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드라마' vs '착한 드라마'..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2013. 6. 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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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로라 공주'·SBS '못난이 주의보' 일일극 대결 '후끈'

극과 극의 두 드라마가 오후 7시 안방극장을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시청률 제조기가 되리라 예상했던 자극적인 '끝장' 드라마와 초반에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착한' 드라마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겨루고 있다.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와 같은 시간대 SBS에서 방영 중인 '못난이 주의보' 얘기다. 두 작품은 지난달 20일 첫 방송한 120부작 일일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빼면 처음부터 끝까지 딴판이다. '오로라 공주'는 비상식적인 전개와 선정성으로 비난과 관심을 동시에 유발하고 있다. 반면 '못난이 주의보'는 순수한 인물을 통해 사랑·공존의 가치를 말한다. 일일극으로서는 드물게 순한 드라마다.

◆초반 예상 깬 의외의 대결

방송에 들어가기 전 관심은 온통 '오로라 공주'에 쏟아졌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신기생뎐'을 쓴 임 작가가 얼마나 '센' 작품을 들고 올지 관심사였다. 당연히 초반 시청률은 '오로라…'가 앞섰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오로라…'는 첫날 시청률 11%를 기록한 뒤 꾸준히 8∼10%대를 유지했다. 반면, '못난이…'가 받아든 첫날 시청률은 7%에 그쳤으며 이후 5.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극이 전개될수록 시청자는 '착한 드라마'의 손을 들어줬다. '못난이…'의 시청률은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려 지난 7일 '오로라…'를 0.4%포인트 앞선 뒤 일주일간 이 추세를 유지했다. 임 작가의 전작이 최소 20%대 시청률을 보장한 것을 감안하면 '오로라…'의 시청률은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다.

황당하고 자극적인 설정으로 비난받는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공주'.

◆'욕하면서 보는' 자극성, 오랜만에 만난 착함

두 드라마의 성격은 정반대다. 굳이 유사점을 찾자면 주인공들의 집안이 부유층·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몰락하고, 주인공들이 이를 씩씩하게 받아들이는 설정 정도다.

'오로라…'는 자극적 요소가 시청자를 붙잡아두는 힘인 동시에 약점이다. 불륜을 응원하는 가족, 유체 이탈, 남동생에 대한 누나들의 과한 집착 등으로 이 드라마는 일찌감치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에는 식품 대기업이 부도나고 대주주 가족이 빚더미에 앉는 과정을 단 몇 초로 생략해서 보여주는 비상식적 전개로 시청자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비뚤어진 시선을 가진 임 작가가 세상을 마음껏 조롱하는 드라마 같다"며 "시청자가 작가의 비아냥거림을 지켜보며 본인의 카타르시스가 아닌 '작가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밝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가 기획의도와 주제의식을 갖고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목적이 높은 시청률이고, 이를 위해 시청자와 드라마 게임을 하고 있다"며 "자극적 코드, 비상식적 설정을 끌고 와서 눈을 잡아놓는 형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못난이…'는 돈과 계산의 시대에 사랑·느림·양보의 가치를 내세운다. 중산층 간호사 여성은 사기 전과 5범의 빈털터리와 재혼하고, 의붓아들까지 따뜻하게 맞아준다. 주인공 공준수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동생의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10년을 복역한다. 게다가 10년 후 동생들이 그를 문전박대해도 감옥에 대신 간 게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이라고 뿌듯해하는 바보스럽게 착한 인물이다.

정 평론가는 "자극적 설정에 지친 시청자는 훈훈한 얘기를 보고 싶어한다"며 "'못난이…'는 '오로라…'와 비교되면서 반사 이익을 얻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못난이…'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있지만 옛날 드라마 같다"고 지적했다.

따뜻하고 착한 이야기로 화제가 되고 있는 '못난이 주의보'.

◆앞길이 구만리…누가 웃을까

두 드라마는 이제 6분의 1을 왔다. 앞으로 97회가 더 남았다. 시청자를 사로잡을 핵심 카드는 아직 내보이지 않았다. 본 게임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오로라…'는 빚더미에 앉은 오로라의 재기, 황마마와의 애정 전선으로 시청자를 유혹할 전망이다. MBC 관계자는 "2막에 들어서면서 오로라가 라이벌인 박지영과 본격적으로 대립하고, 로라네 가족이 가난을 극복해가는 내용이기에 충분히 시청률이 반등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윤 교수는 "시청자가 임성한식 드라마에 익숙해진 상황이라, 이전처럼 시청률이 올라갈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못난이…'는 공준수의 누명이 밝혀지는 과정, 그가 나도희와 사귀면서 맞닥뜨릴 갈등이 기다리고 있다. SBS 관계자는 "'못난이…'는 갈수록 화제가 되고, 시청자가 드라마의 진정성을 높이 사는 흐름"이라며 "앞으로도 시청률이 좀 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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