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케이션] 교육계 핫 이슈 제주국제학교 밀착 리포트, '유학 대신 국내' 붐 주도..절반의 성공

2013. 7. 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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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유학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 말~2000년 중반까지 조기 유학이 인기를 누리면서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하지만 경기 불황, 해외 정착 실패, '뿔뿔이 가족'의 폐해 등으로 해외 유학생은 2006년 2만9511명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2011년 1만6515명을 기록했다. 한편에선 국제학교·자사고·외고 등 국내 대체 교육기관의 증가로 해외 유학 수요를 흡수할 수 있게 됐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교육담당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최근 '기러기 아빠'를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대안은 제주국제학교다. 김 애널리스트는 "매년 '교육의 정석' 리포트를 출시할 때 학부모들의 질문이 가장 많은 이슈를 앞부분에 싣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국제중학교였다면 올해는 제주국제학교다"라고 말했다. 해외 유학 수요 흡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찾았다.

미국식·캐나다식·영국식 교육 채택

지난 6월 21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자리하고 있는 브랭섬홀아시아(BHA). 총 9만5000㎡ 부지에 학습 시설인 STEM V 센터(과학·기술·공학·수학 및 시각 예술센터), 각종 스포츠 경기장으로 구성된 웰니스센터·기숙사 등 11개 건물이 흩어져 있다.

분명 이곳은 제주도이고 학생들은 한국인인데 쓰는 언어·교사진·커리큘럼 등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져 있다. '제주 속 세계'를 통해 국내에서 해외 교육 혜택을 누린다는 게 국제학교가 내세우는 매력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안에는 브랭섬홀아시아 외에도 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NLCS) 제주, 한국국제학교(KIS)제주 등 총 3개 학교가 개교해 운영 중이다. 2011년 9월 NLCS제주와 KIS제주가 먼저 문을 열었고 지난해 10월 브랭섬홀아시아가 출범해 각각 651명, 375명, 339명의 재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제주국제학교가 다른 지역 외국인 학교와 다른 점은 해외 거주 경험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내국인 정원 비율을 폐지해 내국인 입학이 100%까지 가능한 국내 유일한 인터내셔널 스쿨이다. 유치부에서 고등학교까지 외국식 교육을 실시하며 일정 학년 이상은 보딩스쿨(기숙학교)로 운영된다. 세 개 학교가 미국·영국·캐나다식 교육을 채택하고 있다.

NLCS제주는 영국 계열의 국제학교다. 163년의 전통을 지닌 NLCS의 첫 해외 캠퍼스로, 본교는 2012년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만점 42점 중 평균 성적 40.9점을 기록해 영국 내 IB 스쿨 중 2위를 기록하는 명문 사립학교다. NLCS제주는 영국 본교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물론 교사진도 본교에서 시범 강의와 인터뷰를 거쳐 직접 선발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KIS제주는 제주도특별자치도 교육청이 설립한 공립 국제학교로, 미국서부연합회(WASC)의 인증에 따라 미국식 학제를 그대로 들여왔으며 현재 초등 및 중등과정이 운영 중이다. 올해 8월부터는 미국 10대 보딩스쿨 세인트 막스 스쿨(St. Marks School)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학생 교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또한 '잉글리시 온리 폴리시(English Only Policy)'를 교칙으로 정해 학생들은 수업뿐만 아니라 기숙사를 포함한 생활 전반에서 영어를 상용어로 사용해야 한다.

브랭섬홀아시아는 캐나다 계열로 유일한 여자 기숙학교다. 모든 9학년 학생들에게 캐나다 본교에서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졸업 시 캐나다 본교 졸업 자격을 준다. 유치부부터 고등학교까지 전교생에게 IB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5월 IB 디플로마 과정을 인증받음으로써 IB월드스쿨로 등록됐다.

브랭섬홀아시아에서 만난 10학년 장서우(17) 양은 "중 3때 언니를 따라 외고에 진학할 목적으로 준비하다가 암기와 객관식 평가를 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모님께 먼저 입학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1년간 학습한 결과를 묻는 질문에 "여기는 외워서 푸는 문제가 없다. 에세이로 글을 길게 쓰거나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문제를 풀어간다"며 "스스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아는 점이 좋다"고 답했다.

제주국제학교는 일명 '뺑뺑이식 사교육'이 없다. 학교의 일정만 따라가면 별도의 사교육 없이 학업 성취도를 올릴 수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것도 아니다. 영어·수학·사회·과학 이외에 리더십·예체능·특별활동 수업 비중도 많다. 무조건 교실 안에만 가둬두는 게 아니라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노는' 학습 방식의 전인적 교육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NLCS제주는 학년에 따라 다른 일과표를 가지고 있는데 7~12학년(중학교 1~고등학교 3학년)은 오후 3시 30분이면 수업이 종료된다. 이후에는 교과 외 특별활동과 자율학습 시간으로 보낸다. 제주의 지역 환경을 이용해 승마·스쿠버다이빙 등 영국 본교보다 더 많은 100여 가지의 특별활동을 선택해 배우도록 하고 있다. 평가 또한 일반적인 중간고사·기말고사의 개념이 아니다. 한국어·한국사를 제외하면 과목별로 학기 중간에 프로젝트형 과제 및 퀴즈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부와 놀이 비중 60 대 40

KIS 제주는 수학·영어·과학·사회 등 학습과 음악·체육·미술·디베이트·리더십·드라마·미디어·치어리딩·모의유엔 등 특별활동의 비중이 60 대 40이다.

