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 제주도 바다 카약] "거친 파도 솟구치는 호랑이 입으로 돌진!"

글·김기환 기자 2013. 5. 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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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환 포구에서 범섬 왕복하며 바다 카약의 스릴 만끽

↑ [월간산]비취빛 물빛이 환상적인 범섬의 동굴. 카약을 타고 50m 길이의 동굴 속을 탐사할 수 있다.

태풍이 한반도로 접근할 때 TV방송 화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서쪽의 법환동 포구가 바로 그 주인공. 방송사 기자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는 거센 바람과 함께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뒤덮는 모습이 매우 극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포구 뒤 거친 바다에 떠 있는 섬이 위태롭게 보여 악천후의 느낌이 잘 전달된다. 한마디로 그림이 되는 장소인 것이다.

사실 법환동 포구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부드러운 해안선과 맑은 제주 바다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제주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구 앞 멀리 병풍 같은 범섬과 새끼섬이 바다에 솟구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또한 올레길 가운데 가장 빼어난 곳으로 꼽는 '7코스'가 바로 이곳을 지나고 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한라산을 오르며 고산의 정기를 느껴보는 것이다. 요즘에는 올레길을 걷는 도보트레킹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법환 포구에서 바다 카약을 타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도 바닷가의 카약 카페에서 배를 빌어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즐기는 카약은 화산섬 제주의 풍광을 색다른 각도에서 감상하는 방법이다. 해발 0m의 수면에 앉아 아기자기한 해안선과 한라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경험이다. 술렁이는 파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흔들리는 짜릿함도 매력이다. 하지만 강과 달리 바다는 변수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조류의 예측이 어렵고 대처도 쉽지 않다. 해변의 큰 파도 역시 카약 전복의 주된 원인이다. 게다가 바다 투어링은 장거리 이동인 경우가 많아 체력 소모도 크다. 반드시 경험자와 동행하고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바다에서 보는 제주 풍광에 감탄

삼다도(三多島)인 제주에 바람이 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강풍이 몰아치면 아름답던 바다는 순식간에 광란의 도가니로 변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다가 거칠면 카약은 타지 않는 것이 좋다. 스릴을 즐기는 마니아 카약커는 약간의 파도가 반갑겠지만 초보자는 위험하다. 하지만 다행히 법환동 포구에 도착하니 바다가 조용했다. 이렇게 얌전한 파도는 며칠 만이라고 한다.

"이렇게 작은 카약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나요?"

↑ [월간산]1 바다에서 본 고근산과 서귀포시 법환동 일대의 아기자기한 모습.

포구 앞 주차장에 카약을 내려놓고 물에 띄울 준비를 하니 지나가던 올레꾼들이 다가왔다. 제주도에서 카약을 타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목적지가 '범섬'이라는 소리에 대부분 놀라는 눈치였다. 멀리서나 보던 섬을 바로 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뒤로하고 포구 옆의 방파제에서 배를 띄웠다.

파도가 부서지는 거친 바위 사이에 배를 띄우고 조심스레 올라탔다. 카약은 타고 내릴 때 전복되는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순간 긴장했다. 다행히 잠수 체험으로 시작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넓은 바다로 나가려면 물이 빠지며 드러난 해안의 바위들을 피해야 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사이에 형성된 작은 수로를 이용해 일렬로 빠져나왔다.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넓은 바다로 나가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바위나 배에 부딪힐 염려가 없어 패들을 놓고 느긋하게 앉아 있어도 좋았다. 여유가 생기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법환동 일대 산비탈에 빼곡하게 들어찬 집들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친근했다. 그 뒤로 기생화산인 고근산(孤根山)과 한라산 화구벽이 느긋하게 포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주 월드컵경기장의 반짝이는 은빛 지붕도 반가웠다.

시선을 돌리며 제주의 바다를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낚싯배 한 대가 속력을 내며 앞을 지나갔다. 조용했던 수면에 커다란 파문이 일며 카약이 심하게 흔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패들을 저으며 범섬으로 향했다. 법환 포구에서 범섬까지는 약 2km 거리로 그리 먼 곳은 아니다. 낚싯배나 스쿠버다이버들을 태운 배는 몇 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카약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쉬지 않고 패들링을 해도 30분 이상 걸리는 만만치 않은 곳이다. 여유를 가지고 노를 저으며 범섬으로 향했다.

법환 포구에서 멀어지며 바닷물이 점점 짙어졌다. 수심 20m가 넘는 깊은 곳에 다다르니 아예 검푸른빛으로 변했다. 속이 전혀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 위에 앉아 있는 것은 정말 생소한 경험이었다. 솔직히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하다. 그런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범섬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노를 저었다.

↑ [월간산]2 범섬과 새끼섬 사이 수로의 거친 물결을 카약으로 헤쳐 나가고 있다.

