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짬내 건강 챙기는 근로자들 어딜 가나 봤더니

2013. 7. 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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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인천남동공단 소규모 작업장에서 일하는 오정택 씨는 요즘 발걸음이 가볍다. 10년 이상 따라다녀 고민했던 고지혈증과 당수치가 정상이 됐고, 허리둘레와 체중도 줄었다. 간 기능 또한 좋아졌고 콜레스톨 수치도 낮아졌다. 매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하는 게 힘들었지만 이제는 상쾌하게 아침을 맞는다. 이용한 지 6개월 만의 변화다. 정윤주 간호사(인천근로자건강센터)는 오 씨의 상담일지를 보며 절주와 운동 규칙, 식이요법을 지키지 않으면 심장과 뇌질환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천산업단지 테크노파크에 입주해 있는 조립업체에 다니는 정희경 씨는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서둘러 점심을 먹고 이곳에 가서 피로를 푼다. 종일 앉아서 땜질하는 일을 하다보니 어깨에 무리가 왔다. 퇴근 후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돌봐야 하고 집안일이 빠듯해 건강 관리가 쉽지 않다. 점심시간에 이곳에 설치된 건강 기구들을 이용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작업환경의학 전문의와 산업간호사 등으로부터 건강 체크를 받는다.

고지혈증과 당수치가 높아 10년 이상 고민해왔다는 오정택 씨가 간호사와 상담하고 있다.

간호사와 상담을 마친 후 김인아 산업의학 전문의와 건강 체크를 하고 있는 오정택 씨.

오 씨와 정 씨가 자주 찾는다는 이곳은 5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 근로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근로자건강센터'. 이 센터는 건강 관리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건강 상담 등 다양한 직업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1년부터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산업 현장에서는 작업관련성 질환이 전형적인 직업병보다 훨씬 많이 발생한다. 작업관련성 질환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은 보건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고, 열악한 경제적 여건 등으로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재해자 10명 중 6명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근로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할 근로자건강센터를 속속 개소하고 있다. 2011년 시화안산산업단지를 시작으로 인천, 안산 ,광주, 대구, 경남센터가 문을 열었고, 올해 4월부터는 서울, 성남, 충남, 울산, 부천에 5곳이 추가로 문을 열어 전국에 총 10곳이 운영되고 있다.

개소 3년째를 맞은 인천남동공단에 위치한 인천근로자건강센터에서 건강증진실 정윤주 간호사와 근로자들이 함께 했다.

근로자들이 내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근로자건강센터가 생겨 든든하다는 정민환 씨

지난 달 20일 개소식을 가진 부천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소규모형 공장이 밀집한 부천산업단지 테크노파크 1단지에 자리하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금연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찾아온 회사 간부, 복잡한 가정사로 괴로움을 털어놓고 싶어 심리상담사를 만나러 왔다는 근로자, 운동처방을 받고 싶다고 밝힌 근로자가 상담을 신청했다.

부천근로자건강센터 정혜선 센터장은 "부천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9%를 차지한다.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부천시 인구의 21%인 19만 명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건강 관리는 취약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부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가톨릭대학교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역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기초서비스를 제공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달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근로자건강센터에는 직업환경전문의, 산업전문간호사, 산업위생기사, 운동처방사, 인간공학기사 등 관련 전문가가 상주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업무와 관련된 건강 유해요인을 발굴해 대책을 제시해준다. 근로자들이 많이 안고 있는 직업병 등 건강 상담, 뇌심혈관 질환 및 근골격계 질환 예방, 직업환경(작업관리) 직무스트레스 상담 등이 필수 사업이다.

부천근로자건강센터를 찾은 상담자에게 민병찬 운동지도사가 운동 요법을 소개하고 있다.

조립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정희경 씨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안마기로 근육을 풀고 있다.

근로자들은 근무 중 또는 출퇴근 시간에 잠시 시간을 내 근로자가 직업병 상담 및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회사 의무실'처럼 언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제조업체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한 근로자는 "개소 첫 날부터 꾸준히 이용해 오고 있다. 분야별로 의사 선생님이 상주해 있으니 그동안 살기에 바빠 묻어뒀던 건강 상담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받고 있다."며 "상담 결과에 적합한 지역 의료기관에 연결해 주는 점도 이 곳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PCB 외주검사 전문기업의 정민환 이사는 "직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불량품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다보니 눈의 피로와 허리 통증을 자주 호소한다. 의사 선생님과 해결방안을 의논하려고 왔다. 작업환경이 열악한 근로자들을 위해 이런 공간을 마련해주니 정말 힘이 난다."며 고마워했다.

부천근로자건강센터 김현자 심리상담사는 "내담자들은 말하는 것 자체가 치유라고 생각한다. 같이 들어주고 아파해줌으로써 혼자가 아니라고 여기며 의욕을 찾는다."며 "어느 프로그램에서 '건강을 100으로 봤을 때 5%만 의학으로 해결하고 나머지는 심리'라는 말을 들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근로자의 심리를 헤아리고 고민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 지역에 기반을 둔 가톨릭대학교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부천근로자건강센터

개소 3년째를 맞는 인천근로자건강센터 역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 중 하나이다. 국가대표산업단지 중 한 곳인 남동공단과 안접한 인천종합비지니스센터에 자리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연세대학교 의료원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었으며 송도에 분소가 운영 중이었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김인아 산업의학전문의는 "사업주나 근로자 모임에 적극적으로 쫓아가 알렸더니 점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용 비용은 안전보건공단에서 전액 지원하는데, 무료로 운영된다니까 믿기 어려웠는지 일부 근로자들은 암행 체험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3명이 찾아온 적이 있다. 기계가공을 하는 산업체에 다니는데 손가락 굽혀펴기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작업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상담하고 센터 내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거나 전문의료기관과 연계해 주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김송난(57·인천 서구 완길동) 씨는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태워 이동해 식사나 목욕을 돕는 일 등을 하기 때문에 근력에 무리가 많이 가서 근력 강화를 위한 처방을 받고 있다."며 "개인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검사 부위별로 비용이 들어 아파도 선뜻 병원 가기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곳은 근로자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고, 의사 선생님들이 직업성 질환에 대해 세밀하고 친절하게 진단해주니 마음 편히 찾게 된다."고 흡족해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9%를 차지하는 부천이기에 부천근로자건강센터는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근로자들은 입을 모았다. 사진은 5월 20일 열린 개소식 장면.

◈근로자건강센터 상담실 이용 안내

-이용 시간: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이용 대상: 직업병의심자, 특수 일반 검진 후 결과 상담이 필요한 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의심자, 기타 건강상담 희망자-상담 내용: 뇌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기초질환관리, 직업병예방상담, 특수 및 일반건강진단결과에 따른 사후관리, 생활습관개선 상담(금연, 운동,영양, 절주) 등-상담 후 연계: 지역사회 의료기관, 보건소, 고혈압, 당뇨병 등록교육센, 정신강증진센터 등 전문상담기관, 사업장 보건담당자

◈근로자건강센터 전국 네트워크 통합문의전화 1577-6497, 1588- 6497

▲서울(가산디지털단지)▲인천(남동산업단지)▲경기동부(성남산업단지)▲경기서부(시화안산산업단지)▲부천(부천산업단지) ▲충남( 천안산업단지)▲대구(성서산업단지)▲울산(울산산업단지) ▲경남( 창원산업단지) ▲광주(하남산업단지)

정책기자 최정애 (프리랜서) cja30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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