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고 밥 하고 불장난하는 아빠

송세진 여행작가 2013. 6. 8. 10: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세진의 On the Road/ 갈천 오토캠핑

주말마다 이사하는 가족이 많다. 침실, 부엌, 각종 세간부터 놀이기구까지 차에 가득 싣고 그들은 떠난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의 오토캠핑. 보는 사람은 노동인데 당사자는 그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 오묘한 매력 속으로 떠나본다.

◆깊은 산속, 구력의 캠핑장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 도착한 곳은 갈천오토캠핑장. 시원한 숲 바람이 불어오는 오대산 아랫자락이다. 이런 오지에 오토캠핑장이 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캠핑족 사이에선 유명한, 전통의 캠핑장이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더운 텐트 안이 끔찍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아늑하고 시원하다. 놀이시설을 만들려다가 캠핑장을 열었다더니, 약 2만평 대지에 130동으로 규모도 상당하다. 요즘 '좋다' 하는 곳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조성되는 오토캠핑장과는 태생과 사이즈부터가 다르다. 나무 사이로 사이트를 자연스럽게 구축해 야생의 캠핑을 즐기는 정취가 남다르다. 규칙적으로 구획을 나누거나 나무 데크 위에 텐트를 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기분이다. 텐트를 치다가 허리를 젖히면 머리위로 높게 드리워진 나뭇가지가 기분 좋은 그늘을 만들어 준다. 저절로 심호흡을 하게 된다.

본격적인 소꿉놀이의 시작이다.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조리대를 꾸미고, 식탁을 펴고, 화로를 만들고…. 어느 정도 집짓기와 꾸미기가 끝이 나면 나무에 해먹을 걸고 휴식을 즐긴다.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으니 시간의 속도는 늘어진다. 여기선 무엇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그것은 자유다. 해먹 안에 들어가 노트북을 펴 영화 한 편을 본다. 일상에서는 뮤직비디오 한편도 집중해 보기 힘든데 이런 곳에서 보는 영화는 희한하게 집중이 잘 된다.

식사시간. 사이트마다 밥 짓는 연기가 올라온다. 캠핑에서는 식사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놀이다. 저녁 식사를 위해 화로에 불을 지피고 바비큐 파티를 연다. 불 위에 지글거리는 삼겹살과 버섯, 소시지는 오늘 집 짓느라 수고한 노동의 대가다. 해가 넘어간 산 속은 금세 쌀쌀해지고 가족들은 불 가로 모여든다. 고기 구운 자리에 고구마까지 익혀 먹어야 캠핑 식사의 완성.

어느덧 어둑해진 하늘엔 별들이 반짝인다. 이 시간이 캠핑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하나 둘씩 켜지는 텐트의 불빛이 유난히 아늑하고, 풀벌레 소리 들으며 잠 드는 밤…. 침낭 속으로 몸을 누이며 어쩌면 다음 캠핑을 계획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캠핑 백배 즐기기

갈천오토캠핑장에는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갈천계곡인데 그리 깊지 않은 개울이라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딱 좋다. 물소리도 명랑해서 캠핑장의 훌륭한 배경음이 된다. 이 때문에 휴가철에는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시내를 따라 올라가면 갈천 약수가 있다. 이곳을 모르는 캠퍼들이 많은데 사실은 미천골의 불바라기 약수, 설악산 오색약수와 함께 양양을 대표하는 유명약수터이다. 그러니 계곡 상류를 향해 산책 삼아 걸어 보자. 맑고 깨끗한 물은 찾아온 자에게 주는 갈천의 선물이다.

특이한 것은 캠핑장 안에 있는 성황당이다. 400년 된 마을의 유산으로 매년 음력 8월에 제를 지낸다고 한다. 날짜를 잘 맞춰 캠핑을 온다면 캠핑도 하고, 이 마을의 전통행사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재래식 한증막이다. 원뿔형 방 안에 소나무 향이 가득한 한증막으로 '사장님'이 생각 한번 잘 하셨다. 캠핑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는 날렸을지 모르지만 장시간 운전과 안 쓰던 근육들을 썼다는 이유로 적당히 몸을 소진한 상태, 게다가 공동으로 쓰는 욕실과 화장실 사용에 알게 모를 찜찜함이 있을 것이다. 이때 캠핑장에서 만나는 재래식 한증막은 피로를 푸는데 그만이다. 시원하게 땀을 내고 침낭 안으로 다이빙하면 기분 좋은 숙면이 기다리고 있다.

캠핑장에는 족구장이 있어 아이들과 공놀이하기 좋고, 가끔 이곳에서 콘서트 같은 문화행사도 열린다. 별도로 마련된 미니펜션도 인기다. 캠핑시 어른들을 편하게 모시고 싶거나 어린 아기를 데려왔을 때, 미니펜션에서 따로 숙박을 하면 함께 오는 가족의 사정을 배려할 수 있다. 캠핑 장비는 없지만 숲속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여행자들에게도 기쁜 소식이다.

