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부동산대책 2개월] "대책 나오고 되레 아파트 값 하락".. '부동산 왕따' 3곳의 한탄
서울 강동구의 대표적인 저층 재개발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는 최근 호가가 4월보다 3,000만원 떨어졌다. 불과 한달 전 7억7,500만원에 거래됐던 둔촌주공3단지 112㎡형은 7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곽은경(51) LG공인중개사 대표는 "평소 거래하던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를 돌렸더니 '당신 같으면 집을 사겠느냐'고 화내는 게 다반사"라고 푸념했다.
김모(39)씨는 며칠 전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79㎡ 아파트를 3억7,000만원에 팔았다. 3월엔 4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됐지만 새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기대하며 기다린 게 오산이었다. 그는 "대책이 나오면 조금이라도 더 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5,000만원이나 손해를 봤다"며 "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팔고 근처에 전세를 구하는 일도 악몽이었다고 덧붙였다.
경기 용인시 부동산시장은 4월 이후 오히려 불만이 들끓었다. 4ㆍ1 대책의 혜택이 중소형에 집중되면서 그간 쌓인 중대형 미분양 물량을 털어낼 기회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김모(55)씨는 "한마디로 대책에서 소외된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씁쓸해했다.
4ㆍ1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두 달이 됐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온기가 돌면서 거래가 늘고 호가가 올랐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유독 서울 강동구와 성북구, 경기 용인시는 대책의 약발은커녕 오히려 두 달 내내 냉기만 가득했다는 불평으로 가득하다. "대책이 별 도움이 안됐다"는 것이다.
사실 서울만 해도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의 집값이 대책 발표 이후 더 떨어졌다. 하지만 한때 강남 4구로 불리던 좋은 위치(강동), 중산층 주거밀집지역(성북), 신도시 호재(용인) 등으로 기대가 남달랐던 이들 세 지역이 느끼는 상실감은 더욱 크다. "왕따 당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3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대책 발표일(4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서울 성북구와 경기 용인시 아파트 가격은 각 0.37%, 0.38% 하락했다. 서울 전체(-0.17%)보다 두 배 넘게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3월 말까지 0.4% 올랐던 강동구는 대책이 나온 이후 하락 반전(-0.07%)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반면 강남 3구는 최대 0.36% 올랐다.
물론 4ㆍ1 대책이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세 지역이 왕따 당할 특별한 악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성북구는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형성된데다 도심에서 가깝고, 강남 4구로 불리는 강동구는 주거환경이 뛰어나다. 용인시 역시 서울보다 아파트 가격이 싸면서 주거환경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굳이 따지자면 "성북은 신규 분양 증가, 용인시는 중대형 미분양 물량"(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원), "강동은 호황기에만 강남 3구와 함께 움직이는 지역"(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정도가 왕따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장의 진단은 한 목소리로 일치했다. 4ㆍ1 대책의 효과가 잘해야 중소형 급매물을 소진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5월 중순까지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반짝 늘면서 호가도 올랐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눈에 띌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호가 상승이 거래 실종으로 변질됐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주장이다.
용인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책 이후 반짝 오른 호가가 이달 들어 다시 떨어졌고 거래도 없다"며 "대책 효과는 거의 못 봤다"고 했다. 성북구 J공인중개사무소 이모씨는 "부동산끼리 모이면 '이렇게 전화가 안 올 수 있냐'는 한탄만 한다"고 전했다.
결국 부동산시장 정상화 해법은 '실물경기 회복'뿐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6월 취득세 감면 종료와 함께 예상되는 '거래 절벽'도 걱정이지만, 근본적으론 소비자들의 낮은 구매력이 문제라는 것. 박원갑 전문위원은 "실수요자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져야 부동산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ㆍ1 대책이 강남을 제외한 지역에선 딴 나라 얘기였다는 사실이 두 달 만에 입증되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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