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소셜 펀딩, 문화계 새바람 일으킬까

2013. 6. 5. 1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액투자로 작품 제작에도 기여하고 색다른 보상까지 얻을 수 있어 투자자의 만족도가 높다.

민음사가 7월에 출간될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을 계약하기 위해 약 16억원 이상의 선인세를 지불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팔릴 만한 소설의 판권 확보를 위해 거액을 지불한 것이다. 얼마 전 자음과 모음 출판사는 황석영의 소설 < 여울물 소리 > 를 베스트셀러에 올리기 위해 사재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여파로 작가는 절판을 선언했고, 출판사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출판계와 문화계 전반이 승자 독식의 구조로 재편된 결과이다. 자본의 뒷받침을 받는 거대 기업들이 문화시장 전반을 좌지우지하고 정보를 독점 왜곡하며 콘텐츠 시장 자체를 편향되게 이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무명의 작가나 예술가는 기회를 봉쇄당하고, 대중성이 작품 생산의 기준이 되며, 문화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걱정의 소리도 들린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소셜 펀딩 방식으로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모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소셜 펀딩으로 제작비를 모금한 영화 < 26년 > 의 촬영장 모습. | 서성일 기자

문화콘텐츠와 애호가 연결하는 전문회사 등장

최근 이런 흐름을 거스르듯 문화 소비자와 애호가들이 직접 나서서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가수 더원은 팬들로부터 소액투자를 받아 제5집 정규음반을 제작하는 데 성공해 대중음악 시장에서 소셜 펀딩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출판·연극·공연 등의 기획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펀딩에 성공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전문 투자사도 등장했다. 소셜 펀딩 전문회사 '유캔펀딩'의 이현준 대표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형태는 미국의 킥스타터가 대표적이다. 수백억 달러대의 투자도 거뜬히 성사시키는 킥스타터도 원래 문화 쪽의 제작 투자에서부터 비롯됐다.

국내도 이제 문화상품에 대한 소액투자가 시작됐다. 공연비용이 없는 인디밴드부터 정치적 주장을 담은 잡지 발간까지 그 뜻에 공감하는 소비자의 직접투자는 제작비 조달뿐 아니라 팬들의 결집으로까지 이어져 금전 지원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문화상품에 대한 소액투자는 유캔펀딩, 팝펀딩, 굿펀딩 등 여러 곳의 전문 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아이디어 또는 기획과 목표금액, 투자자를 위한 제안사항 등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개인의 직접 참여가 목표치 이상 쌓이면 완료되는 형태이다. 현재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비교적 소액이 목표지만, 더원의 경우 약 2700만원을 투자받아 목표치의 135%를 달성했다. 일러스트 작가 흑요석의 개인전을 위한 투자모금에는 마감일이 채 되기도 전에 목표금액 200만원의 12배가 넘는 액수가 모여 관심이 쏠렸다.

소셜 펀딩은 특화한 기획이 숨어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음반에 투자자의 이름을 적는 것은 물론, 투자자가 공연장을 찾았을 때 그를 위한 특별한 가사와 노래, 맞춤 작품 제작 등 특별한 보상을 돌려주고 있다. 게다가 투자자는 가수와 작가의 지속적인 지지자가 될 뿐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에도 투자를 이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적은 돈을 투자함으로써 작품 제작에도 기여하고 다양한 형태의 색다른 보상까지 얻을 수 있어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이는 문화 콘텐츠 시장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해부터 독자와 작가, 출판사를 직접 잇는 북펀딩을 시작했다. 한윤형씨의 <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등 이제까지 독자 북펀딩에 성공한 책은 60여종. 팬층이 두꺼운 장르문학부터 인문사회도서까지 북펀딩 서적의 종류는 다양하다. 독자들은 원고 일부와 기획안을 보고 소액을 투자한다. 100명 정도의 독자들로부터 대략 300만원 이내의 투자액을 모으고 있다. "실제 책의 출간 여부를 결정하는 금액은 아니지만, 홍보와 독자의 지지를 확보하고 필자와 출판사를 응원하는 뜻깊은 투자다. 과거 출판유통회사 주도로 진행됐던 상업적인 투자에 비해 작은 출판사의 좋은 책들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는 것이 북펀딩 담당자 알라딘 박태근 대리의 설명이다. 독자 북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도 책 출간 이후에 자비로 책을 사야 한다. 좋은 책을 지원했다는 자긍심 외에 별다른 혜택은 없는 셈이다. 그래도 투자금액의 보전과 함께 책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있어 애서가들에게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비주류 문화분야에 소셜 펀딩 집중돼 '긍정적'

문화콘텐츠에 대한 직접투자는 과거에도 있었다. 강풀의 만화 < 26년 > 이 일반 시민들로부터 직접투자를 받아 제작됐고,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필름 한 자 사기 운동' 등이 있었다. 그러나 주로 유명 작가나 사회적 반향이 있는 작품과 특별한 분야에 투자가 국한되었다.

최근 시작된 문화콘텐츠의 소셜 펀딩은 영화·출판·공연·작곡·연극부터 스포츠 구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모험적인 벤처투자와 선의의 엔젤투자를 동시에 구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비주류 문화 분야에 소셜 펀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계의 소셜 펀딩이 일시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하나의 형식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작년부터 시작하여 1년 남짓한 기간에 투자액과 건수가 눈에 띌 만큼 성장했고 잠재력도 충분하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한다. 그보다 자본 논리에 의해 획일화해가는 문화 콘텐츠 시장에 다양성의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점이 소셜 펀딩의 새로운 힘이다.

김천 < 자유기고가 > mindtemple@gmail.com

-ⓒ 주간경향 & 경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