환상적인 분위기의 범섬 동굴

범섬에 가까워지자 갯바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주상절리가 형성된 북쪽해안의 바위 턱 위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리고 범섬과 새끼섬 사이의 테라스에는 수십 명의 스쿠버다이버가 모여 시장터를 방불케 했다. 범섬은 좋은 날씨를 즐기려는 이들로 너무 복잡했다. 하지만 바다 위에서 카약을 타는 사람은 우리가 유일한 팀이었다.

여유를 즐기며 범섬 북쪽의 주상절리를 감상했다. 커다란 돌기둥이 수없이 하늘을 향해 솟구친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하지만 스쿠버다이버와 낚싯배가 뒤엉켜 있는 복잡함은 눈에 거슬렸다. 새끼섬과 범섬 사이의 수로를 통과해 남쪽으로 이동했다. 법환 포구 부근에서는 두 섬이 붙어 있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제법 넓은 물길이 나 있었다.

바위 협곡을 조심스레 통과해 나아가니 또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망망대해에서 밀려오는 커다란 파도는 범섬 북쪽의 바다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의 규모가 달라 겁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섬 바로 밑에서 보는 경치만큼은 일품이었다. 새끼섬의 주상절리는 오랜 세월 침식되어 수많은 해골이 붙어 있는 듯 기괴했다. 범섬의 웅장한 돌기둥과 비교되는 특이한 모습이었다.

수로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조금 가니 커다란 동굴이 나타났다. 범섬의 진정한 비경을 감상하려면 호랑이 아가리 같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파도를 타고 부드럽게 동굴로 접근해 천천히 진입했다. 깊이 50m가량의 커다란 동굴 속에도 바닷물이 가득 차 있었다. 동굴 속은 바닷물을 타고 들어온 햇빛 덕분에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비취색으로 빛나는 신비로운 바다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고기떼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범섬의 동굴 구경을 마치고 귀환길에 올랐다. 새끼섬을 한 바퀴 돌아 법환동 포구로 향했다. 스쿠버다이버가 뿜어내는 공기방울이 여기 저기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천천히 이동했다. 하지만 마냥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조류가 바뀌어 가만히 있으면 동쪽으로 배가 흘렀기 때문이다. 한라산을 보며 정신없이 패들을 저어야 간신히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역시 바다는 긴장을 풀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매력이기도 하다.

↑ [월간산]기괴한 모습의 새끼섬 남쪽을 지나가고 있는 카약들.

카약 베이스캠프 카페 '바당소풍'

카약으로 제주의 비경 돌아보는 프로그램 운영

4월 초 제주도 법환동 포구 앞에 '바당소풍'(대표 허재성)이라는 카약 카페가 문을 열었다. 커피와 샌드위치, 와플 등 간단히 요기 가능한 음식과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이곳 제주 바다에서 카약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복원력 좋은 310cm 길이의 FRP 소재 카약 5대를 보유하고 있다. 카약 대여료는 1시간당 2만5,000원, 하루 종일 빌릴 경우 4만 원(운송비용 별도)을 받는다. 초보자 단체일 경우 허재성 대표가 동행해 교육과 가이드를 해준다. 카약을 빌리면 진한 맛의 아메리카노 커피를 공짜로 준다. 예약 필수.

법환 포구 앞의 범섬을 다녀올 경우 약 5km 거리로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1인당 3만 원). 제주의 특별한 경치를 보고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코스. 사실 범섬 왕복코스는 초보자나 체력이 부족한 이들은 쉽지 않다. 하지만 초보자용 코스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목동 구두미 포구에서 시작해 검은여해안(제주 갯바위)을 거쳐 소정방, 정방폭포를 보고 서귀포항 입구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초보자에게 알맞다. 약 4km 거리로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1인당 3만원).

법환 포구에서 출발해 외돌개를 거쳐서 서귀포항 입구인 새연교까지 약 4.5km 구간도 초보자에 적당한 코스다. 1시간 30분 소요되며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난이도다. 올레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7코스를 바다에서 보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해녀들이 물질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보고 인사도 나누면서 즐길 수 있는 바다 올레길이다.

모슬포에서 출발해 형제섬을 왕복하는 투어는 허재성 사장이 카약 경험자들에게 추천하는 코스다. 형제섬은 모래톱이 있어서 상륙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에 머물며 걸어서 섬을 둘러볼 수 있고 낚시도 가능하다. 법환동 카페에서 모슬포까지 이동하는 데 40분 소요. 형제섬 카약 투어에만 2시간이 걸린다. 요금은 1인당 3만 원(카약 운송비 별도).

↑ [월간산]카약 카페 '바당소풍'.

'바당소풍'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법환동 287-4번지. 네이버카페 올레카약( http://cafe.naver.com/ollekayak). 문의 010-3240-2744 허재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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