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책꽂이-'나의 프랑스식 서재' 외 4권

윤시내 2013. 6. 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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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제일 박영주 유상우 이재훈 김정환 기자

▲나의 프랑스식 서재김남주 지음이봄 펴냄

'번역이란 말의 무게를 다는 것. 저울의 한쪽에 원문을, 다른 한쪽에 옮겨놓은 말을 올려놓고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부정한 미녀냐 충실한 추녀냐' '중요한 건 직역이냐 의역이냐가 아니라 요컨대 역자의 관점' '값비싼 취미'

번역한 책 중 출간된 63권에서 책의 마지막 문을 닫는 '옮긴이의 말'을 적어온 '옮긴이' 김남주가 '나의 프랑스식 서재'를 통해 처음으로 '작가의 말'을 적었다. '첫 책을 내면서'라는 글을 통해 프랑스 아를에서 만난 각 나라 번역자들의 말을 옮긴 그녀는 '번역'을 "20대 후반부터 30대, 40대를 살아오는 동안 번역은 내 밥벌이"라고 정의했다.

"문화와 정신을 전달한다는 감동과 자부는 대개는 무능과 게으름과 악조건 속에서 사그라들고, 표현과 내용의 좌충우돌 속에서 많은 밤들을 새웠다. 저울의 한쪽에 착실히 말들을 올려놓으며 한 권의 번역을 마치고 나면 머릿속 말들이 모두 빠져나간 듯 일상적인 대화조차 더듬고 버벅대고 순서를 바꾸기 일쑤였다."

'역자와 독자 사이를 흐르던 침묵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라는 궁리로 쓰기 시작한 '옮긴이의 말'을 모았다. '문학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었고, 다른 무엇보다도 문학서를 편식했으며, 국문학과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고, 서양 문학서를 번역해왔으며, 문학이 정신의 진화에 기여한다고 굳게 믿는' 김남주의 '옮긴이의 말'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에세이다.

각 작품의 번역 후기도 볼거리다.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번역할 당시 긴 문장을 끊었으면 한다는 출판사의 요구에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기꺼이 찬찬한 독서를 해줄 것"이라며 로맹 가리 특유의 만연체를 고수했다는 에피소드 등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후 네시'를 통해 아멜리 노통브를, '나를 보내지 마'를 통해 영국의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처음 국내에 소개했다. 장 그르니에, 알베르 카뮈, 로맹 가리, 생텍쥐베리 등의 프랑스 현대고전도 그녀의 손을 거쳐 독자의 손에 쥐어졌다.

'원서와 공감'한다고 느꼈을 때 번역을 시작하는 김남주가 옮긴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김남주의 번역목록은 곧 추천도서가 된다. 로맹 가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도 김남주가 번역한 아멜리 노통브를 읽는다면 '옮긴이의 말'을 통해 노통브가 달리 보이기도 한다.

출판사는 "김남주의 최근 번역목록을 도서검색창에서 찾아보는 일은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을 선사한다. 어떤 작가를 그냥 지나칠 뻔 했을까? 혹시라도 어려울 것 같다면 '옮긴이의 말'이라는 든든한 돌다리가 있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사랑, 문학, 자아, 예술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물건 버리기 연습메리 램버트 지음시공사 펴냄

정리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많은 고객들을 만나온 '물건 버리기 연습'의 저자 메리 램버트는 정리보다 버리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집안 구석구석에 들어찬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서는 수납과 정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인인 저자는 개인 물건을 100개만 남기고 모두 버리는 도전을 제안한다. 옷, 구두나 가방, 취미용품, 전자용품 등 자신이 어떤 물건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파악해보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목표 기간을 정해 모두 버리는 것이다.

집, 사무실 등 주로 생활하는 장소에 놓인 익숙한 물건들을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떤 물건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지 판단해볼 수 있다. 무분별한 소비 패턴이 있었다면 이를 변화시킬 수 있어 좋다. 물건을 버리는 혜택은 단순한 정리의 수준을 넘어 삶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아직 멀쩡하고 언젠가 쓰게 될 수도 있으니까, 선물해 준 사람의 정성이 담겨져 있으니까 등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집안 곳곳의 잡동사니가 주는 영향은 심각하다. 소중한 시간과 공간, 생활 전반이 잡동사니에 가로막혀 생기를 잃고 있는 것이다.

풍수지리 전문가이기도 한 지은이는 물건에는 고유의 에너지, 기가 존재하고 이 에너지의 흐름이 순조로워야 활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물건을 즉시 버리고 비워내야 비로소 그 자리에 자신이 진정 원하는 새로운 일들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물건, 더 좋은 물건에 둘러싸여 있으면 행복해지리라는 생각은 과도한 소비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착각에 불과하다. 물질적으로는 더 할 나위 없이 풍요롭지만 정신적 공허함이 그 어느 세대보다도 깊은 현대인은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물건 버리기 연습'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발로 배우는 우리 역사 4-조선 후기부터 근현대까지핵교 지음아이세움 펴냄

'강화도는 우리나라의 어느 섬, 어느 고을보다 외적의 침입에 대비한 방어 시설이 많은 곳이다. 강화도의 방어 시설로는 14개의 성과 5개의 진, 7개의 보, 54개의 돈대, 8개의 포대 등이 있다.'(강화도)

'보길도에 살던 윤선도는 유명한 시조 '어부사시사'를 지었다. 윤선도는 당시 우리나라 양반들이 주로 한문으로 글을 지을 때,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섬세하고 훌륭한 시조들을 지은 시조 문학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다.'(유배와 은둔 생활로 일생을 보낸 윤선도)

