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연계사업 부품성적서 위조>AVT, 철도기술硏이 공식 발급한 것처럼 조작해 공단 제출

임대환기자 2013. 7. 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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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권한 없는 연구원이 성적서 양식 무단 유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철도 부품 성능을 검증하는 평가위원회에 위조된 시험 성적서가 제출되는 '철도사업 난맥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관리감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문서를 위조한 해당 업체는 제재는커녕 5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호남고속철도 부품 납품 사업자로 당당히 선정됐다.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소 시험 성적서 위조에 버금가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위조 경위와 사업자 선정 과정의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재철(새누리당) 의원이 확보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접근성 개선을 위해 고속철도와 공항철도를 연계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일반철도 레일인 공항철도에 고속열차인 KTX가 다니기 위해서는 침목이나 레일체결장치 등 부품들이 그에 맞게 교체돼야 했다.

이 사업을 위해 공항철도 연계사업 궤도 보강 설계를 맡았던 ㈜○○코포레이션이 철기연에 'PC침목용 고탄성 레일체결장치 성능평가 기술자문'을 요청하고, 독일 보슬로사의 국내 독점 공급업체인 AVT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레일패드의 성능 검증 평가를 신청했다. 이에 철도시설공단은 AVT사에 시험 성적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레일패드 탄성시험은 철기연 시험인증안전센터에서 전용기계로 300만 번의 충격을 가해(반복하중 시험) 결과값을 추출해 내야 한다. 시험수수료만 최소 5000만 원가량이 드는 시험인데, ㈜○○코포레이션이나 AVT사는 시험수수료도 납부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코포레이션과 자문계약을 체결했던 철기연 박모 책임연구원은 시험 권한이 없는데도 자신이 탄성시험을 실시했다며 AVT사에 시험 결과값과 철기연 시험 성적서 양식을 철기연의 허락 없이 이메일로 보냈다. 박 연구원과 ㈜○○코포레이션 대표는 지금은 없어진 철도고등학교 동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연구원은 특별감사 소명서에서 "성능 검증을 받기 위해 5월 17일까지 철도시설공단에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AVT사의 요청이 수차례 있어 시급성을 감안해 요약 시험 결과를 송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감사보고서는 "박 연구원이 시험수수료도 납부하지 않은 시험에 대해 시험인증안전센터 기술책임자를 찾아가 본인이 반복하중 시험을 했으니 시험 성적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기술했다.

AVT사는 박 연구원이 보내 준 공인되지 않은 시험값과 서류양식을 이용해 마치 철기연이 공식 발급한 것처럼 성적서를 꾸며 철도시설공단에 제출했다. 발급번호 등이 없는 시험 성적서를 이상하게 여긴 평가위원들의 이의 제기로 철도시설공단이 7월 11일 철기연에 문의한 결과, 그런 시험 성적서를 발급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문제는 철도 운행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품 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중대한 사건을 철도시설공단과 철기연이 대수롭지 않게 무마해 버렸다는 것이다. 공단은 지난해 8월 3일 AVT사의 성능 검증 신청을 반려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했고, 철기연도 AVT사에 주의 촉구 공문을 발송하는 것으로 서둘러 마무리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부는 이 같은 사실을 보고도 받지 못해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서 철도시설공단 측이 시험 성적서 위조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심재철 의원 측은 "해당 업체는 호남고속철도 부품 선정 과정에서도 시험 성적서 부정 의혹이 제기된 업체"라며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철도 부품 검증 과정에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국토부가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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