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보금자리 악몽 재현하나

2013. 5. 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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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시범지구가 20일 발표된 가운데 '취지만 좋고, 주택시장을 교란시켰던' 보금자리주택의 부작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과 중계업계는 실제로 사업지 인근 임대시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파트 매매시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근 임대시장 타격 불가피"

20일 부동산전문가들은 행복주택이 일반적인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도심지에 입지하는 만큼 임대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보금자리주택이 과거 분양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면 행복주택은 임대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변 임대가격의 3분의 1, 2분의 1 가격으로 공급될 경우 기존 임대주택 사업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임대주택은 도심에서 40km, 보금자리의 경우 도심에서 15~20km 떨어진 입지에 위치했으나 행복주택의 경우 잠실, 송파 등 대부분 도심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서게 되면 인근 임대·매매시장에 영향을 줄수밖에 없다"며 "임대물량이 많아지는만큼 임대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겠지만 기존 임대사업자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행복주택의 공급유형이나 청약요건 등 액션플랜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보금자리와 같은 역기능이 나올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시범지구인 송파·잠실 등은 원룸, 다세대, 오피스텔 등이 많은 지역으로 종전 임대시장에서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임대료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매시장에는 보금자리만큼의 영향 없을듯"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행복주택이 보금자리주택만큼의 매매시장 파급력은 없을 것으로 봤다. 다만 사업지 인근 지역의 경우 매매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얼투데이 양 팀장은 "일반적으로 임대아파트 밀집지역과 가까운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 상승이 어렵듯이 행복주택도 가까운 아파트 매매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주변 단지들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보금자리는 150만호라는 큰 규모만큼 영향이 컸으나 행복주택의 경우 도심에 위치한다는 특성상 들어설만한 입지가 많지 않고, 물량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월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한 것으로 봤다. KB국민은행 박 전문위원은 "아파트 매매가격에는 직접적으로는 영향이 없겠지만 아파트 월세시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물결효과처럼 임대료가 하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보금자리주택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수요자를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이 국민임대를 변형한 것처럼 또 이름만 바꿔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곳에 적시적소에 공급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며 "연간 물량 등을 정해서 하는 방식 보다는 소득계층을 선별해 장기적인 과제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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