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나인〉, 운명을 벗고 인간의 의지를 입다

민경진 2013. 5. 1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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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 나인 > 방송 캡쳐.

tvN 월화드라마 < 나인 : 아홉번의 시간 여행 > 19회 5월 13일 오후 11시

다섯 줄 요약

선우(이진욱)는 과거에 갇히고, 우연히 선우를 발견한 1993년의 최진철(정동환)은 공중전화 부스 안에 있는 선우를 그대로 차로 친다. 이런 사실을 알리 없는 2013년의 민영(조윤희)은 결혼식장에서 하염없이 선우를 기다리고, 이상한 낌새를 느낀 영훈(이승준)은 선우를 찾아 나선다. 급히 한국으로 들어온 정우(전노민)는 최진철을 찾아가 자신이 아들임을 밝히고, 최진철은 충격에 빠진다. 영훈과 정우는 1993년, 뺑소니 사고로 숨진 선우의 사건 기록을 찾고 절망한다.

리뷰

과거에 갇혔다. 그리고 싸워서 돌아와야겠다던 선우는 결국 모든 것을 체념하고, 향이 자신 그 자체였다고 결론 짓는다. 향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태워버린 자신의 삶과 기회가 스스로를 조롱한 것이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운명이 결국은 선우를 조롱해 버렸다. 아홉 개의 향은 기회이자 저주였고, 또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운명이었다. 이처럼 사전에 깔아 놓은 삶에 대한 수 많은 포석들은 결국 가장 중요한 도구이자 모티브인 향 그 자체로 다시 수렴하고 있다. 향은 곧 선우의 삶이고, 주변 사람들의 의지는 그 삶을 둘러 싼 또 다른 세계다. 그렇게 구축된 < 나인 > 의 세계는 이제 앙상한 가지만 남겨놓고 그 본질과 마주했다. 향이 사라진 뒤에야, 본질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고 비로소 모든 인물들은 삶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후반부에 이르러, 아니 특히 19회에 이르러 < 나인 > 의 세계관은 운명론에 가깝게 구축된다. 향은 주인공인 '선우' 자체 혹은 '선우의 삶'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시킬 수 없는 운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선우는 운명과 싸우려 했지만 번번히 패했다. 바꾸려 한 과거가 의지대로 바뀌지 않았던 것은 결국 운명대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운명론적' 세계관에 기인한다. 향을 쓸 때 마다 '마음대로 된 적이 없다'던 선우의 고백은 운명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 운명 안에 든 사람은 결국 운명을 관장하는 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고, 그 신의 의지 안에서 원죄와 구원은 결정된다. 애초부터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원죄이듯 구원 역시도 신의 의지를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향이 모두 타 버린 지금 운명 속에서 원죄를 가진 모두는 구원과 소멸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향이 상징하는 신과 운명을 중심으로 공들여 설명하고 구축한 < 나인 > 의 이 세계관은 아이러니하게도 향이 모두 다 타버린 지금, 오히려 진짜 이야기를 풀어낼 마지막 반전을 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자해지. 향으로부터 시작했으니 향으로부터 결론이 나아가기 시작한다. 운명은 모두 태웠다. 신이 정하는 원죄와 구원은 끝났다. (절대악의 모습을 드러내던 최진철의 죽음은 이미 운명이 끝난 상황을 반증한다.) 향이 상징하던 선택과 기회도, 저주도 끝났다. 하지만 마지막, 이제는 처음으로 언급되는 선우의 의지와 그 본질만이 남았다. 선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끊임없이 운명과 싸워 졌지만 전투에서 졌다고 해서 전쟁에서도 진 것은 아니다. 향으로 상징되는 그 모든 운명과 저주, 기회와 선택이 사라지고 난 지금에서야 < 나인 > 은 운명이 아닌 인간의 삶을 살 수 있는 순간과 마주하게 됐다.

과연 < 나인 > 은 19회를 통해 강력하게 드리웠던 '운명론'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진짜 인간의 의지로 살 수 있는 결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이, 그리고 인간의 삶이 만드는 기회에 따르는 선택과 책임을 인간의 의지로 구현해 낼 수 있을까. < 나인 > 이 보여줄 마지막 반전은 19회를 모두 아우르는 세계관을 뒤엎는 것, 운명이 만들어 놓은 폐허 속에서 다시 찾아내야 할 인간의 의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수다 포인트

- 영훈이와의 케미가 민영이와의 케미 보다 낫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 자리에 꼼짝 앉고 피범벅이 되어 한 회를 이끄는 남자 주인공. 이진욱의 재발견은 확실하네요.- 미끼 인 줄 알면서도 물 수 밖에 없는 파닥파닥 낚시 10주… 매주 월화면 엔딩 보고 기력 빠져 있었던 모든 분들, 이제 한 회 남았습니다. 힘내세요.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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