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솜사탕'.. 나사 풀린 시민들의 말글
[강상헌의 바른말옳은글] < 65 > 'ㅔ'와 'ㅢ' 읽고 쓰기
[미디어오늘 강상헌 언론인 ·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봄날 행복한 꽃 천지 나들이, 어디든 꽃 좋은 곳엔 사람 무리 파도다. 리어카에 맛난 것이나 신기한 물건, 야바위판 따위를 펼친 노점상(露店商)이 봄나들이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아이들을 유혹하는 유원지의 솜사탕은 어른들에게도 아련한 추억이고.
'사랑에 솜사탕', 번데기도 함께 파는 노점상 아저씨의 리어카에 달린 홍보(?) 문구(文句)는 대학생 딸이 고3이던 작년 '어서 오십시요'('오십시오'의 잘못)와 함께 적어준 것이란다.
문득 요즘 '의'로 적어야 할 말을 대충 '에'로 적는 현상(現狀)이 만연(蔓延)하고 있음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사랑의 솜사탕'을 '사랑에 솜사탕'이라고 적는 것을 말함이다. '민족에 앞날' '다윈에 진화론'하는 식이다. 인터넷에선 거의 예외(例外)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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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나들이 길목의 '사랑에 솜사탕' 노점상 리어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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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 적어야 할 곳은 물론 '에'로 적는다. 그런데 '의'로 적을 곳도 '에'로 적는다. 아예 '의'와 '에'를 '에' 한가지로 통일해 쓰자고 약속이나 한 것 같다. '의'와 '에'의 뜻을 한가지로 간주(看做)하는 것일까?
두 말은 같은 뜻으로 써도 무방(無妨)한가? 이런 현상에 대해 국어당국은 어떻게 파악(把握)하고 있을까? 국민들, 언중(言衆)이 질문하면, '사랑에 솜사탕'은 바르지 않으니 '사랑의 솜사탕'으로 쓰라는 대답만 날리는 것으로 '국립국어원에[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인가?
이런 현상은 바로 국립국어원의 정책이 부른 피치 못할 부작용(副作用)이다. 발음하는 기준(基準)에 마련한 예외의 규정이 원인이 된 것이다. "조사(助詞) '의'는 [ㅔ]로 발음함도 허용한다"는 표준발음법 제2장 제5항의 다만4 규정이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의'는 [우리의/우리에], '강의(講義)의'는 [강:의의/강:이에] 발음이 모두 표준이다. '이는 다만 현실(現實)을 고려한 규정'이라는 표준발음법의 다음 해설을 보자.
관형격(冠形格) 조사 '의'도 [ㅢ]로 발음함이 원칙이다. 표준어로서의 '의' 이외에 방언에서는 [ㅣ] [ㅡ] 등으로. [ㅔ] [ㅐ]로 발음되기도 하는데, 서울 내지는 중부 지방의 일상 회화에서는 [ㅔ]로 발음되는 일이 많아 이를 고려하여 '의'를 [ㅔ]로 발음함도 허용한 것이다.
수긍(首肯)할만하다. 언중들이 많이 쓰는, 쓰기 편한 방식을 원칙(原則)에 접목(椄木)하고자 한 고충(苦衷) 섞인 의도임을 알겠다. 그러나 그 결과가, 말과 글의 중요한 뜻을 망가뜨리는 부작용(副作用)으로 나타나고 있음은 낭패(狼狽)다. 예상치 못한 현상이지겠만, 공차(公差) 즉 허용할만한 오차(誤差)의 범위를 훨씬 넘는다.
'ㅡ'와 'ㅣ'를 합친 이중모음(二重母音) 'ㅢ' 발음이 어려운(귀찮은) 이들은 대개 조사 '의'를 'ㅔ'로 발음할 것이다. 이 방법은 거꾸로 글자를 쓸 때도 그대로 쓰인다. '의'의 실종(失踪) 이유를 그렇게 추정한다.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어, 어'하며 당황하면서도 팔짱 끼고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방치(放置)한다면, 국민들은 참 불행하다. 기껏 '자장면 짜장면 타령'이 그 기구(機構)와 인원의 존재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닐 터이므로. 국어당국은 마땅히 '건강한 국어'로 문화융성의 기치(旗幟)를 높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의'와 '에'는 그 뜻이나 쓰임새가 다르다. '의'는 '영이의 얼굴'처럼 소유 소속 등을 나타낸다. '에'는 '학교에 간다'처럼 장소 시간 진행방향 등을 나타낸다.
"말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 기왕의 이런 변화(變化)는 수용해야 한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변화가 아닌 오류(誤謬)다. '수용해야 할 변화'는 따로 있다. 퇴행(退行)을 변화로 착각하면 안 된다. '기왕 버린 몸이니…'하는 태도도 옳지 않다. 잘못을 직시하고, 매섭게 바루는 것이 말과 생각을 대하는 바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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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론인 ·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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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말 기틀 위에 바른 생각이 선다. 정명론(正名論)이다. 서민(庶民)의 말글, 노점상의 '사랑에 솜사탕'도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 토/막/새/김 >
이중모음은 단모음(單母音)의 상대어로, ㅑ ㅕ ㅛ ㅠ ㅒ ㅖㅘ ㅙ ㅝ ㅞ ㅢ 등 소리를 낼 때 입술 혀의 모양과 위치가 처음과 나중이 다른 모음이다. 입술 혀 등을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 바른 발성(發聲) 방법에 관한 교육이 우리 교실에서 실종된 후 우리말 소리의 변별력(辨別力)이 악화일로(惡化一路)다. 그 중에도 어려운 부분이 이중모음. 상당수 아나운서들까지, 입을 제대로 벌리지 않고도 모든 소리를 다 발음해내는 '희한(稀罕)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의'와 '에' 뿐 아니라, 우리말의 여러 소리가 그렇게 망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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