'판소리는 17세기 후반 숙종 때부터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조 때 백성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고종 때 크게 발전했다. 판소리는 한 손에 부채를 든 소리꾼이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춰 창, 아니리, 발림을 소화해 내는 예술이다.'(고창 판소리 박물관)

'실학은 조선 후기에 나타난 개혁 사상이다. 그때까지 조선에서는 성리학만이 옳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정치는 어지러웠으며 전 국토는 피폐해졌고 가난한 농민은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성리학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조선에 나타난 실학)

'발로 배우는 우리 역사 4-조선 후기부터 근현대까지'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분석해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까지 어린이들이 꼭 다녀와야 할 역사 유적지 28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각 유적지에서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유적지와 유물을 중심으로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현장의 내부 안내도를 통해 꼭 봐야 할 곳도 짚어준다. 또 체험 학습지를 미리 둘러보고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사진 300여 컷을 실었다. 해설과 일러스트, 만화가 더해져 읽는 재미를 더했다.▲음란과 혁명권명아 지음책세상 펴냄

일제가 식민지 민중의 일상을 장악하기 위해 마련한 경찰범처벌규칙(1912)이 현재의 경범죄처벌법의 모태다. 일제시기에 만들어진 풍속 통제의 이념과 법제 및 제도의 틀은 '청산'되지 않고 오히려 누적되며 진화 발전해왔다. 식민지 조선의 풍속 통제에 관한 법적 규정은 일본에서 메이지 초기에 만들어진 법적 기준을 토대로 했다.

포괄적 법령이나 상위법이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이나 국면에 따라 새로운 규제 지침이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임의적이고 누적적인 통제 방식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풍속 통제는 식민 지배의 전형적인 잔재라 할 수 있다.

권명아 교수(48·동아대 국어국문학)가 펴낸 '음란과 혁명'은 식민지와 전쟁, 독재체제 등 왜곡된 한국 근현대사의 산물로서 '풍기문란'의 역사와 정치학을 탐색한다. 식민성, 근대성, 혹은 파시즘과 민주주의 등의 문제들과 복합적으로 결부해서 본다.

이를 바탕으로 문란함, 음란함, 부적절함이라는 기준이 문화 생산과 주체성 형성, 시민적 덕성과 국민 만들기에 어떻게 작용해왔는지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광복과 종전에도 불구하고 식민성이 온존하고 냉전체제가 일상화하는 상황에서 '국민, 선량한 존재'로 포섭되지 못하고 '비국민, 반사회적 존재'로 부유해야 했던 '풍기문란한 자'들이 어떻게 국가와 사회의 통제를 뚫고 자신들만의 장치로 역사에 균열을 일으켜왔는지, 또 어떻게 일으킬 수 있는지를 추적하고 성찰한다.

권 교수는 "풍기문란 연구는 통속적으로 이해되듯이 음란물이나 성적 문화 생산물에 대한 통제의 역사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당대에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된 정념이 정치적 열정으로 이행하는 역사적 맥락을 추적하는 작업"이라고 전했다.

▲셀프 트래블 홋카이도신연수 지음상상출판 펴냄

올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갖가지 여행 서적들이 홍수를 이루기 시작했다.

여행 작가들이 여행길에서 느낀 감상과 경험을 담은 여행 에세이를 보면서 여행 정보를 간접적으로 얻을 수도 있겠지만 보다는 역시 여행지에 관해 상세한 소개해주는 가이드북이 유용하다.

엔화가 간만에 약세를 보이면서 여행지로 부활한 일본, 그 중에서도 서늘한 날씨 덕에 한여름 피서지로 주목할 만한 곳이 홋카이도다.

하지만 도쿄나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와 달리 홋카이도에 관한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가 우연히 홋카이도 비에이의 고즈넉한 풍경 사진 한 장을 본 뒤 홋카이도에 매료돼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곳도 홋카이도, 가장 즐겨 찾는 곳도 홋카이도가 된 홋카이도 전문가이자 홋카이도 러버가 된 신연수씨도 마찬가지였다.

홋카이도 여행 초기에 정보 부족으로 고생했던 저자는 자신의 낭패를 후배 여행자들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한 자세하고 쓸모 있는 정보들과 풍성하고 생생한 사진들로 책을 꾸몄다. '셀프 트래블 홋카이도'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홋카이도를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할 곳'과 '그들만 알음알음 찾는 숨겨진 곳' 등 2개로 크게 나눠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5년째 운영 중인 여행 카페 '북해도로 가자'(http://cafe.naver.com/hokkido339.cafe) 회원들이 선정한 '베스트 숙소', '베스트 푸드'도 소개하고, 3박4일 또는 4박5일로 나눠 목적에 따른 효율적인 여행 코스 10가지도 제안한다. 책 곳곳에 각 여행지 상세지도와 교통 안내도를, 책 말미에 홋카이도 전도를 곁들였다.

6월11일 첫 선을 보인 2013년 최신판이다. 덕분에 바로 사들고 떠나도 '눈 축제'로 유명한 삿포로, 하얀 설원 위에서 나카야마 미호(43)가 "오겡기데스카!"라고 외치던 1995년 영화 '러브레터'(감독 이와이 슌지) 속 오타루, 폐선 직전의 눈 덮인 산골 간이역 호로마이역을 배경으로 한 1999년 영화 '철도원'(감독 후루하타 야스오)의 촬영지인 이쿠도라 등 우리의 기억에 '겨울'로만 남아있는 홋카이도의 여름 속살을 살펴보는 또 다른 즐거움에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kafka@newsis.comgogogirl@newsis.comswryu@newsis.comrealpaper7@newsis.comace@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32호(6월18일~2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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