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한글간판 PPL, 시대 고증은 뒷전인 사극의 '현주소'

김윤겸 기자 2013. 5. 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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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윤겸 기자] 최근 KBS2 '개그콘서트'에서는 코너 '시청률의 제왕'을 방송하고 있다. '드라마의 제왕'을 패러디한 이 코너 속 개그 소재는 현재의 드라마 제작 현실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로 분한 개그맨 박성광은 이 코너에서 시청률이 떨어질 때마다 이른바 '막장전개'와 아이돌 투입 등을 명한다. 이에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등으로 앞뒤 맥락 없이 전개가 뒤바뀌는 모습은 폭소를 유발한다.

'시청률의 제왕'의 피날레는 항상 PPL이 차지한다. 박성광의 말대로 '고마운 PPL'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드라마 전개와는 상관없이 등장해 코너를 마무리한다. PPL을 무리하게 '구겨넣는' 설정은 이 코너에서는 마지막 '한방'이지만 실제 드라마 제작 현실을 생각해봤을 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2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극본 최정미·연출 부성철)' 15회에서는 한 축산 브랜드의 이름이 조선시대 저잣거리 간판으로 또렷하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왠지 '시청률의 제왕' 속 PPL과 무관하지 않은 풍경이다.

'장옥정'은 조선시대 한글간판이라는 '기가막힌' 아이디어로 PPL을 도입했지만 이는 한편으로는 무리수임이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에 맞는 역사적 고증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측은 "숙종시대 한글을 즐겨 사용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말 그 당시 이런 한글 간판이 있었을까는 상식적으로 어긋난다.

당시 한글은 선조 시대 이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아녀자들이 즐겨보는 한글 소설 등을 중심으로 했던 것이지 이처럼 저잣거리 간판으로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숙종 시대에 간판이 있었다는 설정 자체가 억지다. 간판과 같은 광고·마케팅 기법이 등장한 것은 자본주의 개념이 도입된 이후 시대의 일이다. 조선에서 자본주의 사상이 도래한 것은 영·정조 이후 시대이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형식의 간판은 개화기 이후에나 볼 수 있던 풍경이다.

최근 방송되는 사극들을 살펴보면 고증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얼마 전 방송된 '구가의 서'에서는 등축제에 참석한 수지가 긴 머리를 풀어 내리고 등장해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바 있다.

생방송 체제로 촬영하는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을 비춰봤을 때 치밀한 역사 고증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식 수준의 역사적 고증을 외면한 채 방송되는 드라마의 현실은 왠지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인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티브이데일리 김윤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 '장옥정, 사랑에 살다'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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