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닫힌 대한민국] 심각한 성장 위기 원인은 '고정 투자' 줄고 ..'가계 빚' 늘고

2013. 5. 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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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4월 16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2%에서 2.8%로 하향 조정한 바 있으며 지난 5월 20일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도 '글로벌 거시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2013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크게 낮췄다.

1인당 소득이 4만~5만 달러대의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2%대의 성장률을 1인당 소득이 2만2000달러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경제의 '조로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창 활기차게 뛰어다녀야 할 청소년이 40대의 어른 같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전년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늘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물질적인 부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장률 2%가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면 우리의 월급이 지난해에 비해 2%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처럼 저성장 또한 문제이지만 전문가들은 '저성장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우리 경제의 심각성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1분기의 국내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5%의 저성장에 그친 것에 대해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벌써 3분기 연속으로 1%대의 저성장을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제외하면 초유의 상황이다. 물론 올해 1분기의 성장률이 전기 대비 0.9%로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이는 지난 3분기 동안 낮은 성장률에 대한 기저 효과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설비투자나 소비 등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동력인 수출마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위협받고 있어 국내 경제의 저성장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될 우려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이 큰 문제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설비투자 위축이라는 장기적 요인과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단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닥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은 '민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정부의 지출, 순수출' 등의 요인으로 결정되는데,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들이 지난 몇 년 간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돈을 곳간에만 넣어두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공장도 짓지 않고 신사업도 벌이지 않아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고 서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집값 대출과 자녀 사교육비에 허덕이는 중산층마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으니 소비도 꽁꽁 얼어붙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 부진, 소비 부진으로 인해 정부 또한 세수 부족으로 나라 살림에 쓸 돈이 줄어드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곽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 둔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고정 투자의 축소다. 최근 10년간의 국내의 고정 투자 증가율이 연평균 1.6%에 불과한데, 같은 기간 중국의 24.1%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또한 1970년대의 국내 고정 투자 증가율인 17.9%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조한 수준으로, 설비투자의 침체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의 장기화에 대해 논할 때 '잠재성장률의 급속한 하락'이 가장 큰 문제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인플레이션)하지 않는 선에서 노동·자본·기술 등의 자원을 활용해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생산수준을 의미한다. 보통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다면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역도 선수가 자신의 체급만큼 바벨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것과 유사하다.

저성장 오래갈까 '우려'

잠재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체급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해 저성장이 비단 오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잠재성장률 위기'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4.7%에서 이후 3.8%로 급락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투자 부문의 급격한 침체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투자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어 수년 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세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 실시 등으로 근로자당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 또한 노동 투입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이다.

단기적 관점으로는 세계경제의 부진, 일본의 엔저 현상 등에 따라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 부채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내수가 위축되고 최근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민주화의 여파 등 정치적인 불확실성으로 투자 심리가 줄어드는 것과 북핵 리스크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미국의 고용 및 주택 경기 회복이 주춤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올해 1분기 성장률(7.7%)이 예상에 미달하는 등 G2의 경제 회복 지연 등으로 세계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고 원고·엔저 현상으로 우리의 수출 회복 또한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한 대내적으로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주택 가격의 하락 등으로 소비 여건이 악화된 점을 들었다. 2012년 4분기 가계 대출의 잔액은 901조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0조 원이 증가했다. 집집마다 빚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절약 모드'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택의 매매 가격이 떨어지고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지적했듯이 "당리당략을 앞세워 중요한 상황을 제때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적 후진성 문제"가 국내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정상적인 기업 경영까지도 위축하는 과도한 경제 민주화의 추진으로 투자가 위축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변 실장은 말했다. 그는 "정부는 계열사 간의 내부 거래에 대해 과세하거나 엄벌한다는 등 지나치게 규제만 내세우는 현재의 계획을 재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직접적으로 어떤 현상이 벌어지게 될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4월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의뢰해 작성된 '저성장의 거시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할 때 일자리가 7만6500여 개 사라지고 가계소득이 약 3조 원 줄어들면 가계 부채는 가구당 약 1700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을 2% 높이면 근로소득 세수와 법인 세수 증가분만으로도 1조6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최근 관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보할 예정이라는 1조4000억 원보다 많은 액수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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