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에 200만원, 원룸보다 비싸.. "민자 기숙사비 원가 공개하라"

이성희 기자 2013. 6. 1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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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생들, 정보공개 청구·공익소송 준비 등 행동 나서

서울시내 사립대에 다니는 신모씨(23)는 지난해 2학기 민자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비싼 기숙사비 때문에 한 학기 만에 퇴소했다. 한 학기 동안 그가 낸 기숙사비는 매달 약 40만원씩 넉 달치로 150만원이 넘는다. 등록금처럼 한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한꺼번에 내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자취를 하면 보증금을 내더라도 매달 20만원이면 방을 구할 수 있다. 그는 "기숙사비로 학교 밖의 시설 좋은 원룸도 구할 수 있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대학 민자 기숙사비가 턱없이 높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전국 대학생 104명은 13일 민자 기숙사를 운영하는 14개 대학을 상대로 '민자 기숙사비 책정 기준을 공개하라'며 집단 정보공개청구를 제기했다.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와 민달팽이유니온 등은 이날 서울 안암동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자 기숙사비 책정 근거 공개와 투명한 운영 등을 요구했다.

이들이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사립대학교 민자 기숙사 포함 대학'을 보면 연세대 민자 기숙사(SK국제학사)의 한 학기 비용은 1인실(191개)이 249만원, 2인실(207개)이 165만원이다. 고려대 민자 기숙사(프런티어관)의 한 학기 비용도 1인실(7개) 234만원, 2인실(468개) 152만원이며 건국대는 1인실(148개)이 213만원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05년부터 지어진 민자 기숙사의 기숙사비가 월 기준으로 1인실 최대 62만원(연세대), 2인실 최대 42만원(단국대)으로 대학 직영 기숙사(11만~18만원)보다 2~4배 비싸다"며 "학교 주변 원룸에 2인이 거주할 때 드는 비용(약 25만원)과 비교해도 훨씬 비싸다"고 밝혔다.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대표는 "학교 부지 내 민자 기숙사의 비용이 과도하게 비싼 것은 대학이 건축비를 대지 않기 위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라며 "건축비를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시키는 셈"이라고 말했다.

민자 기숙사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순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교는 민자 기숙사비를 책정할 당시 791명이었던 수용인원을 2010년 943명으로 확대했다"며 "수용인원 증가로 기숙사 운영수입이 늘었음에도 기숙사비를 인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4개 대학들이 정보공개를 거부하면 공익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민간 기숙사에는 안경점과 약국, PC방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며 "학생들은 기숙사와 자취에 드는 한 달 비용을 단순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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