고 있다." -6월 12일 서울시청 '2013 중장년 일자리 대박람회'에서 만난 김경석씨(58).

#.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분위기가 어렵다. 빨리 일자리를 잡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7월 10일 '2013 의정부시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김성만씨(63).

최근 경기도 의정부와 서울 시청에서 진행된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중장년들의 말이다. 중장년 일자리 대박람회는 물론 전체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박람회에서도 중장년들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앳된 얼굴의 청년들에 비해 머리가 희끗희끗한 베이비부머 중장년층 세대들의 모습은 달랐지만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열정만큼은 젊은 세대 못지않았다.

수십 년간의 직장 경험을 가졌지만 현장 면접과 채용 상담을 위해 길게 줄을 선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들이 가득했다.

■궂은 날씨에도 인산인해

지난 10일 의정부 가능동 한국마사회 의정부지점에서 진행된 '2013 의정부시 취업박람회'에는 연일 쏟아진 장맛비를 뚫고 400여명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이는 주최 측 예상 300여명에 비해 100여명이나 많은 수준이다.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들도 10대부터 70대 중반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몰려든 구직자들과 자원봉사자 등 행사 관계자들로 마사회 건물 2층이 가득 메워졌다.

사실 20∼30대는 물론 40대 이상 중장년층도 '인생 2막'을 위한 재취업에 나서면서 취업박람회는 열리는 족족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지난달 서울시청에서 열린 '중장년 일자리 대박람회'장에는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주최 측이 예상한 인원보다 4000여명이 더 많은 1만1000여명이 찾기도 했다.

의정부시 취업박람회에는 CJ푸드빌, 이마트 의정부점 등 대기업은 물론 선박제조, 휴대폰 조립, 아기돌보미 업체와 같은 중소기업까지 합쳐 25개 업체들이 참가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경희씨(54)는 "구청에서 독거노인을 돕는 일을 하다 몸을 다쳐 쉬다 다시 일을 하기 위해 나와 봤다"면서 "생각보다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층이 많아서 놀랐다. 이 사람들하고 경쟁해야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경석씨는 "지난해 명예퇴직을 한 후 일자리를 찾고 있는 중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중장년층을 채용하는 자리가 많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늘었다"면서 "고용을 원하는 업체들과 직접 만날 수 있고, 건강검진 등 다른 서비스도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구직자를 채용하기 위해 참여한 한 세무법인의 임원은 "일에 있어서는 일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청년층은 할 수 없지만 장년층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퇴직자라도 경험과 역량을 고려해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찾은 청춘 vs. 생계유지

행사장을 찾은 중장년 구직자들은 일을 구하겠다는 목표는 같았지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각자 달랐다. 인생 2막의 새로운 직업은 즐기면서 하겠다는 전직 기업 대표부터 아이들 교육비부터 당장 생계가 급하다는 50대 주부까지, 일을 찾는 이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박람회 현장 채용을 통해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에서 일자리를 구한 안모씨(71)는 일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 위해 다시 취업에 나섰다. 그는 국내 전자회사에서 근무한 후 무역회사에서 철강재 수입 업무를 맡았다. 중국으로 건너가 전압강화 기계를 조립해 판매하는 업체도 운영했다.

안씨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하면서 다시 제2의 청춘을 찾을 것 같다"며 "일을 하면 돈도 벌고 보람도 느끼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그는 "쉬어도 되는 나이지만 여전히 일하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는 자녀들의 응원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자녀 둘을 홀로 키우고 있는 주부 이모씨(50)의 사정은 달랐다. 지금까지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온 그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왔다. 이씨는 "식당에서는 밤늦게 술을 마시는 손님들과 합석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 결국 그만뒀다"면서 "고용이 보장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학생과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남들처럼 교육도 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장 먹고살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일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조두업 서울시 어르신사회참여팀장은 "중장년층 구직자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된 일자리를 찾는다"면서 "연금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아직은 생계형 구직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마땅한 일자리.사람 구하기 쉽지 않아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시와 경기도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중장년 취업박람회가 20여 차례 열렸다.

한 달에 3차례가량 중장년층 구직자와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이들을 찾는 구인업체들이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하지만 박람회에 참가하는 구직자들과 업체들은 늘어났지만 채용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서로의 기대치가 크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들과 업체들은 서로 원하는 일자리와 사람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10여년 만에 다시 직장을 구한다는 주영란씨(52)는 "고용이 보장되고 앞으로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4대보험이 적용되는 일을 찾고 있다"면서 "생산직은 힘을 쓰는 일이 많아 남자를 선호하고 많은 서비스직은 젊은 사람들을 선호해 마땅한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이날 박람회에서는 60여명이 현장면접을 통과해 2차면접의 기회를 얻었지만 중장년층 중에서 현장면접을 통과한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중장년층만을 대상으로 한 취업박람회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기회가 없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정대호 수석 컨설턴트는 "청년층 대상의 취업 박람회는 근무여건이나 급여를 너무 따지는 청년 구직자들이 많아 채용으로 이어지기가 막상 쉽지 않다"며 "반면 중년층 취업 박람회는 구직자들을 채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소규모 업체들인데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직원을 채용할 여유가 있는 곳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기석 팀장 김문호 박인옥 임광복 안승현 이정은 김호연 이유범 이승환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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