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서커스, 마이클 잭슨 어떻게 부활시켰나

이재훈 2013. 5. 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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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뉴시스】이재훈 기자 = 2009년 6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그의 삶과 음악을 공연으로 다루고자 시도는 수차례 이어졌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 재단'과 잭슨을 테마로 한 공연을 제작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곳은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공연제작사 태양의서커스가 유일하다.

실제 잭슨 역시 2004년 태양의서커스 몬트리올 본사를 방문, 자신을 '곡예사'라 칭했을 정도로 태양의서커스의 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의서커스가 잭슨과 관련해 만든 공연은 2개다. 잭슨의 히트곡 35여 곡을 엮어 그의 일대기를 엮은 록 뮤지컬 콘서트 '임모털 월드투어'가 하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상주 공연으로 현지에서 6월 개막하는 '마이클 잭슨 원(ONE)'이 또 다른 하나다.

2011년 몬트리올에서 개막한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는 21번째 월드 투어 국가인 일본을 돌고 있다. 24일 방문한 나고야는 투어 103번째 도시다.

대형 천막인 '빅탑(Big Top)'에서 진행된 기존 태양의서커스 공연들과 달리 대형 아레나(체육관)에서 펼쳐진다. 나고야의 공연장소인 니혼 가이시홀은 1만석 규모의 체육관이다. 한류스타 장근석을 비롯해 그룹 '샤이니'와 '2PM', '인피니트', '투애니원(2NE1)' 등 한류그룹이 공연한 곳이기도 하다.

당일 공연 시작 전 백스테이지만 살펴봐도 공연의 거대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댄서들이 60~90초 만에 의상을 갈아입는 의상룸에는 252종류 1200벌이 채워져 있었다. 8명의 의상팀이 2시간 공연 동안 댄서들의 옷을 바삐 갈아입혀 준다.

의상 팀장 탄야 리커리시(Tanya Liquorish)는 "몬트리올에서 직접 제작한 의상들로 혹시 훼손되면 '태양의서커스' 본사로 보내져 수선을 마친 뒤 다시 투어 지역으로 배달된다"고 말했다. 마임을 주로 선보이는 메인 댄서가 입는 옷 한 벌의 구석구석에는 잭슨이 좋아한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이 수작업으로 촘촘히 박혀 있다.

본 공연에서 '빌리 진(Billie Jean)'을 선보일 때 입는 의상이 가장 눈길을 끈다. 재킷과 바지, 장갑 등 1벌에는 들어가는 약 가로 1㎝× 세로 1㎝짜리 LED칩이 무려 600개다. 이 옷을 입은 8명의 댄서가 캄캄한 공연장에서 LED 쇼를 펼치는 모습은 환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이다. 다양한 색깔로 변하는 LED는 컴퓨터로 와이파이 신호를 보내 조정한다.

잭슨은 LED를 활용한 의상을 사망 직전까지 준비한 월드 투어 '디스 이스 잇'에서 선보이려고 했다. LED 테크니션 네이트 먼델(Nate Mondell))은 "잭슨이 LED 관련 아이디어를 냈고, 태양의서커스가 이를 발전시켰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비트 잇(Beat It)'의 상징으로 사람 키만 하게 만들어놓은 장갑과 신발 등을 비롯해 200여개의 소품이 무대 뒤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잭슨의 실제 목소리가 내내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잭슨의 목소리와 반주까지 통째로 녹음된 음원에서 그의 목소리만 추출해서 사용한다. 공연에서 9인 밴드의 연주에 시퀀스 담당인 그레그 룰(Greg Rule)이 그의 목소리를 입힌다. 반주 없이 발을 굴렀던 소리, 애드리브 등을 넣어 잭슨이 마치 현장에서 공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꾀했다. 룰이 조정하는 음원 양은 200GB에 달한다.

2명의 백보컬 중 한 명으로 미국 싱어송라이터 셰릴 크로의 밴드 등에서 활약한 스테비 알렉산더(Stevvi Alexander)는 "어렸을 때부터 잭슨의 CD를 들으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기 때문에 그의 녹음된 목소리에 맞추는 것이 낯설지 않다"면서 "결국 라이브쇼라 매번 연주자들의 느낌이 달라서 나 역시 매번 새롭다"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댄서들이 참여했지만 발을 무대에 고정하고 몸 상체를 45˚ 가깝게 기울이는 '린 댄스(Lean Dance)' 등 잭슨의 춤이 만만치 않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 중인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테마쇼인 태양의서커스 '러브' 등에서 공연한 캐머런 맥킨레이(Cameron McKinlay)는 "잭슨은 춤에 있어서 하나의 영역을 만들었다"면서 "잭슨의 문워크를 배우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고 알렸다. 안무에는 잭슨과 함께 '디스 이스 잇'을 준비한 세계적인 안무가 트래비스 페인이 참여했다 .

무대에 오르는 인원은 총 49명이다. 뮤지션은 11명, 댄서가 20명이고 나머지는 태양의서커스 특유의 애크러배틱을 담당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스태프는 52명이다.

무대 장비는 선박용 트레일러 40개에 나눠 담아야 한다. 이 장비는 7월 10~14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공연에도 똑같이 사용된다. 다만 체조경기장 천장에는 배우들이 타는 와이어를 매달 트러스가 없어 이 장치를 추가로 트레일러에 담아 들여온다.

이 공연을 한국에서 선보이는 마스트엔터테인먼트의 김용관 대표는 "와이어 사용을 위해서는 천장에 보통 25~30t짜리 트러스를 다는데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는 배우들이 플라잉까지 해야 해서 '다이내믹웨이트'가 100t이나 실린다"면서 "한국에는 이런 트러스가 없다. 해외의 스테이지코라는 무대제작회사에서 제작했다. 크레인 원리를 사용한다"고 알렸다.

이 장비를 체조경기장에서 사용하려면 여러 수고가 따른다. "체조경기장 입구가 작아 무대 장치들을 들여오려면 진입구 일부를 부셔야 한다. 바닥이 마루라 밑에는 철재 스프링인데 공연하기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라 시멘트로 보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까지 수고를 들여 '마이클 잭슨 임모털 투어'를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도 보낸다. 김 대표는 "낭비라고 여기는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난 앞으로 공연 산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본다"면서 "이제 공연 시장의 세계 흐름은 아레나 투어 쇼인데, 한국에는 마땅한 공연한 공연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임모털 월드투어'가 체조경기장에서 성공적으로 공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른 나라의 아레나 공연 관계자들이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 공연 이후에는 더 많은 아레나 투어 쇼가 한국에서 선보여 질 겁니다."

국내 내로라하는 클래식 기획사인 마스트미디어 대표이기도 한 그는 태양의서커스 '퀴담' 이후에 자회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후 '알레그리아' '바레카이'에 이어 '임모털 월드투어'까지 태양의서커스 공연을 잇따라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공연 업자라면 누구나 잭슨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꿈입니다. 그가 사망한 뒤 그 꿈이 물거품이 될 줄 알았는데 태양의서커스와 함께 잭슨 공연을 올릴 수 있어 기대가 큽니다."

< 사진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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