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교실', 어린이 학원물이라 유치하다고요?

박주연 기자 2013. 7. 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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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교실'이 조금씩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왕의 교실'은 그동안 다뤄졌던 청소년드라마 혹은 성장드라마와는 다른 향방을 띠고 있다. 올곧은 성장을 강조하며 교훈적이고 계몽적이지만 따뜻한 메시지로 일관했던 성격의 드라마와 달리, '여왕의 교실'은 입시의 압박, 경쟁 구조를 통한 사회의 부조리함 등 교실이라는 작은 공동체 집단 안에서 아이들에게 사회의 현실을 일깨운다. 이 잔혹한 현실 앞에 배치된 이들이 다름 아닌 유약한 초등학생이라는 것은 분명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특히 부조리한 현실과 초등학생이라는 두 이미지는 상충되기 어려운 성질의 것들이다. 더욱이 한국 정서상, 학원물이나 성장드라마가 흥행이 어려운 가운데, 이와 같은 소재의 비틀기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욱 거부감을 사기 쉬웠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더 무슨 얘기를 끌어낼 수 있겠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실제 '여왕의 교실'은 이러한 한계에 부딪혀 재미를 발하지 못하고 실패한 리메이크 드라마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최근 '여왕의 교실'은 이 위기를 조금씩 타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4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여왕의 교실' 8화에서는 방화미수, 교사폭행 등 학급에 큰 물의를 일으킨 고나리(이영유 분)이 유학을 준비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떠나기 전 고나리는 "진짜 자존심은 내 죄를 당당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라는 마여진(고현정 분) 선생의 충고를 새겨 반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반 아이들 또한 고나리를 다시 받아 들여 과거의 평온을 되찾았다.

이날 방송에서 마여진은 떠나려는 고나리에게 "사물함은 비우고 가"라며 일부러 아이들과 대면시켰다. 고나리가 자신의 죄를 스스로 뉘우치고 사과하게 하기 위한 마여진의 숨은 의도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마여진은 아이들이 헤쳐 나가야 할 시련과 고통으로 대변되는 인물에서,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인물로 조금씩 그 역할을 확장해가고 있다. 다시 학교로 돌아 온 고나리 앞에서 '숫자송'을 불러주는 반 아이들의 모습은 분명 유치하지만, 그럼에도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여왕의 교실'을 단순히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국한 지을 수 없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평화로운 교실과 6년 우정을 간지했던 심하나(김향기 분)와 고나리 사이의 균열이 일기 시작한 것의 원인은 다름 아닌 '어른의 침투' 때문이었다. 교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표면적으로는 아이들 사이에서 불거진 갈등처럼 보이나, 이 원인은 어른들로부터 발생된 것들이었다.

고나리가 사건을 벌인 뒤에도 학력과 스펙을 우선시 생각하는 육성회장 나리엄마(변정수 분)는 물론이고 권력자 나리엄마에게 설설 기는 교장 송영만(이기영 분)을 비롯한 선생들 등은 아이의 정신적 상처를 보듬기보다 사건을 수습하는 데에 더 주력했다. 이밖에도 결코 메워지지 않을 것 같은 각 가정들의 갈등은, 아이들의 일상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유기적으로 이어진 반 아이들 사이에서의 갈등은, 사실 외부적인 요인으로부터 발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깨우치고 있다.

이는 '여왕의 교실'이 초등학생 이야기이기 때문에 '유치하다'고 지레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각 아이들이 내포하고 있는 숨겨진 상처가, 마여진 선생을 통해 어떤 형태로 발현될지 그리고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극복하고 어떠한 형식으로 단단해질 지, 조금은 거창하고 유치할 수 있으나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낼 성장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주연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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