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대책 후 강남만 웃었다? 반등 폭 큰 지역일 뿐..착시 현상 불과
4·1 부동산 종합 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4·1 조치의 영향으로 거래가 많이 되거나 집값이 오른 지역도 있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지역도 많다. 실제로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런 지역 간 온도 차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4·1 대책이 발표된 4월 1일부터 5월 13일까지 서울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세 개 지역은 송파구(0.32%)·강남구(0.15%)·서초구(0.04%)이고 가장 많이 내린 세 개 지역은 중구(-0.45%)·용산구(-0.43%) ·도봉구(-0.26%)다. 공교롭게도 많이 오른 지역은 모두 강남에 있고 많이 내린 지역은 모두 강북에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4·1 조치는 강남을 위한 조치"라고 말한다.
이런 차이는 경기도에서도 나타난다. 분당은 4·1 조치 이후 0.17% 상승했지만 같은 1기 신도시라도 고양시 일산 동구는 1.45%, 일산 서구는 0.49%, 안양시 평촌은 0.45%, 군포시 산본은 0.12%, 부천시 중동은 0.03% 하락했다.
같은 조치를 두고 이런 차이가 난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4·1 조치의 어느 조항을 찾아봐도 강남·분당 등 특정 지역을 거론한 대목은 없다. 다만 고가 주택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1가구 1주택자라도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이라면 과거에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향후 5년간 양도 차익에 대해 양도 차익이 많이 나더라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 고가 주택 중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지역별 차별화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분당(0.17% 상승)보다 집값이 월등히 비싼 용산구(0.43% 하락)는 물론 분당과 집값이 비슷한 중구(0.45% 하락)가 서울에서 집값이 많이 내린 지역 1, 2위를 다투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확산 속도 느려
그러면 이번에 집값이 오른 지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이번 조치로 수혜 지역으로 떠오른 지역은 과거 집값 급등기에 인기 지역으로 인식된 곳이다. 그 당시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것은 실수요자와 함께 다주택자였다. 그런데 이번 4·1 조치의 취지 중 하나가 여유 자본이 있는 다주택자로 하여금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일부 1가구 1주택자의 매물을 사주게 만드는 것인 만큼 이번 4·1 조치의 주 매수 세력은 다주택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지역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번에 먼저 반등한 지역은 그동안 충분히 가격이 조정된 지역들이다. 가격 조정이 시작된 지난 6년간 송파구는 14.1%, 강남구는 10.8%, 서초구는 7.5%, 분당은 22.5%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중구는 2.2%, 도봉구는 1.3%가 상승했고 용산구는 3.2%로 낮은 하락세를 보였다. 다시 말해 그동안 가격 조정이 충분히 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들 지역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가격이 많이 내렸다는 자체가 투자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지역의 수요가 줄었다든지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지역의 매매가가 충분히 조정됐는지 여부는 100% 실수요인 전셋값 추이와 같이 봐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A라는 지역의 매매가가 10% 하락했고 B라는 지역의 매매가가 5% 하락했다고 가정하자. 이 수치만을 보면 A라는 지역이 더 많이 떨어졌으므로 A 지역이 저평가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A지역의 전셋값이 10% 떨어졌고, B지역의 전셋값은 오히려 올랐다면 상황은 다르다. A지역의 매매가와 전셋값이 모두 떨어졌다는 것은 그 지역의 수요가 줄어들었거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수급의 균형이 깨진 것을 의미한다.
반면 B지역은 매매가가 비록 하락했지만 전셋값이 크게 상승했으므로 수급 자체가 깨진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일정 기간 동안 전셋값 상승률과 매매가 상승률의 차이를 살펴보는 게 실수요 동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지난 6년 동안 전셋값 상승률과 매매가 상승률의 차이가 컸던 분당(51.7%)·송파구(50.4%)·서초구(42.4%)·강남구(40.9%)가 최근 반등하고 상대적으로 그 차이가 적었던 중구(23.6%)·용산구(31.3%)·도봉구(32.8%)가 하락을 지속하는 것은 이런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셋째, 이번에 반등한 곳은 거래량이 많이 늘어난 지역들이다. 지난 4월 주택 매매량이 전국적으로 8만 건 정도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7% 정도, 최근 3년 평균과 비교해서도 2% 정도 늘어난 것이다. 강남 3구는 80% 정도 늘어나 전반적으로 강남에 집중적으로 거래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지역의 4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603건으로 2012년 월평균 거래량인 3731건에 비해 77%나 늘어났다. 4·1 대책이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전통적 선호 지역이 상대적 수혜 봐
그런데 같은 서울 내에서도 온도 차이는 있다. 4·1 대책 발표 후 가격이 많이 내린 중구·용산구·도봉구 지역에서도 거래량이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월평균 거래량 대비 60% 증가에 그쳤다. 반면 4·1 조치 후 가격이 많이 오른 3개 지역의 거래량이 84%나 늘어났다. 가격이 오른 분당도 거래량이 작년 평균치보다 92%나 늘었다. 거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결국 꾸준히 거래가 늘어나자 저가 매물부터 시작해 시장의 매물들이 소화되면서 가격도 오르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든 예로 4·1 조치 후에도 가격이 내리고 있는 3개 지역도 거래량이 소폭 늘었는데 왜 시장 분위기를 반등시키지 못했을까. 여기에는 통계의 착시가 있다. 예를 들어 인기 지역에 있는 A라는 아파트의 매매가가 금융 위기 전에 5억 원이었다. 그러던 중 금융 위기를 맞아 급매가 나오면서 4억 원에 거래됐다.
평소 거래가 많은 지역인 만큼 1억 원이나 싼 매물이 나오니까 어렵지 않게 팔려나갔다. 그러면 통계상으로 A지역은 집값이 2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다. 한편 비인기 지역에 있는 B라는 아파트의 매매가가 금융 위기 전에 4억 원이었다. 그런데 금융 위기를 맞아 기존 가격보다 20%나 싼 가격인 3억2000만 원에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지역은 평소 수요가 적은 지역인 만큼 이 집은 팔리지 않았다.
그러면 통계는 어떻게 집계될까. 일부 호가는 내렸지만 거래가 되지 않았으므로 시세는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역으로 매도자는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매도 호가를 내게 되는데, 실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니 호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갈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불경기 때는 소위 인기 지역의 집값은 많이 떨어져도 비인기 지역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반등기 때는 이번과 같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4억 원까지 떨어졌던 A아파트가 4억5000만 원에 거래됐고 B아파트도 매수자가 나타나면서 3억6000만 원에 거래됐다. 그러면 5억 원→4억 원→4억5000만 원에 거래됐던 A아파트는 12.5% 상승했다고 보도된다.
그런데 호가가 3억2000만 원까지 떨어졌어도 거래가 되지 않았던 B아파트는 과거 호가보다 높은 3억6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실거래가 기준으로서는 10% 하락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결국 A아파트나 B아파트 모두 금융 위기 이전보다 10% 하락한 시세지만 A아파트는 오르는데 B아파트는 떨어지는 것으로 통계가 잡힌다. 결국 4·1 조치는 강남·분당 등 인기 지역의 집값을 올리려는 게 아니라 대부분 지역의 거래량을 늘리려는 조치다.
다만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과거 꾸준히 거래됐던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 착시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거래량이 더 늘어나면서 저가 매물이 소화되면 통계적으로 하락한 것처럼 보이는 다른 지역도 상승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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