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명물 열전] 연주 봉사 동호회 '예사랑 오케스트라' 김지석(경기 성남 불곡고 3년)군

이해나 맛있는공부 기자 2013. 5. 1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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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병동서 연주하며 음악의 위력 느꼈죠"

김지석(경기 성남 불곡고 3년· 사진)군은 대학 입시가 코앞인 요즘도 한 달에 한 번은 첼리스트로 변신한다. 고교생 연주 봉사 동호회 '예사랑 오케스트라'(이하 '예사랑') 활동을 위해서다. 15명 남짓한 고교생이 모인 이 오케스트라는 지난해까지 '놀토'('노는 토요일'의 줄임말로 주 5일제 수업 정식 시행에 앞서 격주로 토요일을 쉬었던 제도에서 파생한 말)였던 둘째·넷째 주 토요일마다 연주 봉사를 다닌다. "예사랑은 지난 2010년 만들어졌어요. 중학교 때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활동했던 선배들이 고교에 진학하며 뿔뿔이 흩어지게 되자 '한 달에 두 번씩이라도 만나자'는 취지로 생겨났대요. 전 고 1이던 2011년 합류했고요. 실은 저도 교내 오케스트라가 있는 고교에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어요. 제가 사는 지역은 무작위 추첨으로 고교를 배정하거든요. 그래서 예사랑엔 물어물어 가입하게 됐어요."

어느덧 '예사랑 최고참'이 된 김군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연주 경험으로 '수원 기독 호스피스' 봉사를 꼽았다. 암 말기 환자가 지내는 이곳은 시설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한여름에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땀을 비 오듯 쏟기도 했다. "여러 곡을 연주했는데 마지막 곡이 '아리랑'이었어요. 연주가 끝나자 그전까진 별 반응이 없었던 분들이 앙코르 요청을 하시더라고요. 자기 방에 틀어박혀 계시던 분들도 한두 명씩 저희 연주를 들으러 모이셨고요. 음악의 위력을 실감했죠.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김군이 처음 첼로에 매료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학예회에서 첼로 독주를 펼치던 동갑내기 친구를 보고 '멋있다'고 느낀 게 계기였다. 그때부터 줄기차게 부모님을 조른 그는 초등 5학년 때 마침내 첼로 활을 손에 쥐었다. 일단 시작한 후엔 어머니가 오히려 그를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어머니도 예전에 취미로 플루트를 연주하셨거든요. 각종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시며 제가 첼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주셨어요." 김군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체코슬로바키아 작곡가 드보르자크(1841~1904)의 첼로 협주곡. 역시 어머니 덕분에 알게 된 곡이다.

김군은 올겨울 대학 입시에서 경영학과를 지망할 계획이다. 그는 "첼로를 전공으로 택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경영학을 전공해) 돈을 많이 번 후 첼리스트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길을 터주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저더러 그래요. '넌 네가 할 수 있는 일(첼로 연주)로 봉사까지 할 수 있으니 정말 부럽다'고요. 그 말을 들으니 제 안에서 뭔가 꿈틀하는 기분이었어요. 대학생이 되면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거니까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좀 넓혀보려 해요. 첼리스트 꿈나무를 돕는 것도 첼로 연주 못지않게 짜릿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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