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악녀'가 되었을까? '천명' 문정왕후 VS '장옥정' 장희빈

성선해 기자 2013. 6. 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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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 문정왕후 장옥정 장희빈

[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최근 두 명의 악녀가 상반된 캐릭터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나는 KBS2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극본 최민기 연출 이진서, 이하 천명)'에서 박지영이 열연 중인 문정왕후이고, 다른 하나는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 이하 장옥정)'에서 김태희가 분한 장희빈(장옥정)이다.

이들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악녀'의 대명사다. 문정왕후는 조선 11대 왕 중종의 왕비이자 13대왕 명종의 모후로 지금까지도 여성이 정치에 관여한 사례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장옥정은 조선 19대왕 숙종의 빈으로 후에 왕자 윤을 낳아 중전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며, 남자가 여색에 빠져 일을 그르칠 때 자주 거론되는 요부의 대명사다.

두 사람은 '악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천명'과 '장옥정'에서 비치는 시각은 정반대다. 문정왕후의 '악녀' 캐릭터는 자신의 주도적 의지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장옥정과는 차이가 있다.

'천명'에서 문정왕후는 '왕비보단 왕이 되고 싶은 여인'으로, 권력욕의 화신이다. 그는 열여섯의 나이로 중전의 자리에 오른 뒤부터 세자 이호(임슬옹 분)를 독살하고 자신이 낳은 경원대군을 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끊임없이 계략을 꾸며온 인물이다.

문정왕후의 주도적인 악녀 캐릭터는 지난 20일 방영된 '천명' 18회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날 문정왕후는 아들 경원대군이 "나를 왕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어마마마가 왕이 되려는 것이다"고 말하자 "대군 말이 맞다. 그러니 이 어미 뜻에 조용히 잠자코 따라라"고 협박하는 모습을 보이며, 친아들마저 권력쟁취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반면 '장옥정'에서 장옥정은 '사랑 받고 싶은 여인'이다. 장옥정이 저지르는 악행들은 숙종(유아인 분)에게 지속적인 총애를 받고자 하는 여인으로서의 욕망의 산물이다.

장옥정은 이순을 내금위장으로 알고 그를 보기 위해 궁궐로 찾아왔지만, 곧 그가 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이후 장옥정은 거듭되는 이순의 구애에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지만, 신분의 차이로 인해 끊임없이 핍박을 받는다. 이에 장옥정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녀로서의 변신을 결심한다.

지난 11일 '장옥정' 20회에서는 장옥정이 악녀가 된 이유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날 장옥정은 이순에게 꼬리를 치는 궁녀들을 보고 이성을 잃은 나머지 야밤에 이들을 끌어내 억지로 불임약을 먹이려 했다.

하지만 장옥정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궁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 대비 김씨(김선경 분)로부터 자신이 똑같은 일을 당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결국 약을 먹이는 것을 중단한다. 장옥정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된 것이기 때문에 궁녀들의 처지가 남 일 같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문정왕후와 장옥정의 캐릭터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문정왕후는 권력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장옥정은 악행을 저지르는 와중에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그가 악녀가 된 것은 자신의 주도가 아닌, 상황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악녀가 된 이유에 상관없이 이들이 더욱 독해질수록 극의 재미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사랑을 위해 살다간 장희빈'을 내세운 '장옥정'은 초반에 신분의 차이로 괴로워하는 착한 장옥정의 모습을 내세워 역대 장희빈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착한 장옥정'에게 돌아온 것은 한자리대의 저조한 시청률과 각종 논란이었다.

하지만 장옥정이 눈을 부라리면서 악을 쓰기 시작하자 극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시청률은 두자리대로 수직 상승했다.

문정왕후는 지난달 2일 방송된 '천명' 4회에서 세자 독살 계획을 실패에 그치게 한 대가로 김치용(전국환 분)에게 뜨거운 찻물을 주전자째로 붓는 섬뜩한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극 초반부터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지난 19일 방송된 17회에서는 자신의 악행과 이중적 모습을 모두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 세자에게 들려주던 자장가를 부르며 "오직 세자만을 위해 불러주던 노래였다. 그런데 어찌 내게 이러느냐. 억울하고 원통하다"며 죽음으로 결백을 보이겠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중종이 "그리하시오"라며 이를 냉정히 뿌리치자 순식간에 눈물을 거두고 표정을 바꿔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역사 속 악녀들이 끊임없이 드라마화 되어 우리 앞에 되살아나는 것은 악한 캐릭터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드라마틱함이 보는 이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희빈과 문정왕후는 악녀가 된 이유는 다르지만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안방극장에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KBS 홈페이지, SBS 홈페이지, KBS2 방송화면 캡처,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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