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불황형 소비' 심각..부동산 회복 긍정적

2013. 5. 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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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소비'의 단면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에서 마음껏 '카드를 긁던' 소비자들이 사라지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집집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린 것도 극심한 내수 부진 때문이다.

KDI는 5월 23일 '2013년 상반기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6%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에 냈던 예상치(3.0%)보다 0.4% 포인트 낮은 수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발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3%보다 높다. KDI 전망치는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금리 인하 등 정책 효과를 감안한 것이어서 정부 시각과 큰 차이가 없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을 397억 달러로 잡았다. 지난해 실적 431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정부 예상치(290억 달러)보다는 100억 달러 이상 많다. 이번 경상수지 전망은 지난해 11월 전망(304억 달러)보다 긍정적이다. 최근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을 생각하면 의외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엔화 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굉장히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가가 안정되고 수입 금액이 감소하면서 상품 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 430억 달러 안팎에 달할 것"이라며 "엔저로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 대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수출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하락 포인트는 내수에 있었다. KDI는 올해 민간 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2.3%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직전 전망치 2.7%보다 0.4% 포인트 낮춘 것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예상치도 5.3%에서 2.8%로 크게 내렸다.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민간 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밑돌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민간 소비는 5분기 만에 0.3% 감소세(전기 대비)로 돌아섰다.

KDI "엔저보다 내수가 문제"

KDI는 소비 부진의 원인을 ▷유로 존 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 ▷민간의 실질 구매력 약화 ▷부동산과 주식 시장 부진 등 세 가지로 들었다. 시기별로 이들 요인의 영향이 각각 달랐다. 유럽 재정 위기가 심각했던 2011년 하반기엔 소비자들이 앞날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실질 구매력이 소비에 영향을 준 것은 2011년 상반기였다. 리비아 사태 등으로 유가가 뛰면서 소비를 늘리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부진하면 자산 가치가 감소하면서 소비도 위축된다. 부동산 가치 증가로 소비가 늘어나는 '자산 효과'의 반대 현상이다. KDI는 이 같은 현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봉 KDI 연구위원은 "유가가 안정세인 가운데 환율 하락으로 실질 구매력도 개선됐다"며 "향후 소비 증가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회복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인 것은 '4·1 부동산 대책' 등에 힘입어 주택 경기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13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1% 상승한 99.8을 나타냈다. 8주째 상승하며 작년 말(99.6)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소비 지표가 최악으로 보이지만 이게 '바닥'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KDI는 올해 성장률이 '상저하고' 흐름을 타고 내년엔 3.6%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KDI는 "당분간 재정과 통화정책에서 확장 기조를 유지하되 향후 물가 상승세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유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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