◆선림원지와 송천떡마을

캠핑에 여행을 더하고 싶다면 근처에 좋은 곳이 있다. 우선, 미천골 선림원지다. 통일신라 시대의 절터로 규모가 상당했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짐작하는데, 이유가 재미있다. 옛날 큰 절에서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으면 물이 하얗게 계곡을 타고 흘러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미천(米川)'이 됐다고 하는데, 그 '큰 절'이 바로 이 선림원지이다. 지금은 삼층석탑과 석등, 귀부 등이 남아있는데 조각이나 형태가 상당히 화려하다. 미천골은 산천어 등 희귀어와 원시림이 무성해 유명한 자연휴양림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도 야영 및 숙박이 가능하다.

송천떡마을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떡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직접 떡메를 치고 콩가루를 묻혀 맛을 보는데, 맑은 물로 재배한 좋은 쌀 덕분인지, 공기가 좋아서인지, 힘들게 떡메를 쳐서인지는 몰라도 이게 꿀맛이다. 시간이 없을 땐 마을 입구에서 떡을 살 수도 있다. 캠핑장에서 멀지 않으니 지나는 길에 간식으로 몇 개 골라가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구룡령옛길을 찾아보자. 구룡령은 자동차 길도 옛길이지만 수백년 된 도보여행길이 있다. 양양과 고성의 선비들이 한양에 과거 보러갈 때 걸었다는 산길이다. 옛길이니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다. '구룡령'(九龍領) 이란 이름도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양처럼 아흔 아홉 구비를 넘어간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런데 그 용이 잠시 쉬어 간 곳이 갈천리라니, 용이건 캠퍼건 갈천에선 잠시 머무는 것이 미덕이겠다.

사실 캠핑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레저도 없을 것이다. 집 짓고, 밥 하는 것이 어떻게 휴식이 될 수 있나 생각이 들지만, 막상 해보면 이것만큼 흡입력 있는 놀이가 없다. 자연 속에서 먹고 자는, 가장 '자연스러운' 민생고만을 해결하는 것. 이게 바로 '심플 라이프'가 아닐까. 그래서 이번 주말에도 자연으로 떠난다. 집 짓고 밥 하러!

[여행 정보]

● 갈천오토캠핑장 가는 방법

[승용차]올림픽 대로 - 서울춘천고속도로 - 동홍천 IC 교차로 '속초, 인제, 신남' 방면으로 우측 - 설악로 - 논화교차로 '창촌, 불탑사' 방면으로 우측 - 구룡령로 - 논화교차로 '홍천, 구룡령' 방면으로 우측 - 구룡령로 - 왕샘골길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갈천오토캠핑장: 검색어 '갈천오토캠핑장' / 강원도 양양군 서면 갈천리 118-2선림원지: 검색어 '선림원지' / 강원도 양양군 서면 서림리송천떡마을: 검색어 '송천떡마을' / 강원도 양양군 서면 떡마을길 107

< 여행지 주요정보 >

갈천오토캠핑장http://www.galchun.co.kr/캠핑 1박 (4인기준, 전기포함): 2만2000~4만4000원미니펜션: 8만~12만원불한증막(지역주민과 캠퍼): 6000원문의 033-673-4041 / 010-6380-2423

미천골 자연휴양림http://www.huyang.go.kr강원도 양양군 서면 미천골길 115 / 033-673-1806

송천떡마을http://songcheon.invil.org/떡체험시간(1일 6회): 오전 9시, 10시, 11시, 12시, 오후 1시, 2시떡체험비(10인 이상시 진행): 인절미 만들기(1인) 6000원 / 찹쌀떡 만들기(1인) 7000원떡(1팩): 3000~6000원 / 맞춤떡(5~7kg): 3만5000~7만원택배주문 가능 / 문의 033-673-7020

인진쑥이 지역의 특산물로 소화나 간 관련 효능이 있고 피부미용, 변비개선 등에 좋다고 한다.인진쑥환(300g) 1만5000원 / 엑기스(30포) 3만원주문: 033-673-0846

< 오토캠핑 에티켓 >

1. 입퇴실 시간을 지킨다. (너무 늦게 도착하면 먼저 온 캠퍼들의 수면과 휴식에 방해가 된다.)2. 밤늦은 시간, 자동차 라이트와 엔진 소음을 자제한다. 지나친 음주가무는 금물.3. 모닥불, 불꽃놀이를 주의한다.(산불조심. 텐트소재는 불에 약하다.)4. 아이를 동반한 경우 우리 아이가 다른 캠퍼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교육한다.5. 수도, 샤워장 등 공동시설을 깨끗이 사용한다.6. 다른 캠퍼들의 사이트를 가로질러 다니지 않는다.7. 사이트 구축시 팩을 끝까지 박는다.(팩에 다른 사람이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8. 성수기에 반려동물과의 캠핑은 자제한다.(복잡한 캠핑장에서 애완견끼리의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고, 야생에 나온 개들은 쉴새 없이 영역표시를 해 다른 캠퍼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어 반려동물 동행을 금지하는 캠핑장이 많다.)9. 쓰레기처리를 철저히 한다. (올 때와 똑같이 남기기)10. 전력을 아낀다.(자동차 배터리를 끌어 쓰다가 방전되는 경우가 많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www.moneyweek.co.kr

)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실시간 재테크 경제뉴스

창업정보의 모든 것

송세진여행작가

<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