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신자유주의 괴물을 퇴치하자 / 이도흠

2013. 7. 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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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랑켄슈타인, 킹콩, 조스, 드라큘라, 늑대인간, 좀비, 에일리언, 괴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간의 공포와 탐욕이 만든 허상이라는 점이다. 돌연변이로 수십미터에 이르는 상어나 고릴라가 실제 태어난다 하더라도 바다나 숲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있을 때 그들은 괴물이 아니다. 녹색원숭이가 중부 아프리카의 깊은 밀림에서 노닐 때 감기 정도의 영향도 미치지 않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인간과 만나서 에이즈(AIDS)가 되었다. 그처럼 자연의 심층까지 인간이 탐욕의 손길을 뻗을 때, 두려움에 젖어 그를 괴물로 호명할 때 그는 괴물이 되어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

자본주의는 애당초 괴물의 속성을 지닌 채 태어났다. 확대 재생산의 원리에 따라 무한대로 자본을 축적하고, 그리 거대하게 몸집을 키운 이가 그에 비례하여 힘을 가지고 노동자를 마음껏 지배하고 착취한다. 모든 이들이 상품과 돈을 신처럼 섬기면서 믿음, 우애, 협력 등 다른 가치를 포기하고 물화(reification)와 소외를 심화하면서 그를 위해서라면 만인을 향한 투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인류사회는 광견병에 걸린 개를 묶어놓듯, 노동조합, 각종 규제와 제도, 국가와 시민사회의 힘으로 이를 견제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이런 규제를 모두 풀어버리고 국가를 동맹군으로 삼고 노동을 배제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켰다. 그 결과 1%가 금융 조작을 비롯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독점하며 99%를 빈곤자로 만들었다. 임금을 낮추고 정규직을 줄이면서 노동의 강도는 높이고 해고는 쉽게 만들었다. 노동자에게서 연대와 투쟁 정신을 앗아가고 그 자리를 경쟁과 탐욕으로 채웠다.

한국의 신자유주의는 많은 괴물을 낳았는데, 단연 최고는 엠비(MB)다. 그는 집권 내내 독단과 독선, 사기로 일관하였다. 경제를 공황 직전으로 몰아넣었고,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공작정치를 부활시켜 민주주의를 군사독재정권 시대로 퇴행시켰다.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을 넘어 국지전이 연이어 발발했고, 국제관계는 언제나 미국과 일본의 봉이었다. 4대강에 실질적인 대운하 공사를 하여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혈세를 낭비하면서도 집권 내내 운하가 아니라고 국민을 기만하였고, 이는 원전 수주,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철저히 제국과 자본의 편에 서서 서민과 노동자를 탄압하고, 국가와 자본, 대형교회, 보수언론, 어용학자를 엮는 카르텔을 공고히 하고 그들에게 수백조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안겨주었다. 대신, 절반의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고 수많은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데 직간접으로 관여하였으며,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죽음에도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졸개 괴물들 또한 그 품 안에서 발호하였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등의 사주들은 정리해고와 불법파견을 남발하고 이에 맞서면 용역이나 경찰을 동원하여 폭력을 가하였다. 특히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사쪽은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지금 새로운 괴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언제든 괴물로 탈바꿈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점점 괴물을 닮아가고 있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유명무실화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국정원의 공작을 방관하고 있다. 대안은 분명하다. 탐욕이 괴물을 만들고 두려움이 괴물을 움직이게 한다. 우리 안의 탐욕을 버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연대하여 괴물과 싸우고 그를 물리치자. 그 첫걸음으로 이번 토요일에 울산 현대자동차 앞으로 가는 희망버스를 타자.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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