NLCS제주 관계자는 "국내 교육 시스템에 적응된 학생이라면 처음엔 이곳 커리큘럼과 방과 후 활동에 반가움과 함께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학생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고 자기 주도적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큰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브랭섬홀아시아 측은 "시험도 객관식 문제가 아닌 페이퍼를 제출해야 하며 11, 12학년이 되면 영단어 4000자 이상의 논문(에세이)을 제출해야 하는 한편 어릴 때부터 시험을 볼 때 현상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리서치를 통해 결과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학과 내 공부 또한 치열하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 대학 진학 시에는 이러한 활동이 중요한 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입시에도 플러스가 된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제주국제학교가 '귀족 학교'로 정원도 다 채우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학교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제주도가 2011년 첫 개교 이후 모든 학생을 한 번에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300~400명씩 꾸준히 모집해 정원을 채운다는 계획이 있어서다.

또한 학교 자체적으로 선발 과정을 거쳐 정원이 다 차지 않더라도 적정 인원만 선발하기 때문이다. KIS제주는 지난해 197명 정원에 총 219명이 몰렸는데 최종 합격자는 91명에 불과했다. NLCS제주 또한 올해 모집에서 465명 정원에 674명이 몰렸지만 합격자는 190명으로 1 대 4.2의 경쟁률을 보였다.

출신 지역을 살펴보면 브랭섬홀아시아는 재학생의 36.3%는 서울에서, 16.9%는 해외에서 온 학생들이다. KIS제주도 서울권 비율이 39%로 가장 많고 재학생 중 해외 국적자, 이중국적자, 해외 유학 귀국자가 전체 30~35%에 해당한다. NLCS제주에 따르면 개교 2년에 접어들면서 해외 유학생 중 국내로 리턴하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제주국제학교를 선택한 학부모들은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올까. 실제로 제주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7학년 자녀를 제주국제학교에 보낸 학부모 김현영(49) 씨는 "첫째 딸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영국 유학을 보내 현재 의대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이라며 "둘째 딸도 영국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굳이 멀리 보내지 않아도 가까이에서 IB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해외 명문대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기선(46) 씨는 "학교는 빠져도 학원은 빠지면 안 된다"고 자녀에게 가르쳤었다고 한다. 그는 "학원을 뺑뺑이 식으로 돌면서 어느 순간 회의가 들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었다"며 "물론 이곳의 학비가 비싸지만 학원비로 월 200만 원씩 지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가장 만족스러운 점으로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다"며 자유로운 학습 환경을 꼽았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관심은 '입시'다. 연간 3000만~5000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 대입까지 매년 이러한 학비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만큼 '명문대'를 보낼 수 있는지 여부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학교가 강조하는 점은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해외 명문대 진학이 우선 목표이지만 희망할 경우 국내 대학 진학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어와 국사 수업을 이수하면 국내 학력이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학부모들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 제주국제학교를 선택하고 있다. 김현영 씨는 "해외를 생각하고 있지만 국내 명문대를 가면 더 좋겠다"며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50 대 50의 비중으로 국외와 국내 대학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것은 수시 모집과 입학사정관제에 있다. 김미연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비롯해 국내 명문대에는 수능 없이 언어 실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 있고 전체 입시에서 7~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유학생 '리턴' 문의 증가

문제는 아직 검증된 대입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제주국제학교의 본교인 브랭섬홀캐나나·NLCS는 입시 성과가 검증된 명문 사립이다. 하지만 브랭섬홀아시아·NLCS제주·KIS제주가 모두 본교와 같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학교 측은 국내외 대학 관계자를 만나고 입학 설명회를 여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제주국제학교이기에 갖는 특별한 혜택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입학사정관제나 수시 모집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실력 또한 검증돼야 한다.

이에 따라 제주국제학교가 '명문'의 반열에 오르는 시험대는 실제 학생들의 대입이 치러지는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고 학년이 11학년인 NLCS제주가 내년 처음 입시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주국제학교를 '유학'이 아닌 '어학연수'로 거쳐 가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국제학교에서 전출을 선택한 이들은 세 개 학교에서 총 98명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들 중에는 적응에 실패해 다시 한국식 교육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수가 외고 등 명문고 진학을 위한 어학 코스로 국제학교를 선택한 후 중학교 1~2학년 때 전학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역시 '뛰는 학교 위에 나는 학부모'가 있다.

글렌 라도이코브치 브랭섬홀아시아 교장 인터뷰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죠"

개교 1년이 다 돼 가는데 그동안의 성과는.

유일한 여자 국제학교(보딩 스쿨)인 브랭섬홀아시아는 3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1년도 안 된 학교이지만 IB 디플로마 과정을 인증받음으로써 IB월드스쿨로 등록됐다는 게 성과다. 이에 따라 미국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 대학 입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가 국제학교에 오면 처음엔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실수를 통해 부딪쳐 가면서 극복하고 배우는 훈련을 강조한다. .

브랭섬홀아시아의 첫 해외 캠퍼스다. 목표는 무엇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브랭섬홀캐나다처럼 브랭섬홀아시아 또한 해외에서 인정받는 학교가 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제주=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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